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 핵 문제 접근법을 '이란 모델'로 공식화하며 국제 공조를 통한 제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강도 금융 제재 등으로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핵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6일(현지 시각) "백악관은 이란식 제재가 효과적이란 것이 입증됐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로즈 부보좌관은 이날 미국 군축협회(ACA)가 워싱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서 개최한 토론회 기조 연설에서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이 미국이 세계에서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러 나라들과 금융 기관들이 미국과 공조해 이란에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 이란과 거래하는 많은 제3국 기업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아도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미국이 이란식 모델을 염두에 두고 최근 북한에 대한 '주요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 등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식 경제, 금융 제재가 효과를 보려면 국제 공조, 특히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로즈 부보좌관은 중국을 겨냥해 대북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박 수위도 한층 끌어올렸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 계속 대화하고 있고 6일 베이징에서 개막된 두 나라 간 전략 경제 대화에서도 재무장관이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존 케리 국무장관도 미-중 전략 경제 대화 개막 연설에서 "이란이 핵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미-중은 힘을 합쳤다"며 "미국은 앞으로 이란 핵 문제를 모범으로 삼아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이런 요구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간에는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이견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럴 때는 서로가 상대의 처지를 생각해줘야 한다"고 케리 장관과 온도 차를 보였다.
'이란 모델'이 북한 핵 문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미국 국가정보국(NSA) 동아시아 국가정보조정관 선임보좌관을 지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 대학교 교수는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강력한 제재로 북한 정권의 행동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중국 정부는 경제 생활권이 겹치는 국경 지역 상황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제재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 주기 어려워 이란 핵 문제 해결식의 공조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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