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책사업 밀어붙이기가 능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책사업 밀어붙이기가 능사?

[해군기지 준공] ②반쪽짜리 민·군복합항, 진척 없는 갈등 해결

2007년 6월 국방부와 제주도의 협의에 따라 강정이 제주해군기지 건설부지로 확정된 이후 9년이 흘렀다. 국방부는 2010년 1월 항만공사를 시작해 6년만인 2월26일 준공식을 연다. 지금도 강정마을에는 노란색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마을공동체는 붕괴됐고 주민들은 전과자로 전락했다. 콘크리트로 메워진 강정해안은 본 모습을 완전히 잃었다. <제주의소리>가 제주해군기지 준공식에 맞춰 세 차례에 걸쳐 해군기지의 건설과정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그리고 강정의 눈물 9년
②반쪽짜리 민군복합항, 진척 없는 갈등 해결
③삐끗한 원희룡식 진상조사, 출구는 어디에?

대양해군과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국책사업이라는 당위성을 갖고 출발한 제주해군기지. "군사적 긴장 속에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것"이라는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힌 정부와 해군은 2008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해군기지에 민항 기능을 더한 민군복합형관광미항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정부와 해군이 오는 2월26일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준공식을 갖지만 대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아니다. 민항 기능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2017년 6월까지는 '반쪽짜리·무늬만' 민군복합항이라는 꼬리표를 떼려야 뗄 수 없다.

이 밖에도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의 골을 메워야 하는 문제는 정부와 제주도가 풀어야 할 지상과제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 2013년 5월10일 서귀포시 제주해군기지 앞 농성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에 나서자 당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쇠사슬을 목에 메고 격렬히 저항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수억원대 벌금에 전과자 딱지까지…무너진 강정마을 공동체 복원 시급

정부와 해군 입장에서 '준공식'은 그 의미가 각별할 것이다. 반대로 지금까지 10년째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마을공동체는 산산조각 나고, 주민들은 졸지에 범법자가 되면서 강정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니, 언제 마침표를 찍어야할지 앞날이 캄캄한 미래 진행형일 수 있다.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평화롭던 강정마을에 불협화음이 일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다.

이전까지 제주해군기지 후보지로는 안덕면 화순리, 남원읍 위미1·2리가 물망에 올랐다. 이들 지역주민들은 "어민 생존권을 박탈하고, 주민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결사 반대했다.

이런 와중에 느닷없이 강정마을회가 해군기지 유치를 선언하게 된다. 이 때가 2007년 4월26일이다. 당시 마을회장이 윤태정씨였다.

마을주민 86명이 참여한 임시총회가 이렇게 평지풍파를 일으킬 줄 몰랐을까. 제주도는 그해 5월 후보지 3곳 중 찬성률이 56.0%로 가장 높은 강정마을을 최우선 해군기지 대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마을 내부에 반대 목소리가 커졌고 강정마을회는 2007년 8월11일 임시총회를 다시 열어 윤태정 회장을 전격 해임하고 강동균씨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지난한 반대투쟁의 시작이었다.

대법원이 2012년 7월 해군기지 건설은 합법이라고 판결을 내렸음에도 이들의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외롭게 진행되던 투쟁이었지만 전국에서, 해외에서 관심을 보이면서 강정마을은 '대한민국 갈등 1번지'로 떠올랐다. 평화활동가들이 속속 강정마을로 몰려들었고, 이들은 온 몸으로 공사 진행을 막았다.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은 공권력 앞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700명이 넘는 주민과 활동가들이 연행됐고, 전과자가 됐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져 부과된 벌금만도 현재까지 3억8000만원(392건)에 육박한다.

이는 '새발에 피'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국방부는 군 관사 공사장 앞 강제철거에 든 행정대집행 비용 8970만원을 마을회가 내야 한다며 독촉장을 보냈다. 삼성물산과 대림건설 등 시공사들은 주민·평화활동가들의 방해로 손실을 봤다며 해군에 수백억 대의 배상금을 청구한 상황이다. 해군은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마을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으로 갈려 반목하면서 마을공동체는 완전히 무너졌다. 지금은 형제·친척들조차 명절·제사까지 따로 지낼 정도로 앙금이 깊어진 곳도 많다.

▲ 강정마을회는 2016년 2월26일 제주해군기지 준공식이 열리는 날, 해군기지 앞 충혼비역 일대에서 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을 열고 끝없이 평화의 길을 호소하기로 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특별사면 건의에도 메아리 없는 정부…국책사업 강행하면서 갈등해결엔 '뒷짐'

민선 6기 제주도지사를 뽑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강정문제가 다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혜성같이 등장한 원희룡 지사는 '진상조사를 통한 갈등해결'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원 지사는 강정마을과 인접한 중문 출신이다. 당시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이끌었던 고권일 반대대책위원장과는 중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출구가 보이는 듯 했다. 원 지사는 △마을총회 결과 등을 포함한 민주적 절차 준수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등 해군기지 건설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이와 함께 강정마을 주민들의 자존과 명예 회복, 충분한 보상, 마을공동체 회복과 발전을 위한 각종 지원, 민·형사상 법적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고 했다.

원 지사는 취임 후 곧바로 강정마을과 대화를 시작했고,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갈등해소지원단은 물밑에서 이견을 조율해나갔다. 전임 도정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그해 9월에는 해군기지 추진과정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지원 조례안' 제정에 나서기도 했다.

강정마을회가 해군관사 건설 철회를 조건으로 진상조사를 수용하겠다고 하면서 8년간 꼬일 대로 꼬인 해군기지 문제가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한 달도 안돼 처참히 무너졌다. 국방부(해군)가 2015년 1월 군 관사 공사장 입구에 설치된 농성천막을 강제 철거(행정대집행)하면서 진상조사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협상 카드를 잃어버린 원 지사는 사법 처리된 주민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청와대에 건의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한 지난해 8.15특사 때도 강정주민들 이름은 없었다.

정부(국방부·해군)와 강정마을회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했던 원 지사의 절충 노력도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 갈등해결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카드는 기껏해야 '해군기지 갈등해소 지원사업' 정도다. 제주도가 지난해 8월 제안한 것으로,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원사업 계획'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제주도는 주민들이 직접 마을발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을 자체적으로 모든 계획을 짜도록 하되, 원할 경우 전문 기관에 맡겨 용역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마을회는 일단 '수용' 입장을 밝힌 상태다.

▲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조감도. 15만톤급 크루즈 2척을 동시에 접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26일 준공식을 앞둔 현재 해군함정 계류시설만 완공이 된 상태다. 크루즈 접안시설 및 전용터미널이 완공될 때까지는 '무늬만' 관광미항 꼬리표가 따라붙게 됬다. ⓒ제주의소리

◇ 군항만 속도전! 강정 민군복합미항 '반쪽' 언제까지

마을공동체 복원과 갈등해결이 소프트웨어적인 해결과제라면, 진정한 의미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은 하드웨어적으로 풀어야 과제로 꼽힌다.

정부가 26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준공식을 개최하지만 당분간은 '반쪽짜리' 군항으로만 활용될 전망이다. 군항 및 군부대 지원시설 공사는 속도를 낸 반면 민항(크루즈) 관련 공사는 상대적으로 뒤처졌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올 한해 제주를 찾는 크루즈 관광객이 100만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연말 2016년 크루즈 선석배정 신청을 마감한 결과, 총 563회분의 예약이 모두 완료됐다. 크루즈 선박 1척에 2000명에서 최대 4000명 정도의 관광객이 탑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100만명 돌파는 무난하다.

문제는 26일 준공하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크루즈 관광객을 수용할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숱한 논란이 됐던 '무늬만' 관광미항이라는 지적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강정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온전한 제 모습을 갖추려면 앞으로 1년4개월은 더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크루즈 접안시설은 빨라야 3월말 완공된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크루즈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접안시설이 완공되더라도 출입국심사, 세관심사 및 검역심사를 위한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 급한 대로 '선상심사'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접안시설에서 뭍으로 빠져나오는 데만 1.4㎞ 거리다.

크루즈터미널은 2017년 6월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이 역시 완공 시점을 맞출 지는 미지수다. 현재 제주도는 크루즈터미널 공사와 관련해 설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크루즈 선박 접안시설 및 터미널 공사가 추진되더라도 최소 2017년 6월까지는 그토록 논란을 낳았던 '무늬만' 관광미항이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녀야 할 판이다.

이런 가운데 강정마을에서는 크루즈터미널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세 차례 이상 임시총회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며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해군기지가 완공돼도 생명평화의 강정마을 가치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군 함정의 입항과 마을 황폐화 등 우려되는 사안에 대한 감시와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사업은 여전히 '미완'이다. 정부(국방부·해군)와 제주도가 진정한 의미의 '완성'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도민사회에서는 제주도가 대형 크루즈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관광미항 사업에 속도를 더 내 마을발전을 뒷받침하고,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맺힌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