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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MB, '청와대 뒷동산'에서 '촛불'을 본 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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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MB, '청와대 뒷동산'에서 '촛불'을 본 두사람

[기자의 눈] 그들이 본 건 정말 '촛불'이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6월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다"고 나름의 진솔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 대통령은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면서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고도 말했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서 촛불을 쳐다본 사람이 이 대통령만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탄핵파동 이후 직무에 복귀한 직후의 기자회견에서 "한밤 중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그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봤다"면서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수준 높은 시민들을 상대로 정치를 하려면 앞으로 누구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넷에선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문을 표절(?)했다는 빈축이 화제라지만, 이 대통령이 '광화문 촛불의 웅장한 위력'을 진실로 실감할 수 있다면 행위의 모방은 백번이라도 권하고 싶다.

촛불과 <조선일보> 전광판
▲ 청와대 뒷동산에선 <조선일보> 전광판도 눈에 확 들어온다ⓒ프레시안

기자는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에 '청와대 뒷동산'에 올라가 볼 기회가 있었다. 본관 뒤 쪽 오솔길을 10여 분 올라가면 세종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그마한 전망대가 있다. 당시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코리아나호텔에 외벽에 붙어있는 <조선일보>의 대형 전광판이었다.

동행한 청와대 관계자와 "매일 대통령이 여기 올라와서 삿대질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를 나누기도 했다. <조선일보> 전광판을 쳐다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노 전 대통령은 종종 뒷동산에 오른다는 전언이었다. 아마 이 대통령도 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리 대통령을 구하자"는 2004년의 광화문 촛불이 노 전 대통령에게는 큰 힘이 됐을 것이다. 반면 정권 퇴진 구호까지 동반하는 2008년의 광화문 촛불은 이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 올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촛불을 보며 "수준 높은 시민들을 상대로 정치하려면 쉽지 않을 것이다"는 소감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한미FTA, 이라크 파병-파병연장 등을 강행하면서는 '시민과의 대화'보다 '역사와의 대화'를 선택했다. '역사와의 대화'를 선택한 순간 노무현을 지키던 촛불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눈'으로만 촛불을 봤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광화문 촛불을 보며 스스로를 자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내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했다면 재협상을 주저않고 받아들였겠지만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나름의 진정성을 인정해보면 이명박 판 '역사와의 대화'인 셈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지난 16일 기명 칼럼을 통해 "더구나 외국인의 관점에서 볼 때 수도 서울에 몇만, 몇십만 명이 시위했다고 대통령이 국정일관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후퇴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면 그의 대외 신인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면서 "쇠고기 문제를 떠나 이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한미관계가 퇴색되지 않을까도 걱정이다"고 일갈한 바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이 김 고문의 칼럼의 영향을 받았는 진 모르겠다. 하지만 '명박산성'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날', 이 대통령은 청와대 뒷동산에 올라 혹여 촛불보다는 코리아나호텔의 <조선일보> 전광판만 쳐다보고 내려온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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