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이달 말로 종료될 상황에 처한 가운데, 세월호 유족들이 국회를 찾아 야당 지도부와 연이어 면담을 갖고 범야권 공조와 '국민 조사 활동'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야당 지도부와 면담을 갖던 중,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에 대한 공통된 요청이라며 "현실적으로 특조위가 권한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상징적으로라도 '특조위는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조사 활동 중'이라고 야당 차원에서 선언하고 결의해 주고, 후원해 달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9월 말 이후 상황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세월호특별법이 개정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특조위는 정부의 의도에 따라 모든 권한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현실적 고민은, 그랬을 때 과연 특조위를 어떻게 해야 하나, 손들고 떠나보내야 하나, 아니면 정부에서 인정을 안 하더라도 여전히 진상조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월호특별법 개정이 되든 안 되든 여부를 떠나서, 9월 말부터 10월 이후의 일정이 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과 관련해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 위원장은 "저희는 특조위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며 "국가 기구로서의 특조위 권한이 사라지더라도, 국회와 특조위와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 '국민 조사 활동'들을 함께 펼쳐나가는 게 맞지 않겠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 위원장은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국회, 야당이 해줄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긴급하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또 유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향해 '야권 공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더민주를 만나고 국민의당을 만나 얘기를 듣다 보면 빼놓지 않고 나오는 게 야권 공조 얘기"라며 "두 당이 각자 사정 때문에 공조가 원활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자칫 서로 '저쪽 당에 책임이 있다'는 것처럼 들릴 우려가 있다. 신경써 달라"고 했다. 그는 세월호 문제에 관한 한 정의당까지 야 3당이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더 노력하겠다"…국민의당 "신속히 논의하겠다"
유가족들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세월호 TF 회의에 참석해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났다. 더불어민주당은 "더 열심히 실질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유 위원장과 박주민 의원 등 양측 참석자들이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첫 TF회의를 연 만큼, 회의를 정례화하고 유족들과 계속 협의하면서 방향을 의논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농해수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실질적 노력과 결과를 내오기 위해 이번 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두 야당이 함께 공조해서 일들을 잘 처리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주민 의원은 "오늘 회의는 편하게 얘기하자는 취지에서 (언론에) 비공개로 한 것"이라며 "유가족들의 제안에 대해 회의 장소에서 바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저와 전해철 의원이 제안 내용에 대한 당의 대응 방안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당에서는 현 국회 상황과 우리 당이 생각하고 있는 법안 통과 전략 등을 말씀드렸고, 유가족들은 원하시는 바를 얘기하고 당은 (그에 대해) 들었다"고 이날 면담의 성격을 정리해 말했다.
유가족들은 민주당과의 면담 이후에는 국민의당 원내지도부를 찾아 면담을 가졌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의 요청에 대해 "세월호특조위 기간 연장에 대해서 최소한 (야권 내에) 이견이 전혀 없다"며 "3당 협의체 구성 문제에 대해서는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의해서 신속하게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위원장은 '9월말 이후 독자적 특조위 활동' 부분에 대해서는 "세월호법(을 통한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은 사실상 난관에 봉착해 있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선언적·상징적으로 특조위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떻게 선언하고 결의하고 후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3당 협의체가 구성되면 거기서 논의를 해야 한다. '국민 조사활동'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협의체에서 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지원 "정진석에 '김재수 해임건의안 빼줄테니 세월호法 받으라' 했지만 거부"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새누리당과 협상이 녹록지 않다며 그간 성과가 없었던 현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대통령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법안도 농해수위 3당 간사가 합의를 해야 상정된다"며 "물론 농해수위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김영춘 의원이기 때문에 단독 상정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국회가 파행되고, 그렇게 하더라도 법사위에 가면 법사위 위원장이 새누리당이기 때문에 안 될 것"이라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국회가 파행되고,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이 농해수위에) 안건 조정 신청을 해 놓아 120일 간 아무 것도 못 한다"며 "정치적으로 합의되기 전에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이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말하며 '이런 문제이기 때문에 안 된다, 어렵다'고 말한 것이 "국민의당은 세월호특별법 (통과는) 안 된다"고 잘못 보도됐다며 유가족들에게 오해가 없기 바란다는 취지로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지난 12일 제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면담하면서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예산 등 여러 가지를 봐서 하겠다'며 부정적이었다"면서 자신이 지난주 방미 기간 중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위한 정치 협상을 제안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의 동반 방미 중) 제가 하도 답답해서 '정치적 협상을 해 보자'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지 않을 테니까, 세월호특별법을 좀 (처리)해달라고 먼저 얘기했다. 그랬더니 정 원내대표가 '대통령께서 절대 응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자신과 정 원내대표 간에 이런 대화가 오간 다음날 정세균 국회의장도 같은 내용으로 '새누리당에 이런 제안을 해 보라'고 '코치'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정 의장은 박 위원장에게 "그것(김재수 해임건의안)과 교환하면 어떠냐"고 말했고, 이에 박 위원장은 정 의장에게 "(전날) 정진석 대표에게 요구했더니 대통령 핑계를 대면서 일언지하에 거절해서 (협상이) 안 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황주홍 국민의당 농해수위 간사도 "야당 공조는 문제가 없는데 여당을 설득하는 게 문제"라며 "지금은 여당을 설득할 길이 없고, 길이 있다면 바기닝(bargaining),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들어 달라고 해야 하는데 (이는) 고위 정치에서 해야 하는 것이고 쟁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솔루션"이라고 했다. 황 의원은 박 위원장과 함께 이런 주고받기식 협상을 구상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그런 쪽으로 궁리를 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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