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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모델 쑤저우, 성공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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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모델 쑤저우, 성공 비결은?

[김윤태의 중국은 하나?] 중국의 민족 자본, 장쑤(江蘇) 상인들

'동방의 베니스'로 불리는 중국의 고도(古都)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 공업원구(단지)는 한 때 개성공단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았을 정도로 국제화에 성공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유적의 고도가 최근 국제적 산업 도시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5000여 개 가량의 외국 기업과 1만3000여 중국 기업이 입주해 있는 쑤저우 공단은 불과 20년 만에 '동방의 실리콘밸리'로 불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쑤저우는 명청(明凊) 시대 10대 상방(商幇)의 하나인 쑤상(蘇商, 장쑤 상인)의 근거지다. 예로부터 저장성 일대와 더불어 대규모 상인 자본이 활약하던 지역인 것이다. 오늘의 쑤저우가 그저 나온 것이 아닌 듯하다. 장쑤 성은 예로부터 번화하고 부유한 지역이다. 특히 쑤상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는 쑤저우, 우시, 창저우를 포함하는 쑤난(蘇南) 지역은 산수가 수려하고 물자가 풍부한 지역이다.

역사 기록에 의하면 쑤난 지역은 춘추 시대에 이미 청동기 제련과 단조(鍛造)로 유명했다. 수당(隋唐) 시대 이후에는 대운하의 개통으로 소금과 철의 물류 중심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송원(宋元) 시대에는 전국의 경제 중심이 남쪽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쑤난 지역의 상업은 더욱 더 왕성하게 발전했다. 쑤난 지역의 발전은 쑤상의 활동력을 높여주고 외지 상인들이 운집하게 만들었다.

장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저장성 역시 상업 전통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장쑤 상인과 저장 상인은 분명한 구별이 있다. 저장 상인은 용감하고 과감한 투자, 집단적 투자를 그 특징으로 한다. 그 전형적인 예가 바로 원저우(溫州) 상인들이다. 가족을 중시하는 전통, 척박한 지리적 환경, 수공업과 상업을 중시하는 전통 등이 원저우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외지를 개척하게 했고, 이것이 전통이 되어 내려왔다. 지금도 원저우 상인들을 '개미 군단', '중국의 유태인'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장쑤 상인은 이와는 다르다. 장쑤 사람들은 산둥, 안후이, 상하이, 저장 등 인근 지역 사람들의 우수한 점을 본받아 비교적 중성적인 품격을 형성시켰다. 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지역 환경과 수려한 산수를 바탕으로 매우 고급스러운 풍격의 상업 전통을 지켜왔다.

▲ '황금을 낳는 닭'이라는 이름의 호수(金雞湖)와 어우러진 쑤저우 공업원구(Suzhou Industrial Park) 모습. ⓒwikimedia.org

중국의 민족 자본, 쑤상

쑤저우는 예로부터 장원 급제한 인재가 많이 나는 지역이다. 상인들도 이런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수준 높은 경영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신용을 강조하고 아주 정교하게 작업하고 거래한다. 경제적 두뇌를 갖고 있어 박리다매를 곧잘 시행하고 자금의 회전을 중요시한다.

쑤상은 관료를 멀리하는 전통이 있어 다른 지역의 상방과는 달리 정치 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산시 지역의 유명 상방인 진상(晉商), 안후이의 휘상(徽商)은 왕조가 바뀔 때마다 흥망성쇠의 부침을 겪어야만 했다. 진상과 휘상은 명나라 중엽 강남 지역에서의 소금 유통을 독점해서 부를 쌓았다. 훗날에도 유통업과 가공업, 금융업, 식당 경영까지 그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중국의 최대 상방으로 성장했다. 특히 유상(儒商)이라 불릴 정도로 선비와 상인의 구별이 없었던 휘상의 경우는 더더욱 관료와 가까웠다. 대표적인 상인이 홍정상인(紅頂商人) 호설암이다. 고위 관리와 상인을 겸한 형태를 말함이다. 이러한 관상(官商) 전통은 왕조에 따라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쑤상은 관상(官商)이 아니다. 따라서 조대가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흥망성쇠를 피할 수 있긴 했으나, 끊임없이 외국 자본과 관료 자본의 배척을 받아왔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쑤상은 중국의 순수 민간 자본, 민족 자본의 대표라고 칭송할 수 있겠다.

예의를 중시하는 상업 전통

쑤상의 가장 큰 특징은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피하는 데 있다. 따라서 그들과 협력하면 자신의 장점을 더욱 잘 발휘할 수 있게 되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위험을 최소화시켜 안정된 사업을 해나갈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안정된 사업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 돈 벌 수 있는 기회와 위험이 반반이라면 그들은 일반적으로 그 사업을 포기한다. 이렇게 안정된 사업을 추구하기 때문에 장쑤의 상업계에는 크게 성공하거나 크게 실패한 사람이 없다.

또 쑤상은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상업 전통을 갖고 있다. 상거래를 할 때 아주 예의 바르게 상대를 대하는 것이 쑤상의 보편적 원칙이다. 이를 바탕으로 쑤상이 외지에서 적응하고 성공할 수 있었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부드럽게 대화를 하는 것을 상거래의 철칙으로 여긴다. 산둥이나 동북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태도다. 물론 예의 바른 태도에서도 늘 상업적 이익을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원저우 상인들은 집단 투자를 선호하는 반면에 장쑤 상인들은 대부분 독립 출자 형태로 직접 경영한다. 독립 출자하고 직접 경영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제약을 받지 않고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문화가 발달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지역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굳이 다른 사람과 협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최근 쑤저우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남부의 광둥 지역보다 출발은 늦었으나 이미 중국의 최대 경제 중심지로 자리를 굳혔다.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쑤상의 전통에 새로운 현대적 융합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외자 유치에도 매우 적극적이고, 가족 기업을 탈피해 대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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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외교부 재외동포정책 실무위원이며,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재중한인연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뿐만 아니라 조선족 및 재중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재중 한국인 사회 조사 연구>, <臺灣社會學想像>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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