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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사태 악화일로…미국 또 '중동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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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사태 악화일로…미국 또 '중동의 늪'?

무소불위 에르도안, 美 '아시아 회귀' 발목 잡나

터키의 실패한 군부 쿠데타가 중동 정세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거리 좁히기에 나선 가운데, 기존 대테러 정책의 협력 대상이던 미국과는 갈수록 틈이 벌어지고 있다. 터키 사태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에 걸림돌이 될 거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0일 약 30만 건에 달하는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의 기밀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기 2주 전인 2일 발송된 메일에서 AKP는 "테러 대응을 위해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파이낸셜타임스(FT)는 "터키 군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 작전에 참가했던 터키 조종사 2명이 쿠데타 시도에 연루돼 구금 중"이라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투기 격추 사건을 자신의 정적이자 이번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펫훌라흐 귈렌의 추종자들이 벌인 일로 몰아가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 발생한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는 양국 관계를 역대 최악으로 몰고 갔던 사건이다.

그러나 터키 쿠데타 진압 직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먼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터키 정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두 대통령은 내달 초 정상회담도 예정해 놓은 상태다. 쿠데타 진압 후 에르도안 대통령이 처음 대면하는 세계 정상이 푸틴 대통령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반면 터키와 미국, 터키와 유럽 사이의 관계는 악화일로다.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지위를 잃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쿠데타 진압을 계기로 '피의 숙청'을 진행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의의 독재체제가 노골화되면서 1952년 이래 60여년 간 지속돼 온 나토와의 관계가 휘청거린다는 것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나토는 모든 가입국에 민주주의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터키의 쿠데타 수습 과정에 대한 나토 차원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터키가 무자비한 숙청을 지속할 경우 나토 회원국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터키 정부가 이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영미권 언론들은 민주주의 말살에 주목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를 이슬람국가로 바꾸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 기간 중 세속주의 이념을 꾸준히 약화시켜 왔으며 쿠데타 진압을 계기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화와 친러 행보로 인한 타격은 미국과 나토가 먼저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인지를릭 공군기지 등 터키를 거점으로 IS 격퇴전을 벌여온 미국으로선 마땅한 대체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세력은 미국이 이번 쿠데타의 배후이거나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터키는 미국에 체류 중인 펫훌라흐 귈렌 송환을 미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증거를 먼저 제시하라며 맞서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이메일들 중에는 "2016년 에르도안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반겨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라거나 "귈렌은 미국의 정보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터키와 미국은 시리아 내전의 셈법에서 이미 갈등 징후를 보였다. 터키는 미국이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파트너로 삼은 쿠르드족을 지원하는 데에 반감이 크다. 반면 미국은 터키가 IS 격퇴보다 쿠르드 반군 소탕에 집중한 점에 불만을 표해왔다. 이런 가운데 터키군은 쿠데타 진압 후 처음으로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무장단체들에 대한 공습을 20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터키 사태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을 엉망으로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2011년부터 미국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 온 아시아 회귀, 또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대외정책의 초점을 중동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대외정책의 큰 구상이다.

진보성향 웹사이트 <카운터펀치>는 쿠데타 진압 후 벌어진 터키 및 중동 정세의 변화에 주목하며 미국의 아시아 회귀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를 봉쇄하고 중국의 부상을 통제해 전세계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갑작스런 난관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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