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검찰에 따르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74)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20억 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에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을 신규 입점시키고 기존 매장의 위치를 옮기도록 한 대가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신 이사장과 아들 주변의 수상한 자금의 흐름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신 이사장과 그의 장남을 출국 금지 조치했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 사장과 호텔롯데 면세점 부문 사장을 거치면서 롯데의 유통업 계열사를 키운 역량을 인정받아 '유통 업계 대모'로 불려왔으며, 지금도 호텔롯데 등기이사다.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신 이사장의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업체들이 검찰의 압수 수색에 대비해 서버를 교체하고 관련 문서를 파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앤 행위에 경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롯데그룹 정도의 대기업 관련 업체에서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이처럼 노골적으로 증거 인멸에 나선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검찰은 이들 회사가 자행한 증거 인멸 배후에 롯데그룹 수뇌부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일 도박 혐의로 8개월 실형 만기 출소한 정운호 씨를 다시 구속 수감하기 위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 혐의로 사전에 청구해놓은 구속 영장을 6일 집행해 곧바로 재수감하면서 정운호게이트'에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구속된 브로커 한모(58) 씨와 정 대표 등의 진술을 통해 신 이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정황을 어느 정도 포착하고, 이르면 이번 주내로 신 이사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이 그룹 개혁의 첫 번째 핵심 실천 과제로 제시한 호텔롯데 상장은 일단 이달말로 예정된 상장일정은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 상장 강행해도 흥행 타격 우려
게다가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이나 운영 과정에서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거의 확실시되던 잠실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 재승인도 장담할 수 없게 되고, 재승인에서 탈락하면 호텔롯데 상장을 강행한다고 해도 공모가가 낮아져 상장으로 확보하려던 5~6조 원대의 자금 규모도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신동빈 회장을 괴롭히는 악재는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 최근 롯데홈쇼핑은 국내 방송 사상 처음으로 '황금시간대 6개월 영업 정지'라는 처분을 받았다. 협력 업체에 대한 갑질로 지탄을 받은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과정에서 '갑질'과 관련된 사안을 제출한 심사서류에 고의로 누락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또한 롯데마트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주범 기업 중 한 곳으로 지목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제조. 판매업체로는 롯데마트가 가장 먼저 대국민사과를 하도록 해서 검찰 수사의 예봉을 누그려뜨리려했으나, 법원 보상 결정에 이의신청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후속 조치로 "거짓 사과에 불과하다"는 역풍을 일으켰다.
결국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던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당시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2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신영자 이사장과 함께 "사법 처리가 불가피할 롯데그룹 고위 인사들"로 거론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