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전개되기 직전 장기 해외출장에 나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귀국했다. 지난달 7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한지 약 4주만이다.
'도피성 해외출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 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게 적용된 혐의들이 엄중하다는 점에서 검찰 안팎에서는 이달 중 신 회장이 출국금지와 검찰 소환 등의 조치를 각오해야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대두되고 있다.
신 회장은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는 동안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난 1일 총수 일가 중 처음으로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되는 등 검찰의 칼끝이 매서워지고 있다.
총수 일가의 검찰 소환 시작...신 회장 소환 피할 수 있을까
이날 오후 일본 하네다발 대한한공 2708편을 통해 김포공항에 입국한 신 회장은 검찰 수사와 관련, "죄송한 생각뿐"이라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항 취재진 앞에서 선 신 회장의 얼굴에는 지난 14일 미국에서 롯데케미칼 공장 기공식에서의 기자회견 때만 해도 보였던 여유있는 미소는 사라졌다.
신 회장은 신영자 이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를 받아 뒷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 "(사전에)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신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입점로비 등으로 수십억 원의 뒷돈을 챙기고 가족들이 대주주로 있는 업체들을 롯데그룹으로 흘러가는 비자금 통로로 활용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소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의 검찰 소환에 대비해 김앤장을 비롯해 태평양, 광장, 세종 등 국내 대표 로펌들을 선임해 놓았다.
신 회장 등 총수일가가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의 혐의에 휩싸인 탓에 롯데그룹의 경영과 이미지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사실상의 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을 확인시켜준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신 회장이 공언한 호텔롯데의 상장도 무산됐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무산된 호텔롯데의 상장 시기에 대해 "연내 상장을 추진하겠다"던 신 회장도 이날 공항에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계획 등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침묵으로 일관했다.
재계에서는 호텔롯데의 상장 자체가 지배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롯데 지배구조에 정점에 서있는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일본롯데가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획대로 상장한다고 해도 지분율이 60%대 중반까지 떨어질 뿐 지배력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호텔롯데의 상장이 성사되면 총수 일가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의 투자사들로 1조 5000억 원 정도의 자금이 조성돼 오히려 총수 일가의 재산을 불리려는 '꼼수'가 숨어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지리한 주총과 소송전도 신 회장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친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을 상대로 한·일 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주총에서 패한 직후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의 변화가 고무적"이라며 "표면적인 결과는 지난 임시주총들과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많은 변화가 있음을 체감했으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이 박탈이 될 때까지" 무한 주총을 열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또한 신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 회계장부 등 확보한 자료들을 활용해 추가 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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