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 남자는 집을, 여자는 혼수를 준비하는 전통적인 견해에 대해 미혼남녀 모두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도 전국 출산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44세 미혼남녀 2천383명(남 1천96명, 여 1천287명) 중 미혼남 79%, 미혼녀 72.3%가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를 각각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찬성하지 않았다.
미혼남성은 대학생 등 저연령층일수록 반대의견이 강했다. 길어진 교육 기간과 불안정한 고용상태 등으로 전·월세 자금조차 모으기 벅찬데 남성 혼자 신혼집을 구해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미혼남성의 75.8%, 미혼여성의 81.8%는 '아내가 경력을 쌓기보다 남편이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반대했다. 여성의 고학력화와 양성평등 문화 등의 영향으로 여성에게 보조적 역할을 강조하는 전통적 가치관이 약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남편이 할 일은 돈 버는 것이고, 아내가 할 일은 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것'이라는 관념에 대해서도 미혼남성의 20%, 미혼여성의 13.7%만 찬성했다.
다만, '혼인신고는 결혼식 이후 함께 살아 본 뒤에 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에는 미혼남성 44%, 미혼여성 54.8%가 찬성해 입장차이를 보였다. 한국사회에서 결혼 해체 후 여성이 겪어야 할 사회적, 문화적 냉대와 어려움 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미혼여성이 법률적 혼인신고에 더 신중한 모습이다.
결혼 전제의 혼전 동거에 대해서는 미혼남성의 68.1%, 미혼여성의 51.2%가 찬성했지만, '결혼과 무관하게 남녀가 함께 살 수 있다'는 의견에는 미혼남성의 50.1%가 찬성했지만, 미혼여성은 29.8%만 찬성해 차이를 나타냈다.
법률혼 이외의 혼인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잣대가 여성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결혼해도 자녀를 갖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에 미혼남성은 47.4%만 찬성했지만, 미혼여성 60.9%가 찬성했다. 이는 여성의 자녀 양육 부담이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혼외출산에 대해서는 미혼남성 76.1%, 미혼여성 83.1%가 반대했다.
미혼남성 60.4%, 미혼여성 74.3%가 '부부갈등을 해결할 수 없으면 이혼하는 게 낫다'고 여겼고, '자녀가 있어도 이혼할 수 있다'는 견해에 미혼남성의 50.7%, 미혼여성의 72.1%가 찬성해 대체로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미혼남성의 59.9%, 미혼여성의 62.5%가 '입양한 아이도 내가 낳은 자식과 같이 애정을 갖고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절반 이상의 미혼남녀(미혼남성 59.8%, 미혼여성 57.7%)가 '동거커플 + 자녀'로 구성된 가구를 가족형태로 인정했지만, 남남커플·여여커플 등 '동성 부부'에 대해서는 미혼남성의 16.6%, 미혼여성의 32.8%만 가족형태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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