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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장애인, 연이은 강진에 '공포'…대피 매뉴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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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장애인, 연이은 강진에 '공포'…대피 매뉴얼도 없다

[언론 네트워크] 대구시·소방본부·국민안전처 1시간 불통…"콜 폭주로 응대 불가"

경북지역에서 또 지진이 발생한 지난 밤 재난약자인 장애인들의 불안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저녁 8시 33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4.5 지진은 인근 대구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저녁 달서구 용산동에 사는 지체장애1급 서준호(40)씨는 지진과 함께 땅과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특히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그의 곁에 아무도 없어 불안감은 증폭됐다.

▲ 전동휠체어에 탄 지체장애인. ⓒ평화뉴스(김영화)

일주일전 비슷한 시각에 발생한 규모 5.8 지진 때도 홀로였던 그는 또 지진이 발생하자 더 큰 공포를 느꼈다. 활동보조인은 오후 6시 퇴근했고 유일한 가족은 일흔 어머니뿐이다. 그러나 긴급상황에서 갇힐 위험이 있는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휠체어를 옮겨야 하는데 연로한 어머니에겐 무리였다.

결국 본인이 휠체어를 조정해야 하는데 땅이 흔들려 컨트롤이 어려웠다. 아파트 7층에서 연거푸 겪은 지진은 악몽 그 자체였다. 때문에 대처법을 묻고 도움도 요청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전화를 했다.

▲ 서씨의 지난 19일 지진 후 휴대폰 통화목록에 있는 공공기관 전화번호들. ⓒ서준호
밤 8시 36분. 휴대폰으로 119(대구소방본부)에 첫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현재 지진으로 신고전화가 폭주하고 있으니 단순한 사실관계는 매스컴을 통해 확인하십시오"라는 ARS 음성서비스만 나왔다.

밤 8시 37분. 두 번째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같은 음성서비스가 수화기 넘어에서 전해졌다. 밤 8시 40~44분까지 수 차례를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누구와도 통화할 수 없었다.

같은 시각 지진 신고전화가 폭주하면서 전화가 자동응답 시스템으로 넘어간 것이다. 대구소방본부에는 모두 20여대의 유선전화와 8대의 관제대가 있지만 당일 지진으로 1천콜이 넘어 먹통이됐다.

곧 그는 114에 전화해 대구시 당직실로 연결해달라고 했지만 역시 불통이었다. 대구시재난안전대책본부에도 전화했지만 먹통이었다. 이어 국민안전처에도 전화했다. 하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지진 발생 1시간이 지났다. 밤 10시 30분까지 정부세종청사와 청와대까지 전화했지만 역시 불통이었다. 지진 발생 후 2시간동안 정부당국과 지자체에 수 십여차례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는 곳은 1곳도 없었다.

달서구청 당직 공무원과 겨우 통화에 성공했지만 "보호자와 있으라", "안전한 곳에 피신하라"는 하나마나한 말뿐이었다. 기상청도 담당 공무원 공석으로 민원센터 직원과만 몇 마디 주고 받았다.

전화가 안되자 혹시 지진대피요령이라도 찾아볼 수 있을까 인터넷 검색도 했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매뉴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구소방본부, 대구시 홈페이지에는 장애인을 위한 지진대피매뉴얼이 없었다. 30분 검색 끝에 겨우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만든 '지체장애인 재난위기관리매뉴얼'을 찾았다.

▲ 장애인 재난위기관리메뉴얼. ⓒ서울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


"1분 1초가 황금같은 시간인 재난상황에서 대피를 돕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주일동안 두 번이나 큰 지진이 났는데 장애인을 위한 매뉴얼은커녕 전화도 안받는 상황이 답답하고 공포스럽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청와대에 전화했겠냐. 더 큰 지진이 온다는데 정말 절망적이다."

서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뇌병변장애 1급 이모(44.동구 지저동)씨, 지체장애 1급 강모(41.수성구 황금동)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에 대해 이석재 대구시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소방위는 "지진 발생 후 1시간 동안 1,400통 신고전화가 왔다. 평상시보다 5배 폭주해 ARS로 연결됐다"며 "시스템상 응대가 불가했다. 콜이 폭주하면 약자들의 전화를 실질적으로 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대구시재난안전대책본부 한 관계자는 "일반적 지진대피요령은 있지만 장애인을 위한 대피요령은 따로 없다"면서 "제작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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