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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중립, 친이계 '일방독주' 정면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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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중립, 친이계 '일방독주' 정면 제동

"대야 · 대북 기조 전환해야…지도부 무기력하다"

복당 이후 대체로 입을 다물어 온 박근혜계의 중진 홍사덕 의원이 입을 열고 대북 문제와 대야 관계에 대해 강력한 기조전환을 주문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집권 직후 당 사무총장을 지냈던 권영세 의원도 주류 진영의 당 운영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 복귀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의 비판은 당 지도부와 이명박계가 정기국회에서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소위 'MB 법안' 전반에 걸쳐 있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돈다.

"의석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

홍 의원은 12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미FTA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에게 끝까지 가는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 정책위 의장이 민주당 의장을 상대로 현 경제상황을 잘 알려주고 여론 뒷받침을 받아야 국회에서 FTA처리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의석 숫자만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의원은 " 단편적인 언쟁에 가까운 토론으로는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타개해야하는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없다"면서 "원내대표가 200개 내지 300개의 법안을 처리하자고 하면 대야의 기조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러 부문에서 야당과 대화를 나누고 협력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홍 의원은 "이런 경제상황에서 무슨 수로 공기업을 매각할 수 있겠나. 공기업 체계는 유지하면서도 효율성이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 ⓒ뉴시스

그는 "안팎으로 어려운 때에 대북관계가 긴장상태에 빠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면서 "생존을 위해서다. 당이 주도적으로 앞장서서 대북기조를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그간 침묵을 지켜온 홍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같은 의견을 밝힌 것은 일단 남은 정기국회 기간 정쟁 고조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FTA 비준 동의안은 물론 예산안, 종합부동산세 문제 등 경제사안 뿐 아니라 사이버모욕죄, 신문법, 역사 교과서 문제 등 사회적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하지만 홍 의원의 이같은 발언을 친박계 기지개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유승민, 김학송 의원이 한미FTA 비준 신중론을 설파하며 홍준표 원내대표와 대립각을 세웠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우리가 지금 당권을 노린다든지, 주류를 탄핵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럴 때도 아니다"면서도 "(친이 진영이) 책임과 권한을 쥐었으면 일을 좀 똑바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복당 사태 해결 이후 우리가 발목을 잡은 것도 없고 오히려 적극 협조하며 지켜봤지만 (주류 진영의) 정무능력 부재가 너무 심각해 보인다"면서 "앞으로 (친박계) 개별 의원들이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나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립성향의 권영세 의원도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권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류진영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용히 물러나 있는 것이 도움되는 분이 있다"

권 의원은 우선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복귀설에 대해 "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당분간 조용히 물러나 있는 것이 이 정부를 위해서 정말 큰 도움이 되는 분들이 있다"면서 "이 전 의원이 미국에서 계속 계시든 들어오든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지만 지금 당에 필요한 것은 지도부나 주류가 당의 화합을 통해서 다시 170명의 한나라당을 만드는 일이지 누구를 데려와서 여권 전체를 강제로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전 의원의 조기 귀국을 주장한 친이 세력을 겨냥해 "봉합돼서 활력있는 정당으로 바뀌어져야할 때 한나라당을 찢어 놓는 그런 행태라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안국포럼 인사들과 만찬 회동을 가진 데 대해서도 "경선 당시 상대편에 있었던 사람들을 불러서 식사를 하고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한 그는 홍준표 원내대표를 겨냥해서도 "지도부 중에서 유독 한 분이 연말 개각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조기 개각에 한동안 부정적인 얘기를 했던 분이고 또 그 전에는 거꾸로 조기 개각이 필요하다고 했던 분"이라고 "개각 주장이 이해관계 속에서 나와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한미 FTA와 관련해서도 "그동안 급하게 조기 비준을 해야 한다고 하다가 갑자기 일방 처리가 없다고 변하고, 과정상에 있어서도 의원들의 의견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원내대표가 일방적으로 한마디 하면 거기에 따라 좌지우지 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은 것과 관련, "여러 당직을 맡아본 사람으로서 요즘 우리 당을 보면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이리 저리 휘둘리고 무기력하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냉정하게 얘기해서 이는 받아 마땅한 비판"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 규제 완화 부분에 있어서도 설득의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당 지도부가 최소한 당에 사전 설명은 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보위원을 오래 지낸 권 의원은 한나라당의 최근 국가정보원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최근에 우리 당에서 국정원이 정책 일반에 대해서 정보 수집을 가능케 하는 법안을 낸 모양인데, 이런 법안이 당론으로 추진됐다가는 우리 당이 엄청난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해 눈길을 끌었다.

친박진영을 비롯해 최근 청와대와 주류진영을 향해 비판의 포문을 열고 있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정말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식 때문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상대편에서 이에 대한 답이 나올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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