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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친박' 경쟁에선 역시 '한나라 간판'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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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친박' 경쟁에선 역시 '한나라 간판' 우세

[총선현장] 엄호성-현기환, 親朴 후보의 격돌

부산 경남의 총선 관전 포인트는 단연 한나라당 소속 후보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근혜계 후보의 대결로 압축된다. '이명박 대 박근혜' 대결구도인 셈이다.

하지만 부산에는 친박 후보들끼리 '원조 친박' 경쟁을 벌이는 곳도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부산선대본부장을 지낸 엄호성 후보와 대외협력부단장을 지낸 현기환 후보가 격돌한 부산 사하갑이다. 엄 후보는 친박연대 소속으로, 현 후보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전했다.

PK 총선 열기의 땔감인 '이명박 대 박근혜' 대리전의 한 축이 무너진 곳. 누가 되더라도 박근혜계의 당선인 곳. 그래서 서로를 향해 '박근혜 전 대표를 파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라'고 삿대질 하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조용한 선거 분위기는 '이명박 없는 박근혜'의 존재감으로 볼 만하다.

"친박연대보다 무소속 연대가 낫더라"

판세는 3선을 노리는 엄 의원이 현 후보를 뒤쫓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수치가 그렇고 2일 부산 괴정의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엄호성 후보 본인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고 이를 인정했다.
▲ 친박연대 비례대표인 탤런트 김을동씨가 엄호성 의원의 지원유세에 나섰다ⓒ프레시안

상황이 녹록치 않다보니 엄 후보는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의 파괴력 차이가 꽤나 크게 여겨진 듯 했다. 그는 "최소한 부산에서 보면 무소속연대가 우리(친박연대)보다 낫다"고 말했다.

부산경남권의 무소속 후보인 김무성, 유기준 후보가 맹위를 떨치며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반면, 엄 후보를 비롯해 박대해, 김세현, 배진탁 등 지명도가 약한 '친박연대' 후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엄 후보의 거리 유세에는 친박연대 비례대표인 김을동 씨가 동행해서 지원유세를 폈지만, 무소속 연대의 김무성 후보가 다른 지역구로 원정나가 받은 환호에 비하면 강도가 한참 떨어져 보였다.

엄 후보는 탈당 후 '친박연대'를 선택한 이유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볼 때 (당선 후) 한나라당 복당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런 점에서 무소속보다는 정당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엄 후보의 이 말은 '한나라당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하는 일부 친박연대 지도부와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엄 의원은 "한나라당 외곽에서 한 몫을 차지하고 박근혜 대표를 밀면 대선 즈음에는 충분히 공간이 열릴 것이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구상은 지난 2002년 '노무현 지킴이' 미니 정당을 결성해 옛민주당과 합당하며 만만찮은 지분을 챙긴 유시민 의원의 개혁당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듯 했다.

그러나 미래가 어찌될 것인지는 현재의 국면에서 살아남을 때만 유의미하다. 그런 면에서 엄 후보는 친박으로 분류되는 상대 후보를 만난 '불행한'(?) 경우다. 이에 대해 엄 의원은 '원조 친박론'을 주창했다. 경선 때 잠깐 따라다닌 사람과 자신과는 박 전 대표와의 '친밀함의 농도'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엄 후보는 현기환 후보를 향해 "인지도도 떨어지는 인물인 데다가 노조 출신인데 지역개발을 할 역량이 되겠냐"고 비판했다. 주택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현 후보는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도 지낸 인물이다. 엄 후보는 "결국 지역주민들은 마지막엔 정치신인 대신 3선에 성공해 상임위원장이 돼 지역발전을 책임질 수 있는 나를 선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조 박근혜' 주장과 함께 낙후 지역의 개발 공약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지난 8년간 뭐했냐'는 부메랑으로 돌아 올 수 도 있을 것 같았다.

무쟁점 선거가 오히려 정치신인에게 유리해

이날 오후 <부산일보>에 보도된 여론조사에서 엄 후보를 넉넉히 앞선 탓인지 현기환 후보에게선 여유가 엿보였다.

부산일보와 부산MBC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지역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현 후보는 33.6%를 얻어 22.4%에 그친 엄 후보를 11.2%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 플러스 마이너스 4.4%p인 점을 감안하면 만만찮은 격차다.
▲ 부산 지역에서 '한나라당과 박근혜가 함께 선택했다'는 문장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하다ⓒ프레시안

현 후보 측은 "사실 처음에는 힘들었다"면서도 "인지도가 올라갈수록 지지도가 같이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후보 측은 "우리는 박근혜 대표의 성원을 업고 공천장을 받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박근혜가 같이 미는 후보'라는 이야기다.

하단시장에서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던 현 후보는 '보수적인 부산 정서상 노조 위원장이라는 이력이 부담되지 않냐'는 질문에 "그런 점이 전혀 없진 않지만 나는 금융전문가이고 합리적 노동운동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현 후보는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출신으로 국책은행인 주택은행에 오랫동안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머리띠 두른 노동운동가'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현 후보는 "굳이 엄 후보와 각을 세울 생각은 없다"면서도 "내 이력이 문제라면 경찰서장, 변호사 출신인 엄 후보는 얼마나 지역을 발전시켰냐"고 예상했던 역공을 가했다.

현 후보는 그러면서도 '친박후보'답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내각 구성이나 한나라당 공천에서 문제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 '즈그끼리 다 해묵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공천 받은 사실 자체가 그런 것이 바로잡혀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명박'이 없으니 '박근혜'가 힘을 얻을 리 없고, 그로 인해 '박근혜' 논쟁이 없으니 이 지역 선거는 쟁점 없이 겉돌고 있었다. 유일한 쟁점이라면 '엄호성에게 3선 뱃지를 달아줄 것이냐, 한나라당 간판을 건 현기환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냐' 정도로 좁혀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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