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양귀비·초선에 버금가는 절세미녀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양귀비·초선에 버금가는 절세미녀는?

[김윤태의 중국은 하나?] 저장(浙江)의 경국지색, 서시(西施)

"눈길 한 번 주면 도읍이 기울고 눈길 한 번 더 주면 나라가 기울 정도라지만, 도읍이 기울고 나라가 기우는 것이 무슨 대수겠습니까? 미인은 다시 얻기 어려운 것을..."

한무제(漢武帝) 때 궁중 가수 이연년이 무제 앞에서 절세미인인 자기 누이동생을 자랑하여 부른 노래 구절이다. 이로부터 세인들은 절세미인을 경성지색(傾城之色), 경국지색(傾國之色)으로 칭하기 시작했다.

사실 경국지색의 원조는 한나라 때보다 훨씬 이전에 있었다. 중국의 역사가 시작되던 즈음, 즉 하(夏), 은(殷), 주(周) 시대 때부터 나라를 망하게 한 경국지색의 여인들이 있었다. 하나라는 말희(妺喜)로 인해, 은나라는 달기(妲己)로 인해 망했으며, 주나라는 포사(褒姒)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빠진 바 있다. 중국의 역사가 시작되던 때부터 지금까지 경국지색은 끊임없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저장이 낳은 경국지색, 서시(西施)

저장성 주지(諸暨)는 중국 고대의 4대 미인 중 하나인 서시(西施)의 고향이다. 서시는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고, 월나라 왕 구천(勾踐)의 신하 범려(范蠡)에 의해 발탁되었다. 그리고 춤과 노래를 익혀 오나라 부차를 무너뜨리는 데 투입되었다. 미인계로 이용된 것이다. 오나라 왕 부차는 충신 오자서의 간언에도 불구하고 서시에 빠져 후궁으로 들어앉혔다. 정사(政事)를 게을리 하고 방탕한 세월을 보내다 결국은 월나라 구천에게 나라를 빼앗겼다. 이렇게 보면 서시 또한 경국지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월나라의 재목이자 충신이었다. 서시로 인해 월나라는 오나라에게 복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시는 중국 고대의 4대 미인 중 하나이다. 흉노 선우에게 시집 간 한(漢)나라 원제(元帝) 때의 궁녀 왕소군(王昭君),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가상의 여인 초선(貂嬋), 당(唐)나라 현종이 총애하던 양귀비(楊貴妃)와 더불어 중국 고대의 4대 미인으로 꼽힌다. 4대 미인은 그 아름다움으로 뭇 사내만이 아니라 자연까지도 경탄케 했다.

▲ 서시(西施)의 고향인 저장성 주지(諸暨) 기차역에 있는 서시의 조각상. 아쉽게도 서시의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wikimedia.org

중국 4대 미인을 일컫는 '침어낙안폐월수화(沈魚落雁閉月羞花)'

중국에서는 절세미인을 '침어, 낙안, 폐월, 수화(沈魚落雁閉月羞花)'로 비유한다. "물고기가 가라앉고(沈魚), 기러기가 절로 떨어지며(落雁), 달이 부끄러워 숨어버리고(閉月), 꽃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羞花)"는 뜻이다. 절세가인을 기리는 중국인들의 찬탄과 무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구절이다.

서시의 아름다움은 침어지미(沈魚之美)라 불린다. 강물에 비친 서시의 모습에 물고기들이 몰리더니 결국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조차 잊은 채 강바닥으로 가라앉았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오랑캐의 첩이 된 비극적인 여인 왕소군(王昭君)의 아름다움은 낙안지미(落雁之美)라 불린다. 왕소군의 미모와 비파소리에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날개 짓하는 것을 잊어 땅으로 추락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초선(貂蟬)의 아름다움은 달도 부끄러워 할 정도였다 한다. 왕윤과 초선이 달빛 아래에 서있는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달을 가렸다. 이를 본 왕윤이 "달이 초선의 미모에 스스로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구나!"라고 했다. 이때부터 초선의 아름다움을 폐월지미(閉月之美)라 불렀다. 양귀비(楊貴妃)도 이에 뒤질 수 없다. 양귀비가 화원을 산책하며 무심코 꽃 한 송이를 건드렸는데 꽃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한다. 이때부터 양귀비의 아름다움은 수화지미(羞花之美)라 불리게 되었다.

미인, 중국 문학의 소재가 되다


자연도 감탄하는 이들의 아름다움은 나라를 구하고 나라를 망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문학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했다. 초선의 아름다움은 중국 4대 기서의 하나인 '삼국지연의'의 등장인물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중국의 시성(詩聖)이라 칭송되는 이백(李白)도 양귀비를 활짝 핀 모란에 비유한 바 있다. 백거이(白居易)는 시인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시로 그 아름다움을 노래했고, 진홍(陳鴻)은 산문으로 현종과 양귀비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애절하게 표현했다.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주인공으로 만든 것이다. 그뿐 아니다. 당 현종이 양귀비에게 지어주었던 장안(長安)의 화청지에서는 오늘날도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가 매일 공연된다. 뒷산인 여산 전체를 무대로 사용하여 벌이는 엄청난 스케일의 중국식 오페라다. 양귀비가 현대에 부활한 셈이다.

왕소군 역시 시성 이백과 동방규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백은 왕소군이 한나라 궁을 떠나 흉노의 땅으로 출발할 때의 애통함을 묘사했고, 동방규는 흉노 땅에 도착한 후 황량한 풍토에서 맞닥뜨린 상심과 망향의 슬픔으로 나날이 수척해 가는 가련한 모습을 표현했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도 동방규의 이 시 속의 한 구절이다. 왕소군이 흉노의 땅에 도착해 꽃도 풀도 없는 오랑캐 땅을 보고 한나라를 그리워하며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고 한 구절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에는 더 이상 경국지색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는 여성이 도구화될 리도 없고, 정치적으로 한 사람이 절대 권력을 누릴 수도 없기 때문에 미녀에게 눈이 먼 절대 권력자에게 국정이 농단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남녀를 구분하지 않게 된지 오래다. 여성 기업인도 남성 못지않은 활동력으로 기업을 키우고 있다. 대학에서도 여성의 활동력은 남성을 앞지른다. 오히려 여성 상위시대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여하튼 여성은 이제 하늘의 반쪽을 떠받치는 국가의 동량으로 채비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사회 전체적인 노력이 보태져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윤태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외교부 재외동포정책 실무위원이며,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재중한인연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뿐만 아니라 조선족 및 재중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재중 한국인 사회 조사 연구>, <臺灣社會學想像>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연구 논문이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