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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굴욕', 중국의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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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굴욕', 중국의 '굴기'

[해외 시각] 세계 경제의 미래를 보여준 G20 정상회의

G20 정상회의는 전용기에서 내릴 때 '레드 카펫'을 밟지 못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홀대 논란으로 떠들썩하게 시작했다. 이 소동은 의전을 담당한 실무진들 사이의 오해가 빚은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미국과 오바마 대통령의 진짜 굴욕은 세계 외교 무대의 균형추가 점차 중국으로 기울어가고 있으며, 특히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에 대한 재편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중국의 굴기를 확인한 점에 있다.

중국은 G20 정상회의 사상 가장 많은 개발도상국을 초청했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의 기간 동안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더불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P)의 개혁을 통해 국제금융 시스템의 새판을 짜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G20에서 드러난 시진핑 주석의 국제적 위상은 임기 중 마지막 과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TPP가 미 의회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처지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다음은 러시아계 뉴스사이트 'RT.com'에 실린 브라질 출신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페페 에스코바의 칼럼이다. 그는 이번 G20 정상회의의 핵심으로, 세계 경제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중국의 야심찬 계획에 주목했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과 서방이 이끌어온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불평등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시점에 중국으로부터 거대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과 브릭스 등 신흥 경제권이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서 발언권을 확대해 갈 것으로 전망했다. (☞원문보기)

메이드 인 차이나 : G20 정상회의의 지경학적 의미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매우 중요한 지경학적 의미를 갖는다. 중국은 G20 정상회의를 무척 세심하게 준비했다. 서방, 특히 미국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중국을 위한 기획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 비즈니스 서밋 개막 연설의 포인트를 지경학에 맞췄다. "낡은 냉전적 사고를 포기해야 한다. 우리는 시급하게 포용과 이해, 협력, 그리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안보 개념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혁신, 활력, 연계, 그리고 포용"이라는 소위 '네 가지 처방'이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에 필수적이라고 한 것과 대칭된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의의 주빈으로서 사실상 세계 지도자처럼 행세했다. 그는 개막 연설에서 지난 몇 달 간 항저우 정상회의를 열심히 준비한 끝에 마련한 야심찬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는 세계 경제를 성장세로 되돌리도록, 그리고 세계 경제 구조와 운영 방식이 중국에 친화적으로 바뀌도록 설계됐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 등 거세지는 반무역, 반세계화 정서가 만연한 상황에서, 시 주석은 전세계 지도자들을 앞에 두고 서구의 주도권을 붕괴시킬만한 계획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이끌어 가는 서구 주도 질서를 극복하고 중국이 우위를 점하는 것에 목표를 뒀다.

이는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지난 30년 동안의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반전이다. 현재의 상황은 격변하는 지역 정세와 맞물려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 1989년 냉전이 끝난 이래 이렇게 나빴던 적은 없었다. 탐욕이 부른 불평등은 세계화에 망조를 드리웠다.

즉 글로벌 경쟁으로 인한 저인플레이션이 소위 확장적 통화 정책으로 이어져 집값, 교육비, 의료비를 폭등시켜 중산층을 쥐어짜고 궁극적으로는 1%의 소수 자산가에게 부가 집중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경기 둔화 속에서도 중국은 2015년 세계경제 성장의 25%를 책임졌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동력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는 2016년 들어 7개월 동안 지난해에 비해 62%가 상승한 1천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 "비대칭적 투자환경"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다른 브릭스 회원국들보다 해외 투자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특히 서비스 분야가 그렇다.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열린 비공식 브릭스 정상회의는 그 자체로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에 임하는 중국의 의제를 구체화했다. 청화대 브릭스 경제 싱크탱크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이 다자간 연대체의 발언권을 강화하고 서구 주도의 국제경제 질서를 압박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려 할 것이다.

물론 장기적인 계획이지만, 이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상하이에 있는 푸단 대학의 주 제진은 이렇게 요약했다. "브릭스는 국제 관계에서 중국의 새로운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시험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열매가 영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협력하거나 공멸하거나

항저우 G20 정상회의는 치밀하게 계산되어 진행됐다. 정상회의의 테이블을 예로 들면, (제국을 상징하듯) 명나라 황제의 의자와 연회색 쿠션이 마련됐다. 비취색 문진과 두루마리, 도자기에 꽂힌 펜, 초록빛 자기로 만든 찻잔, 옥으로 만든 인장 등이 준비됐다.

정상들의 공식적인 기념사진 촬영에는 정치적 고려가 엿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중앙에 위치한) 시 주석과 가장 가까운 양 옆에 섰다. 터키와 독일은 각각 내년과 후년 G20 정상회의 주최국이다.

메르켈 총리와 에르도안 대통령 옆에 각각 자리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칭을 이뤘다. 브릭스 회원국인 인도의 모디 총리와 브라질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도 첫 줄의 양쪽 맨 끝에 자리해 완벽한 대칭을 이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2열에 섰다.

항저우가 대체 뭐기에? 항저우는 중국 역사의 은유가 시작되는 곳이다. 항저우는 고대 실크로드가 개척되기 전부터 비단이 생산된 곳이다. 현재는 시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신(新) 실크로드, 혹은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연결된다. 이와 관련해 어느 중국 전문가는 "현대적 연결의 교향곡"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일대일로가 사실상 시 주석이 말한 '네 가지 처방'이다. 경제 성장은 개발도상국들이 '포용'의 연결망에 집중됨으로써 추진된다. 중국의 리더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일고 있는 지경학적 변화, 그리고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과 중국, 그리고 유럽을 잇는 일대일로에 매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모든 것은 시 주석의 세계화에 대한 재해석과 연관된다. 반면 일대일로에 맞서 추진되고 있는 미국의 프로젝트는 상당히 혼란스럽다.

항저우 회의가 열리기 전인 지난 7월 23~24일,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가 중국 청두에서 만나 세계를 연결하는 인프라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그 회의에서 채택된 공동합의문은 보다 많은 상호 연결이 세계 경제에 요구되고 있으며 그 핵심은 지속가능한 개발과 번영의 공유를 증진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담고 있다.

이는 일대일로에 관한 모든 것이다. 중국 컨설팅업체인 SWS리서치는 일대일로 보고서를 통해 인프라 건설에 드는 투자 비용이 3.26조 달러에 육박한다고 평가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통로(CPEC)'가 포함된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이를 "일대일로 교향곡의 첫 번째 움직임"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아시아철도망(Trans-Asia Railway) 사업에는 중국-태국 간 고속철도,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체결한)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반둥 간 고속철도 등 철도 사업이 포함된다.

마윈이 구축한 알리바바

일대일로를 확장하고 국제경제 구조를 개조하려는 시진핑 주석의 비전 뒤에는 정상급의 중국 플레이어들이 숨어있다. 시 주석 외에도 G20 정상회의의 또 다른 스타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설립자 마윈 회장이었다. 미국에 중국 기업들을 새롭게 각인시킨 알리바바의 본사가 항저우에 있다.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통해 중국의 생산성이 촉진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이 저스틴 튀르도 캐나다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과 알리바바의 시시 단지를 둘러봤다.

영악한 마윈 회장은 "우리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사람들이 혐오하는 잔혹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전자 세계무역 플랫폼인 eWTP를 강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윈은 eWTP를 "전자 무역의 경계를 가로질러 발전을 도모하는 공적-사적 토론의 수단"이라며 그것이 "중소기업들과 개발도상국, 여성과 젊은 세대가 국제경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윈이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경제자문으로 초빙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적어도 5600만 개의 중소기업이 있다. 위도도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인도네시아의 우선순위는 자국의 중소기업들과 알리바바의 협력을 증진시켜 중국과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전망이 장밋빛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같은 위험한 사람이 비즈니스 서밋의 재정위원회에 포함된 사실도 드러났다. 상업과 투자 분야에선 다우케미컬 같은 업체도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핵심은 역시 개발도상국의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장기간에 걸쳐 가시화 될 것이다. 시 주석은 정상회의를 마무리하며 G20 정상들이 다자간 무역체제의 증진에 합의했으며 보호무역주의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한 G20이 IMF와 세계은행의 개혁을 통해 신흥 시장의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메시지'는 확실하다. 중국은 미래를 향한 지경학적 경로를 구축해가고 있으며 많은 나라들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틀 속에 합류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이에 대립적인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향후 어떻게 전개되건, 중국은 미국의 협박이나 자국의 안보 이익에 치명적인 위협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항저우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 면에서 보다 왕성한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중국이 WTO 같은 다자간 무역 체계를 원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면 미국은 TPP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같은 새로운 틀을 추진하려고 한다.

중국 WTO 학회 소속의 허 웨이원이 정확하게 지적했다. "미국은 당초 중국이 룰을 만들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추진하는 독자적인 룰은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의 지지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

(번역=임경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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