이준근 전 승마교육원장은 1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주재로 열린 '승마인 기자회견'에서 "제가 경북 상주에서 심판을 보는데, 다른 심판들은 정유라 씨에게 1등을 줬는데, 저 혼자 2등을 준 일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준근 전 승마교육원장에 따르면, 정유라 씨가 출전한 시합이 끝나고 최순실 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위에서 내려와 "이 원장 심판 잘 봤네. 그런데 이 원장이 누구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 그래서 내가 이 원장에 대해 아주 얘기 잘 해줬네"라고 말했다. 이준근 전 원장은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준근 원장은 "저는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심판 배정조차 못 받아보고 있다"며 "2013년, 2014년에도 매년 심판 등록을 신청했는데, 대한승마협회가 자기 마음에 안 들고 자기 쪽에 유리하지 않다는 이유로 저를 심판에서 철저히 배제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서 정유라 씨가 2위에 그치자 경찰 조사까지 받았던 심판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김남수 전 대한승마협회 심판 이사는 "시합이 끝나고 선수 측이 판정에 불복해서 심판들이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가는 초유의 사태를 당했다"며 "경찰서 수사 담당자조차 저희에게 '왜 이런 일을 경찰이 해야 하나. 시키니까 할 수 없이 한다'는 푸념을 하며 두 차례나 조사했다"고 말했다. 김남수 전 이사는 "첫 조사에서 무혐의가 밝혀졌는데, 다시 불러서 또 갔더니 경찰로부터 '위에서 또 조사하라니까 한다'고 얘기를 들었을 때, 심판들의 참담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남수 전 이사는 "존경하는 선배 심판이 (정유라 씨에게 낮은 점수를 줬다는 이유로) 경북체육회에서 당분간 나타나지 말아달라는 소리를 들어서 승마계를 떠난 일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스스로 "2014년 대통령과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불공정 세력'으로 매도당했던 승마인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준근 전 승마교육원장은 정유라 씨에게 낮은 점수를 주고 승마계에서 '찍히기' 전까지는 정유라 씨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화와 삼성은 승마협회의 명예를 회복하고 총임원은 사퇴할 것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로부터 어떤 요구를 받아서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는지 소상히 밝히고 사과할 것 △승마인들을 불공정 세력으로 매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7인은 사과할 것 △승마협회는 부정 판정으로 최순실 씨의 딸을 국가대표로 선발한 데 대해 사과하고, 최순실 씨의 측근으로 협회를 사유화한 박원오 전 전무는 승마계를 떠날 것 등의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화조 전남승마협회장, 박종소 전 전북승마협회장, 유재복 서울승마협회장, 이광종 전 대한승마협회 감사, 김남수 전 대한승마협회 심판 이사, 이종형 전 국군체육부대 승마 감독, 이준근 전 한국마사회 승마교육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안민석 의원은 정유라 씨의 승마하는 모습을 스페인의 한 심판에게 보여주고 자문을 구한 동영상을 틀었다. 스페인 심판은 정유라 선수에 대해 "좋은 점수를 받을 선수는 아니다.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다. 국제 기준으로 봤을 때 충분한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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