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의뢰로 지난 8월 발간된 '대구적십자병원 개발 사업성 평가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폐원한 대구적십자병원 부지(중구 남산동 338-1) 3천여㎡의 활용방안으로 지하 7층에서 지상 26층의 '주상복합시설'을 건축하는 게 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대 6백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하와 이 밖에도 사무실, 오피스텔 5백여실을 임대할 수 있는 지상 건축물이 주변 교통, 상권, 유동인구, 부동산 동향 등을 고려해 '수익 창출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됐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지역민들의 건강을 책임진 공공병원이 상업용으로 검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부지가 있는 중구 남산동은 대구의 중심 상업지역이다. 때문에 병원 부지였던 곳은 도시계획에 따라 종합의료시설로 지정돼 있어 의료 관련 시설밖에 지을 수 없다. 적십자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대구 중구청(구청장 윤순영)에 기존 도시계획안 폐지를 제안했다. 이어 중구청 도시계획위는 같은해 12월 일부 부지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의결했다. 중구청이 부지 일부를 받고 허가한 셈이다.
현재 적십자사는 전체 면적의 9.5%에 해당되는 건물 서편 3백㎡를 철거 중이다. 철거 완료 후 폐지안이 중구청 홈페이지에 고시되면 나머지 90.5%인 2,800여㎡에 대해서는 상업시설로 증·개축이 허용된다.
하지만 구호와 지역 공공보건에 힘써야 할 적십자사가 6년여만에 수익성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지자체가 이를 승인하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 지역에서 매년 20억여원씩 거둬들이는 적십자회비가 공익이 아닌 수익사업에 투자되는 것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10년 적십자사는 대구적십자병원을 적자를 이유로 문을 닫아 당시 공공성을 포기했다는 논란과 함께 지역사회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대구의 경우 폐원 전 입원환자의 수는 타 지역에 비해 적었지만 급여 환자비율은 2배 이상 높아 지역민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를 받았던 병원이다.
이 같은 문제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권미혁(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구호나 복지, 국제협력 사업을 해야 할 적십자사가 오피스텔을 짓고 영리사업을 하려는 것은 지탄받아야 한다"며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진료하는 본연의 임무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도 24일 성명서를 통해 "적십자사가 공익사업을 포기하고 돈벌이에 혈안이 되선 안 된다"며 "즉각 상업화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재식 우복연 사무처장도 "병원이 문 닫은 가운데 용도변경까지 해가며 수익사업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규명 대한적십자사 건설관리팀 과장은 "용도변경 확정이 아니라 자체사용, 매각, 개발 등을 두고 내부 논의 중"이라며 "이 가운데 용역보고서는 개발 방안마련을 위해 외부 의뢰한 것일 뿐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조명옥 중구청 건설과 도로시설계장도 "상업화에 대한 제안으로 일부 기부채납만 결정됐다"면서 "부지 활용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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