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건강 상태에 따른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적성검사가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교차로에서 지난달 31일 오후 17명의 사상자를 낸 외제차 운전자 김 모(53) 씨가 자신의 뇌전증 병력을 숨기고 운전면허를 갱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뇌전증이 발병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면허갱신을 위해 적성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신병과 뇌전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없음'으로 체크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만약 김 씨가 자신의 뇌전증 사실을 알렸다면 도로교통공단 심사에서 면허를 취소당해 이날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가정이 성립된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지난해 9월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는 증상으로 울산의 한 병원을 찾았고, 두 달 뒤인 11월 뇌전증 진단을 받고 하루 2번씩 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뇌전증 환자의 경우 면허 취득 또는 갱신 시 적성검사 때 반드시 자신의 병력과 약 복용 사실을 알려야만 한다.
김 씨는 그러나 자신의 지병을 숨기고 허위로 적성검사를 받아 면허를 갱신한 셈.
병력 등을 숨기고 면허를 취득 또는 갱신해 인명사고를 내면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 씨가 만일 뇌전증으로 의식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사고를 낸 것이 확인되면 '심신상실 b'에 해당돼 형사처벌 감형이나 면제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이익환 해운대경찰서 교통조사계장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보니, 김 씨의 차량이 과속을 한 건 맞지만, 지그재그식으로 운행하거나 인도로 돌진하진 않았다"며 "이를 토대로 봤을 때 심신상실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이 아니다"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2일 김 씨의 도주에 대비,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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