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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지도자를 세워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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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지도자를 세워야 나라가 산다

[다산 칼럼] 손학규 나와라, 정운찬 나와라

1970년대 박정희 유신 독재시절, 수도이전 문제가 정권차원에서 제기되었을 때, 옥중의 김대중은 수도이전이나 분할은 안 된다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 일만은 막아야 한다고 간곡하게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깨알같이 쓴 그 봉함엽서에는 휴전선으로부터 30km 안팎에 수도가 있음으로 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수도가 이전하면 민심이 흩어지고 국기가 흔들린다고, 동서고금 여러 나라 수도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나 누구는 대통령선거에서 재미 좀 보려고 수도이전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고, 누구는 국민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행정복합도시라는 기형의 세종시를 탄생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수도를 분할하는 것은 자칫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미생지신(尾生之信)의 고사도 그의 '신뢰와 원칙' 앞에서는 맥을 못 추었던 것이다.

지도자의 무능과 무책임이 빚은 세종섬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중 세종시 공무원들이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길거리에 뿌린 교통비가 하루에 5840만 원에 달했다. 이 기간 세종시 공무원들의 국내 출장비는 총 106억 5900만 원에 이르렀다. 국민이 낸 세금이 이렇게 거리에 뿌려진 것이다. 세종시에 근무하는 날짜가 일주일에 5급은 5일, 4급은 4일, 3급은 3일, 장·차관은 여관과 차에서 잔다고 해서 장차관이란다. 길국장, 길과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장급 이상은 서울에서, 과장급 이하는 세종시에서 업무를 보다 보니, 정책 생산의 비효율은 물론 정책다운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길 위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없다. 이제 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없고 보면 늦었더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하지만, 이 정부는 속수무책에 무책임하기만 하다. '세종섬'으로 놀림감이 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는 지도자의 경륜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지도자의 무능과 무책임이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금과옥조나 되는 양 내세웠던 그 신뢰와 원칙도 내팽겨쳐진 지 이미 오래다. 경제민주화라는 특허권을 빌려 대통령 선거에서 이슈를 선점하여 당선되더니, 어느덧 경제민주화라는 공약은 오리무중 속에 휴지가 되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또한 중요한 공약의 하나로 낙하산 금지를 내세웠지만, 그 낙하산이 조선·해운 산업을 송두리째 들어먹고 해외로까지 나간 낙하산이 나라망신을 시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여전히 곳곳에 낙하산이 내려앉고 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는데, 이러고도 과연 나라가 제대로 서 있을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흔히 보수는 부패, 진보는 무능이 문제라고 말한다. 무능한 것보다는 차라리 부패한 것이 낫다고 하여 사람이 보지 않는 데서는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부패는 기본이 됐다. 치명적인 흠 때문에 청문회 문턱에서 낙마한 총리와 장관 후보자가 이 정부 들어 역대 최고다. 거기에 세월호, 메르스, 최근의 사드체계 배치과정에서 무능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자기비하와 비관의 풍조를 한탄했다. 그러나 누가 이 나라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헬조선'의 '흙수저'로 자조하게 만들었는가. 교육부의 어느 관리는 99%의 민중과 1%는 그 출발 선상이 다른데 어떻게 같아질 수 있느냐고 말하고, 누구는 부잣집 재산관리 사위가 되어 돈과 권력을 함께 누리고, 누구는 비상장주식을 받아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챙기며, 또 누구는 전관예우로 번 돈으로 수백 채의 오피스텔을 사서 떼돈을 버는 이런 세상을 두 눈 뜨고 멀쩡히 보면서 '헬조선', '흙수저'를 되씹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손학규 나와라, 정운찬 나와라

이런 가운데 대통령 선거가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안으로 정부의 무능으로 인하여 경제와 안보 그 모두가 불안하기 짝이 없고, 밖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천하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 지도자로 누구를 세우냐에 따라 이 나라, 이 공동체의 명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지도자를 세우고 뽑느냐가 지금처럼 절박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꽃이 피기는 어려워도 지기는 쉽다.

시대의 징표를 올바로 읽고 시대정신을 구현해 낼 지도자가 이제는 나와야 한다. 오늘 이 나라, 이 공동체에 가장 긴요한 시대정신은 양극화의 해소를 비롯, 공동체의 복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불어 함께, 손에 손잡고 나아가는 공동체, 그리하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이 나라 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태어난 것을 긍지와 보람으로 느끼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새로운 지도자를 세우는 일을 정당판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나라 이 공동체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놓고 국민 앞에서의 정의로운 토론과 경쟁을 통해 국민후보를 내세우는 문제를 진지하게 제의하고 싶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도, 동반성장을 주장하는 정운찬도 그 정의로운 토론과 경쟁의 장으로 불러내야 한다. 국민이 판을 벌여주어야 한다. 생각하는 국민이라야 산다. 생각하는 지도자를 세워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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