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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 33년만에 재심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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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 33년만에 재심 열린다

[언론 네트워크] 법원, '경찰 수사과정의 가혹행위·불법구금' 인정…"재심 개시"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의 진실을 밝힐 재심이 33년만에 열리게 됐다.

대구지방법원(제2형사단독 김태규 부장판사)은 1983년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에 연루돼 1984년 1월 19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구지법 1심 재판에서 전원 '유죄' 판결을 받은 박종덕(60), 함종호(60), 손호만(58), 안상학(55)씨 등 5명이 청구한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 (왼쪽부터)함종호, 손호만, 박종덕(2016.1.26.대구지법) ⓒ평화뉴스(김영화)

2013년 5월 재심청구 후 모두 2차례의 심리기일을 거쳐 3년만에 재심이 확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당초 이달 중순 쯤 법원에서 최종 재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그 대신 청구인들에게 결정문을 통보하는 것으로 재심확정을 알렸다. 재심공판 기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1983년 9월 22일 발생한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에서 당시 경찰들은 청구인들을 용의자로 지목해 수사과정에서 불법구금한 후 고문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수사기관의 이 행위는 형사소송법상의 불법체포, 감금죄, 폭행, 가혹행위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특히 "이 사건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보면 청구인들에게 이뤄진 당시 경찰 수사는 시작부터 위압적이었다"면서 "자의로 수사기관을 떠날 수 없는 상황, 조사 중 잠을 재우지 않거나 주리를 틀거나 구타하는 등 많은 고문이 이루어진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1983년 9월 23일 <동아일보> 2면에 나온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 관련 기사.

또 "비록 당시 수사 경찰이 법정에 출석하여 '고문 행위가 없었다'고 하나, 청구인들이 법정에서한 진술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경험하지 않은 자로서 선뜻 지어내기 어려운 내용들로 이뤄졌고 진술 태도도 신뢰할 만했다"며 "또 고문전문가로 알려진 이근안이 당시 수사에 관여했고, 일부 청구인들은 아직 당시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여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이 사건이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형법 제420·422조는 '원판결의 증언·증거물이 허위나 위조인 것이 증명될 경우 유죄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종덕씨 등 5명은 당시 사건이 "불법구금·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을 강요받은 조작된 사건"이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은 '재심' 결정을 환영했다. 함종호 씨는 16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33년만에 진실을 알릴 재심이 확정돼 환영한다"며 "아픈 기억을 되새기는 고통이 동반됐지만 뒤늦게 재판부에서 진실을 확인해줄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밝혔다. 손호만씨도 "감금 조사 받은 일이 33년간 응어리졌는데 재심확정으로 명예회복 기회를 갖게 됐다. 오직 진실이 밝혀지기만 바란다"고 말했다.

▲ 박종덕 등 5명에 대한 1984년 1월 19일 법원 1심 판결문. ⓒ법무법인 덕수

1983년 9월 22일 저녁 9시 30쯤 대구시 중구 삼덕동 대구 미국문화원 앞에 높인 가방에서 TNT 등이 터져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정부는 합동신문조를 꾸려 1년간 74만여명을 수사했지만 진범을 검거 못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경북대 '학생운동권' 박종덕 등 7명은 경찰에 구속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이들 중 5명을 '국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1984년 이들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모두 항소를 포기했다.

그러나 2010년 진실화해위는 "조사결과 박종덕 등은 이 사건과 관계 없이 구속됐다"며 "경찰은 30일간 이들을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가혹행위를 하고 자백을 강요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고 국보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도록 했다. 반인권적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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