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군수의 자문기구가 최근 인근 도시인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영덕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하자고 결의한 뒤 이희진 군수에게 수용을 촉구해 군수의 결정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영덕군발전소통위원회(위원장 김수광)'는 "경주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 안전이 대두돼 지난 13일 제7차 임시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한 결과,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영덕의 신규원전 건설과 관련한 행위를 전면 중단하고 안전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을 유보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수광(73) 위원장은 "2010년 원전 신청 당시에는 영덕을 비활성단층으로 알았지만 지진으로 영덕서도 지진을 체감해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지진 발생 후 국내 지질전문학자들에 따르면 낙동강하구서 영덕 덕천까지 170km 구간이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때문에 "지금 그대로 원전을 건설하면 지진 활성단층 위에 그대로 원전을 짓는 꼴"이라며 "지역 발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주민 생명과 안전이다. 군수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확실한 안전대책을 내놓을 때가지 모든 원전 사업을 중단하고 우리의 결의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통위는 지난 13일 전체 위원 53명 중 40명이 참석한 제7차 임시회에서 '경주지역 지진발생과 영덕천지원자력발전소 건설의 안전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제목의 결의안을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소통위 담당부서인 영덕군 기획담당실은 결의안을 다듬어 곧 이희진 군수에게 건의할 방침이다.
영덕발전소통위는 영덕군의 주요 현안에 대해 위원들이 논의한 결과를 군정에 반영하는 기구로 지난해 10월 13일 훈령이 제정되면서 발족됐다. 김수광 전 경북도의회 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농민, 부녀회장, 종교인, 청년단체 대표, 변호사, 공무원 등 지역 인사 53명이 소통위원으로 위촉됐다. 위촉권은 군수에게 있으며, 지역경제·행정복지·문화관광 등 모두 3개 분과위가 운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도 17일 영덕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덕군도 지진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소통위의 핵발전소 유치 행보 중단 요구 의결을 환영한다. 이희진 군수는 즉각 유치 신청을 철회하고, 정부도 영덕 신규원전 부지 선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혜령 범군민연대 사무국장은 "리히터 규모 5.8 강진과 483회 여진으로 경북 일대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이 군수가 만든 소통위마저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냈다. 지진 위험 지역에 원전을 지어선 안된다. 군수는 모든 원전 정책을 멈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희진 군수 비서실 한 관계자는 "소통위 결의에 대해 구두 보고 받았다. 문서 통한 정식 건의가 아니라 수용 여부에 대한 공식 답변은 아직 없다"며 "지진으로 원전에 대한 불안한 여론은 알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건의에 대해 심도있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7월 22일 신고리 7~8호기를 영덕에 건설하는 내용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각 150만kW의 대규모 원전 2기를 2026~2027년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완공 후에는 명칭을 신고리 7~8호기가 아닌 '천지1~2호기'로 바꾸기로 했다. 2029년까지 6GW의 신규 원전 2기도 영덕이나 삼척 중 한 곳에 추가 건설한다. 신고리 7~8호기에 신규 원전 2기까지 지으면 영덕에는 원전 4기가 들어선다. 영덕 원전 예정 부지는 영덕읍 석리, 노물리, 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대 324만㎡다. 예정 부지 반경 30km에는 영덕군 전체와 영양, 포항 북부, 울진 남쪽이 포함된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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