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이웃 국가로 삼고 있는 북유럽의 핀란드가 올 가을에 미국과 방위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핀란드 유시 니인니스퇴 국방 장관은 미군과 합동 군사 훈련을 벌이고, 정보를 공유하며,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내용의 협정을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이전인 오는 11월에 체결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니인니스퇴 장관은 "미국 대선 후보 가운데 누가 승리하더라도 우리와 계속 협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핀란드와 미국의 방위 협정은 양국이 국방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지만, 양국의 상호 방위 동맹을 강제하는 구속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는 앞서 지난달 영국과 비슷한 내용의 방위 협정을 맺은 바 있다.
핀란드와 이웃인 스웨덴의 양국 정상은 지난달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가한 바 있으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 공군과 해군의 군사 훈련이 증가한 데 우려가 커지면서 양국 군대는 나토 훈련에 참가해왔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위기 상황에 닥치면 쉽게 나토군을 초청할 수 있는 내용의 협정을 맺은 상태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나토군에도 이미 병력을 파견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가 나토에 정식으로 가입하면 러시아가 가혹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병력이 핀란드 국경에서 1천500㎞ 물러나 주둔하고 있지만 핀란드의 나토 가입 시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한다면 병력의 북방 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지난 4월 경고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중립 외교를 펴온 핀란드는 나토 가입을 '선택권'의 하나로 남겨놓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많은 상태다.
드미트리 트레닌 카네기 재단의 모스크바 국장은 핀란드와 미국의 방위 협정은 비록 현 단계에서는 상징적이지만 의미 있는 조처라고 평가했다.
그는 "핀란드가 이제 자신이 어느 편인지 알고 있고 이제는 그것을 숨기지 않으려 한다"면서 "앞으로 핀란드는 냉전 당시 '회원국임을 선언하지 않은 나토 회원국'인 스웨덴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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