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의 헌법재판소 접촉 사건과 관련해 국회 진상조사위원회가 12일 막을 올렸지만 이렇다 할 진전된 내용 없이 여야 간의 난타전만 벌였다. 강 장관은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사태인 만큼 시종일관 자세를 취했지만 종합부동산세가 '과도한 세금'이라는 소신은 굽히지 않았다.
"더 밝힐 게 뭐가 있나" vs "헌법 유린 행위"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강만수 장관의 사소한 실수"라고 엄호했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헌법 유린"이라고 비난하며 강 장관의 해임을 요구해 여야 대치만 이어졌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한 기관보고에서 "(여기에서)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고 정리도 다 됐다"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헌법소원의 경우에 과거에도 관련 자료를 (행정부 등에)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관행'임을 주장했다.
진수희 의원도 "착오에 의한 단순한 발언 실수가 여기까지 온 것은 굉장히 유감이고 할 일이 많은 강 장관과 국회가 여기 묶여있는 것은 국력 낭비"라며 "단순한 발언 실수를 갖고 진상조사위까지 여는 것이 오히려 헌법유린이고 헌법재판소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강 장관을 엄호했다.
반면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재정부가 종부세 위헌소송과 관련해 6회의 서면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최종 결정일을 앞둔 지난 10월 세제 실장이 직접 방문한 이유가 뭐냐"며 "강 장관이 6일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는데 헌재로부터 위헌 여부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들은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강 장관의 발언은 행정부의 하급 기관 정도로 사법부를 취급한 것이면서 종합부동산세 혐오증이 낳은 헌법유린 행위라는 개탄의 목소리가 있다"고 질타했다.
강 장관은 '주임재판관을 면담했다'는 발언에 대해 "수석헌법연구관과 면담한 것"이라고 정정했고, '헌재가 방문을 요청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헌재가 요청한 게 아니고 세제실장이 요구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서울 법대 출신인 그는 "부끄럽게 생각한다". "헌재에 대한 식견이 없었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지만 종부세에 관해서는 "순리에 맞지 않는 과도한 세금"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헌재 "지나가는 택시에 흙탕물 뒤집어 써"
이 사건의 또다른 당사자인 헌법재판소는 '우리가 오히려 피해자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하철용 사무처장은 "강 장관의 사과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듣지 못했다"며 "(강 장관이) 헌재에 당연히 사과해야 하는데 왜 그러지 않나"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오후에 기관 보고를 하기로 했던 헌법재판소가 회의 시작 20분을 남겨두고 '불참'을 통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하 사무처장은 "13일 종합부동산세 위헌 여부 판결이 나기 때문에 이날 기관 보고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위원들과 하 처장 간 "헌재 독립성 침해"와 "국회 경시" 논란이 벌어져 정작 헌법재판소 참고인 질의는 부실하게 진행됐다.
여기에 하 처장은 "14일로 예정된 헌재 현장 조사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향후 조사 일정을 두고 헌재와 마찰도 불가피해졌다. 유선호 진상조사위원장은 하 처장의 발언에 대해 "헌재 현장 조사는 의결된 사안이고 바람직하든 바람직하지 않든 법에 근거해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쏘아붙이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정 조정을 위해 잠시 정회한 후 유 위원장은 "여야는 간사단 협의를 통해 방문조사를 포함해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허 처장은 "제가 판단할 사안은 아니지만 방문조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하 처장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선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도 "기관 보고 연기 요청이 오히려 국민적 의혹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연기하면 첫째 국민들이 헌재 관계자를 국회에 불러 뭐라고 하면 이게 재판에 영향을 주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둘째 국회 권위가 실추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 처장은 강만수 장관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행정부 인사의 말 한마디로 헌재의 신뢰도에 흡집이 날 수 있으니 어찌 개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우리는 사실 버스 타려고 정거장 지나가는데 택시가 지나가면서 흙탕물을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공범도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현장 점검을 받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진상조사위원회는 13일 강 장관 등을 출석 시켜 청문회를 갖은 후 14일 헌법재판소를 방문 조사하고 17일 최종 보고서를 채택할 계획이지만 추가적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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