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거짓말쟁이가 아니었다. 2년이 흘렀어도 '잊지 말자'던 그 다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빗발치는 폭우에도 2주기 문화제 자리를 지킨 1만20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은, 서로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광장에 다시금 시민을 불러들인 기억의 힘은 강했다.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은평갑 당선자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것이 '오만한 새누리당을 꺾은 힘'이었을까.
"아이들이 국가다, 이 '개새O'들아!"
세월호 2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억, 약속, 행동 문화제'가 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의 주최로 열렸다. 광장은 분향소에 들렀다가 문화제를 찾은 시민들로 한 시간 전부터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광장 바깥쪽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 그리고 건너편 인도 역시 세월호 2주기 행사에 참가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오후 내 내리던 이슬비가 장대비로 바뀔 무렵, 방송인 김제동 씨가 무대 위에 예고 없이 깜짝 등장했다. 문화제 사전 진행자로 나선 것. 김 씨는 "(세월호 참사를) 책임져야 할, 그러나 지금 어딘가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여기서 이렇게 함께 비를 맞고 있는 여러분이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짧은 시간 '격정 발언'으로 박수를 받았다.
"가끔씩 사람들이 묻습니다. 국가가 무엇이냐고요. 누군가 '나라 지키려 가다가 죽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신경을 써야 하느냐'라고 해서 제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이들이 국가다, 이 개새O들아!' 거기 있는 아이들이 국가고, 아버지가 국가입니다."
박주민 "어리바리, 우물쭈물…그러나 여러분의 힘으로 당선"
이날 행사는 '문화제'답게, 이소선 합창단, 송경동 시인, 유로기아와 친구들, 우리나라 등의 무대가 펼쳐졌다. 또 추모 발언도 이어졌다.
가장 주목받은 연사는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으로, 이번 20대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였다.
"어리바리, 우물쭈물, 어색, 뻘쭘. 그러나 여러분의 힘으로 당선됐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은평갑 당선자 박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 당선자는 국회 입성을 앞두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거짓말에 속을 수 없고 깨뜨려야 합니다.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고 그 외 수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오만한 새누리당을 꺾은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한 번만 더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세월호 4대 정책 과제 이행을 약속한) 120명의 당선자, 물불 안 가리고 싸우겠습니다. 저 박주민, 맨 앞에서 꿋꿋하게 걸어가겠습니다. 싸우겠습니다."
4.16연대, 세월호 특별법 개정 '6월 집중투쟁' 선언
박 당선자와 야당의 총선 승리에 힘입어,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연대 단체 측은 세월호 과제를 완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선 특조위가 기간 연장을 통해 선체 조사할 수 있도록 오는 6월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위한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6월은 특조위가 예산 부족으로 인해 활동 기간이 사실상 종료되는 시점이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위원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거 정부가 정하는 게 아니다. (세월호 과제가) 끝날 때까지 가야 한다"며 6월 집중투쟁을 선언했다.
"특별법 개정과 인양에 대한 답을 얻어냅시다. 작년 1주기 투쟁을 하면서 제가 구속됐습니다. 올해는 제가 안 되고 다른 사람 구속되려고요. 이 싸움 이끌어가겠습니다. 포기할 수 없는 싸움 만들어가겠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보내준 이 열의와 마음 함께 모아서 반드시 해내야 합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오늘 강한 바람과 비가 내리치고 있다. 마치 곧 닥쳐올 새로운 시련을 예고하는 듯한 비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변함없이 중심 잡으며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세월호 4대 정책 이행을 약속한 120여 명의 20대 총선 당선자들을 향해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제안한 세월호 4대 과제는 △세월호특조위 독립적인 조사 보장,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 △중대재해기업 처벌 제도 신설, △4.16 피해구제 및 지원특별법 개정 등이다.
유 집행위원장은 시민들에게도 감시 활동을 당부했다. 그는 "여러분이 사는 동네에도 한 분씩 들어가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톡하고 텔레그램하고 문자해서 '왜 약속 안 지켜'라고 하며 힘을 북돋아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문화제는 단원고 희생자 고(故) 남지현 학생의 언니 남서현 씨가 국가의 재해 예방 및 국민 보호 역할 등을 명시한 헌법조문과 4.16 인권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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