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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4년째 불참…"정부, 유족 아픔 해소에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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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4년째 불참…"정부, 유족 아픔 해소에 최선"

원희룡 "4.3, 과거사 갈등해결 모범… 4.3해결 3대원칙 실행"

너무도 원통해서일까. 오늘도 하늘이 어김없이 울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봄기운이 화사했던 ‘세계평화의 섬’ 제주였지만 날이 바뀌자 달랐다.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 자락에 흩날리는 빗방울은 최근 희생자 재심사 문제로 심란한 유족들이 울분을 토해내는 듯 했다.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한 박근혜 대통령조차 4년째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정부를 대신해 참석한 최고위 인사는 ‘4.3희생자 재심사’추진으로 유족과 도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황교안 국무총리였다.

황 총리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위령사업 등을 통해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추도사의 절반 이상은 제2공항, 新항만 건설 지원 등을 약속하며 국민화합과 단결만을 강조해 아쉬움을 남겼다.

제68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4월3일 오전 10시 행정자치부 주최, 제주도 주관으로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황교안 총리를 비롯해 원희룡 제주도지사,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 등 각계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엄숙하게 봉행됐다.

▲ 왼쪽부터 원희룡 도지사, 이석문 교육감, 양윤경 4.3유족회장, 이문교 4.3평화재단 이사장. ⓒ제주의소리


추념식에 앞서 오전 7시30분에는 유족 등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식전 제례가 진행됐고, 오전 9시10분부터는 위령제단에서 불교,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4대 종단 성직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종교 추모의례가 진행되기도 했다.

날씨가 변수였다. 우여곡절 끝에 추모식이 야외에서 열리긴 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날까지만 해도 비 날씨가 예고되면서 실내-야외 행사 2가지 상황에 대비해 행사 준비가 이뤄졌다.

그래도 다행인지, 가는 빗방울이 오락가락 하는 날씨 속에 올해도 야외에서 추념식이 진행됐다.

이날 추념식에는 4.13총선과 맞물려 여·야 지도부가 총 출동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중앙선대위 안형환 대변인과 정성일 부대변인이 동행했다. 하지만 전국 유세일정을 이유로 추념식 행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제주를 떠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종인 대표와 제주출신 강창일·김우남 의원이, 정의당에서는 김세균 공동대표, 국민의당에서는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석해 4.3문제 해결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총선 후보들도 일찌감치 참석, 유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4.3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위령제가 진행된 한라산 자락에는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다. 반세기 넘는 기다림 끝에 국가행사로 위령행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희생자 재심사’ 문제로 유족들의 마음을 후벼 판 까닭인지, 유족들의 눈물과 뒤섞인 듯 했다.

무엇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4.3 관련단체와 경우회 등 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을 건의했음에도 이뤄지지 않아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양윤경 제주4.3유족회장은 인사의 말씀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께서 ‘4.3희생자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줘 유족과 도민들의 자존심을 지켜줬다”면서도 “오늘 이 자리에 대통령께서 직접 참석해 헌화, 분향했으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은 차마 지울 수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유가족들의 마음을 널리 헤아려 휴일에라도 꼭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 앞줄 왼쪽부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황교안 국무총리. ⓒ제주의소리


양 회장은 끊임없이 ‘4.3흔들기’를 하고 있는 일부 보수단체에 쓴 소리도 건넸다.

양 회장은 “아직까지도 일부 극우보수단체에서는 4.3흔들기를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다. 근거 없는 사실을 유포해 화합의 분위기를 훼방하고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유족과 도민의 아픔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그 동안의 4.3으로 인한 낡은 이념 갈등을 끝내고 화해와 상생의 장으로 나와 달라”고 말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모두가 희생자이기에 모두가 용서한다’는 애월읍 하귀리 영모원의 4.3추모글을 인용한 뒤 “4.3해결 과정에서 제주인들이 견지해온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잘 말해주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과 정부의 공식사과 등 4.3해결을 위한 노력은 2014년 국가추념일 지정까지 이어지면서 과거사 갈등해결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제주도민들의 4.3해결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추념식에서 제시한 4.3문제 해결의 3대 원칙(관용, 국민통합과 세계평화의 가치 구현, 미래세대의 교훈 전승)과 관련해 “올해는 3대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들이 추진되고 있다”며 “4.3평화공원 3단계 사업을 올해 중으로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황교안 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4.3사건으로 안타깝게 희생되신 희생자 영전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며 4.3영령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황 총리는 “지금부터 68년 전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오랜 시간 큰 고통을 겪어온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위령사업 등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특히 올해는 제주도가 출범한 지 70주년, 특별자치도로 한단계 더 도약한 지 1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라며 “정부는 제주 신항만과 제2공항 건설 등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더욱 평화롭고 더욱 번영하는 선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화합과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런 의미에서 제주도민들이 보여준 ‘화해와 상생’의 4.3정신은 우리 국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도민들의 관용과 통합의 노력이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한 공동체로 만드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의 추념사를 끝으로 ‘4.3평화정신, 제주의 가치로’를 주제로 한 추념식이 끝나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4.3유족들은 궂은 날씨 속에도 헌화와 분향을 하며 68년 전 영문도 모른 채 스러져간 4.3영령들을 위무하며 영면을 기원했다.

국가추념식으로 치러진 이날 위령행사는 제주뿐 아니라 서울과 부산에서도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전 국민적 추모의 정을 모아내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4월23일 도쿄에서 4.3추모행사가, 4월24일에는 오사카에서 ‘재일본 4.3희생자위령제’가 열린다.

한편 이날 추념식 진행 과정은 KBS제주방송총국을 통해 30분간 전국으로 생중계 됐다. 제주MBC, JIBS, 제주KCTV는 도내 생중계 방송을 통해 68주년 4.3희생자추념식 전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제주의소리>도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했다.

프레시안=제주의 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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