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1980년대 정치적 탄압을 받고 미국에 망명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파악, 전두환 정권에 보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17일 '외교문서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생산된지 30년이 지난 1985년도 문서 등을 일반에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외교문서는 총 1602권, 25만여 쪽에 달한다. 그 중 반 총장이 등장하는 외교 문서가 있어 주목된다.
'5공' 시절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광주 민주화운동의 배후로 지목받아 내란 음모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에 망명을 갔었다.
당시 미국의 학계 인사 등 130명으로 구성된 '김대중 안전귀국 보장 운동'(campaign to assure a safe return for KIM DAE JUNG)은 김 전 대통령의 안전 귀국을 요청하는 연명 서한을 전두환 당시 대통령 앞으로 보낼 예정이었다.
당시 하버드 대학교에 연수중이던 반 총장은 김 전 대통령 귀국 동향 등의 '정보 수집 관련자'로 외교 문서에 등장한다.
당시 전두환 독재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의 귀국을 막으려 했었다. 유학생 신분이어서 보고 의무에서 자유로운 반 총장이, 정권을 위한 정보 수집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조력자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1985년 1월 7일 유병현 주미 한국대사가 이원경 외무장관에게 '김대중 동정'이라는 제목으로 보낸 문서를 보자. 이 문서에는 "하바드 대학에 연수 중인 반기문 참사관이 1월 7일 동 대학 교수로부터 입수, 당관에 통보하여 온 바에 의하면 당지 (Campaign to assure a safe return for KIM DAE JUNG)가 주동이 되어 약 130명의 미국 학계, 법조계 인사가 연서한 대통령 각하 앞 김대중 안전 귀국 요 청 서한을 1월 10일 경 발송 예정이라 함"이라고 쓰여 있다.
서한의 내용과 관련해 이 문서는 "동 서한의 요지는 김대중의 무사 귀환과 Public life(공적 생활)의 보장, 이를 통해 국내적인 신뢰를 도모하는 것은 85년 국회의원 선거, 86 아세안 게임, 88올림픽 및 88년 대통령 선거를 위한 Social harmony(사회적 화합)의 Critical moment(결정적 순간)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함"이라고 했다.
또 "동 서한에 연서한 인사는 하바드 대학 총장, 라이샤워 교수, 브레진스키 교수, 헌팅턴 교수, 미네아폴리스 시장 등인 바, 동 서한은 접수되는 대로 송부 예정"이라고 돼 있다.
반 총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구명 활동을 하는 미국 지식인들의 동향을 정권에 보고한 셈이다. 전두환 정권은 당시 김 전 대통령 귀국을 막는 데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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