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은 인천에서 출발한 세월호가 제주에 도착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는 제주에 오지 않고 있다.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된 세월호. 안산 단원고등학교 수학여행단을 포함해 476명이 타고 있었던 세월호.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아직도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양, 2학년 2반 허다윤 양, 2학년 6반 남현철 군, 2학년 6반 박영인 군, 단원고 교사 고창석·양승진씨, 또 일반인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 군, 이영숙씨까지 실종자 9명은 세월호와 함께 바다에 갇혀있다.
16일 오후 7시, 세월호 목적지였던 제주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문화제 '잊지 않겠습니다. 그 봄날을'이 열렸다.
제주벤처마루 10층에서 진행된 문화제 무대 위에는 배 조형물이 설치됐다. 배에는 노란 리본이 가득 달려있었고, 노란 풍선도 함께했다.
리본마다 손글씨가 적혀있었다.
'살고싶어요'
'세월호를 인양하라'
'세월호에 사람있다'
'진실을 인양하라'
이날 제주는 초속 10m가 넘는 강풍과 함께 많은 비가 쏟아졌다. 외출이 어려운 날씨였으나, 세월호를 잊지 않은 사람들 수백 명이 찾았다. 자리가 없어 절반 이상이 서있거나 바닥에 앉을 정도였다.
이들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특히, 어린이들이 많았다. 부모의 손을 잡고 참석했다. 어린이들도 형, 누나, 오빠, 언니들이 세월호 참사로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들은 다같이 '세월호 진상을 규명하라' '세월호 진실을 인양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홍영철 세월호참사대응 제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비 날씨로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다. 하지만, 세월호를 잊지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이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얘기가 거의 없다. 진행된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여당 추천 위원들이 대부분 특조위에 불참하고 있다. 권한도 거의 없다. 이래서 진상규명이 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홍 위원장은 "특조위 활동이 오는 6월 끝난다.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모두들 세월호를 잊지말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홍 위원장 말에 참석자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화제는 한인희 한인희무용단 대표 겸 라별합창단 대표의 춤사위로 시작됐다. 그는 전 제주도립무용단원이다.
한 대표의 춤은 마치 살풀이와 같았다. 흰 천을 이리저리 흔드는 모습은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아까운 생명들의 넋을 위로하는 듯 했다.
뒤이어 가수 조성진의 공연과 볍씨학교 학생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또 마임이스트 이경석의 공연, 보물섬학교 학생들의 합창까지.
모두의 춤과 노래는 차분했다. 차분하게 진행됐다기 보다 어떤 몸짓과 음색도 그렇게 다가왔다.
추모문화제 참석자들은 때때로 눈을 감았고, 두 손을 모았다. 또 크게 박수를 쳤다.
2년 전 상황이 떠오르는 듯 가끔씩 한숨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날 추모공연에 참가한 이모(50)씨는 추모 분위기가 싫다고 말했다. 이유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안됐기 때문이란다.
이씨는 "슬프다. 아직 밝혀진 것이 없는데, 추모라니. 진상이 완전히 규명된 이후 추모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추모 분위기가 싫다는 이씨에 말에서 자신은 아직 304명의 생명과 실종자 9명을 가슴 속에서 놓지 않았다는, 하늘나라로 보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전해졌다.
추모문화제는 9시를 훌쩍 넘겨서 긴 여운을 남기고 마무리됐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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