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를 집전하던 순간 신부가 살해됐다. 전쟁이 맞다. 분명히 해두고 싶은 건 내가 말하는 전쟁은 종교 전쟁이 아니라 이익들을 두고 다투는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이 벌인 프랑스 성당 테러가 '종교 전쟁'을 노린 범행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같이 말했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리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탑승한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지금 세계는 전쟁 중"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것이 전쟁이라고 말하기를 두려워해선 안된다"면서 "내가 말하는 전쟁은 종교 전쟁이 아니라 이익과 돈, 자원,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했다. 교황은 "모든 종교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다른 것들이 전쟁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의 이런 언급은 종교를 테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세력의 의도에 휘말리지 말고 테러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폴란드에 도착한 교황은 이민자 출신들의 잇단 테러의 여파로 유럽 국가들이 난민 정책에 빗장을 걸어잠그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전쟁과 기아를 피해 도망온 이들을 환영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적극적인 난민 수용 정책을 당부했다.
교황은 "평화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가 취해지는 등 난민들은 어디서나 환영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교황은 이어 반(反)난민 정서를 부추겨 지난해 집권에 성공한 폴란드 집권세력에 대해서도 "폴란드 정부는 난민 문제에 지혜와 동정심을 보이라"며 쓴소리도 했다.
교황은 지난 4월에도 난민을 비용으로 여기는 유럽 사회의 폐쇄성과 무관심에 대해 사과하면서 "전쟁이나 배고픔 때문에 자신들의 고국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은 빵과 집과 생명을 함께 나눌 형제"라며 "난민의 존재는 우리가 모두 지구에 온 외부인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가톨릭, 기독교, 이슬람교 등 종교계 지도자들과 긴급회동을 갖는 등 종교 갈등 차단에 나섰다.
프랑스 종교계는 "테러리스트들의 비인도적인 만행에 겁을 먹고 물러설 수는 없지만, 분노의 화살을 테러와는 무관한 이슬람 신도들에게 돌리는 것 역시 극단주의자들이 의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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