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공공기관에서 이사회 결의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노동관계법상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노조 동의나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국회입법조사처가 그 효력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제대로 된 절차를 무시하고 강행하고 있는 정부의 방침에 국회입법조사처가 제동을 건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8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의한 이사회는 공공기관 경영진, 사용자 측의 의사 결정 기구"라며 "공공기관 이사회가 근로기준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회 결의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더라도, 이런 결의에 의해 도입된 성과연봉제는 노동관계법상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이 유효하려면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 아니거나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있거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 중 하나에 해당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입법조사처는 "성과연봉제의 도입 및 실시를 위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근로자들(일부)의 기존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 불이익 변경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는 "사용자의 지배,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측의 자율적, 집단적 의사결정에 따른 동의 방법으로 이뤄져야 하는"만큼, 일부 기관에서 추진한 "개별적 회람, 서명을 통해 근로자 과반수의 찬성을 받은 것만으로는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입법조사처는 밝혔다.
정부가 이사회만을 통한 일방 추진의 근거로 내세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의 규정을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을 이유로 이를 인정한 사례는 드물다"고 입법조사처는 판단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같은 답변을 근거로 "졸속적이고 위법하게 추진된 성과연봉제는 없던 일이 되거나, 안 하니만 못한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민주 진상조사단 "동의서 서명하라고 11번이나 면담 강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성과연봉제 불법실태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5월 24일부터 현장을 다니며 진상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부서별 할당을 부여하거나 찬반 여부를 인사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부당한 지시가 있었고 적게는 3번에서 많게는 11번이나 상급자에 의한 면담이 강제되는 일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진상조사단은 "조사기관 모두 과반수 노조가 있었음에도 노조 동의 없이 직원 동의서를 근거로 이사회 의결을 강행했고 그 과정에서 인권유린이 확인됐다"며 이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단장이었던 한정애 의원은 "개별 동의서를 통한 이사회 의결을 불법적 방법으로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대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감사를 청구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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