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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이가 엄마를 패면, 엄마는..." 우리 모두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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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이가 엄마를 패면, 엄마는..." 우리 모두 괴물!

[독서통]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옮긴 장혜경 씨

자본주의의 고도화에 맞물려 새로운 형태의 흉악 범죄가 늘어난다고들 합니다.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유영철의 흉악한 범죄가 세간에 큰 충격을 안긴 후, 유사한 형태의 사이코패스형 살인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증오가 사방에서 끓어오르는 게 느껴집니다. 세월호 사태로 우리는 국가가 국민을 버리고도 태연자약하게 오히려 유가족을 엄벌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드라마 <송곳>은 우리가 애써 눈감아온 한국의 비정한 실상, 그러니까 사람을 짐짝처럼 쓰고 버리려 하는 세태를 여과 없이 보여줬습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 아이들의 삶의 길은 이미 정해진 것 같지 않습니까? 10대 때는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며 시험 답안 찍는 기계로 길러지고, 대학에 가서는 등록금 때문에 허리 휘어가며 '직장 입시'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그래 봤자 입사 6개월 된 신입 직원을 '명퇴' 시키는 대기업, 노동자임을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는 공무원직이 모두의 인생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약간만 발을 잘못 디뎌도 바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죠. 엽기 살인마를 낳는 세상이 되었다는 한탄이 나오는 원인일 겁니다. 이런 현실을 직설적으로 은유한 <아메리칸 사이코>라는 영화가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삶을 '한국인의 근면함'이라고 상찬하기도 했던 것 같은데요. 우리의 이런 신화를 송두리째 '신자유주의적 사고'로 규정하고, 그 폐해가 사회 전체를 문드러지게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나왔습니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우리 모두를 괴물로 만들고 있다는 얘깁니다. 벨기에 헨트 대학에 재직 중인 정신분석학자 파울 페르하에허가 쓴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장혜경 옮김, 반비 펴냄)입니다.

또 신자유주의냐고요? '지금 내가 발 딛고 선 세계가 나를 괴물로 만든다'는 명징한 주장과 이를 실증하는 풍부한 사례로 가득 찬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를 또 나와 내 이웃의 맨얼굴을 다시 한 번 성찰하게 합니다.

김종배 <시사통> 편집인과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가 진행하는 '독서통'은 15일 이 책의 옮긴이 장혜경 번역가를 모셨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의 전문을 소개합니다.


▲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옮긴 번역가 장혜경 씨. ⓒ프레시안(최형락)

신자유주의가 만든 새로운 한국인 정체성

김종배 : 화요일 오후에 보내드리는 독서통 시간입니다. 지난주에 저희가 <당신이 믿고 가입한 보험을 의심하라>(구본기 지음, 생각비행 펴냄)을 다뤘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마뜩잖은 반응도 있었습니다. 그 책은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보험 설계사 입장에서는 '너무 단순화한다'고 보실 여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 소개할 책입니다. 제목부터 심상찮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입니다. 부제는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입니다.

강양구 : 이 제목을 접하고 생각난 건데요, 요즘 뉴스에 참 '욱'하는 사람들 이야기 많이 나옵니다. 요즘은 조금만 사회생활에 적응 못 하는 사람 이야기가 나오면 "사이코패스 아니야?" 하는 말이 나오죠. 그런데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같은 단어가 대중의 귀에 박힌 게 몇 년 안 되는 것 같아요. 요새 부쩍 늘어난 학교 폭력, 가정 폭력 심지어 데이트 폭력은 어떻고요?

이 책은 바로 이런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주는 책입니다. 저자가 조금 생소합니다. 파울 페르하에허라는 분인데요. 벨기에 헨트 대학의 교수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입니다.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이 네덜란드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저자도 네덜란드어로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국내에서는 명성에 비해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김종배 : 오늘 이 책의 역자 장혜경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장혜경 : 안녕하세요.

김종배 : 저희가 번역자를 두 번째 모셨어요. 대체로 번역할 때 어려운 게 뭔가요?

장혜경 : 책마다 다르죠. 소설은 소설 나름의 어려움이 있고, 인문서는 인문서 나름의 어려움이 있죠. 어떤 책도 속 썩이지 않은 적이 없어요.

김종배 : 이 책은 번역할 때 특히 뭐가 어려웠나요?

장혜경 : 이 책은 제 지식의 부족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철학 용어 같은 걸 일일이 찾아야 하니까요.

김종배 : 책 내용 따라가기가(어려웠다?).

장혜경 : 네, 그렇죠. 인문서는 그게 가장 힘들어요. 소설 같은 경우 문체를 잘 살려야 하니 문제인데, 인문서는 내용이 문제죠.

김종배 : 책의 독일어판이 있는데, 영어 번역판도 있다면 두 책을 번갈아 봅니까?

장혜경 : 그게 가장 바람직해요. 그런데 보통 여러 권을 대조할 시간이 안 돼요. 저희 번역가들은 항상 시간에 쫓기거든요. 이 책은 아쉽게도 대조를 못 해봤습니다.

김종배 : 번역 환경은 어떻습니까?

장혜경 : 정말 열악하죠. 10년 이래로 번역비가 전혀 오르지 않았거든요. 먹고 살기 쉽지 않아요. (웃음)

김종배 : 인건비가 정말 안 오르죠. 옛날 전두환 정권 때의 불법 과외비가 지금도 그대로잖아요. 공사판의 인건비도 20년째 그대로고요. (웃음)

강양구 :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 들어가 보죠. 이 책을 네덜란드 정신분석학자가 썼는데, 꼭 우리나라 얘기 같아요. 한국 저자가 우리나라 상황을 놓고 썼다고 해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예요. 사례도 꼭 우리나라에서 수집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최소한 나쁜 것만 놓고 보면 선진국 수준이 된 건가요? (웃음)

김종배 : 왜 다른 나라임에도 진단이 같을까. 그 이유를 바로 이 책 부제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연출되는 풍경은 똑같다.'

이 책은 '정체성' 개념에서 시작합니다. 정체성과 신자유주의를 매치시키는 게 큰 골격입니다.

강양구 : 그런데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독자는 약간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최근 정체성에 대한 도서 시장의 트렌드는 뭐냐면 정체성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거든요. 진화심리학, 뇌과학 등과 같은 과학 연구 성과가 그런 분위기를 부추겼죠.

그런데 이 책은 그런 흐름에 반기를 듭니다. '본성은 무슨 본성이냐. 정체성은 지극히, 완전히 사회적인 것이다.' 이렇게요. 저자는 그래서 개인의 고유한 특성, 혹은 더 나아가 본성을 강조하는 트렌드 자체가 신자유주의의 효과 아닌가 의심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관계가 중요하게 취급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이죠.

김종배 : 사실 쌍둥이라도 다른 환경에서 살면 다르다는 건 옛날부터 나온 얘기잖아요? 그런데 이처럼 우리가 당연하다 여기던 것이 최근 십수 년간 무시되어 왔죠?

장혜경 : 맞아요. 저자는 그런 변화 자체를 신자유주의에 연관시키는 것 같아요. 그런 변화는 곧 개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트렌드로 이어지죠.

김종배 : 그렇습니다. 결국, 신자유주의에 따라오는 게 능력주의잖아요. 그 능력주의를 떠받치는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개인은 다르다'는 거고요.

강양구 : 지난주 보험 얘기를 하고 나서 나온 격렬한 반응 가운데 이런 게 있었어요. "개인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걸 대비하는 게 합리적이고, 그런 수단이 바로 보험"이라는 의견이죠. 개인의 위험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는 사보험은 필수죠.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잖아요? 개인의 위험을 개인이 혼자서 감당할 게 아니라 사회가 나눌 수도 있잖습니까? 사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오랫동안 지향했던 긍정적인 방향 아닌가요? 복지 국가도 바로 같은 맥락이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건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 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었죠. 이게 바로 신자유주의 효과입니다.

▲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최고의 상류층을 꿈꾸는 직원은 끔찍한 살인마가 된다. 성공을 좇고, 명예를 좇던 자는 한편 그 스트레스를 마약, 섹스로 풀다 광인이 된다. 현실은 외줄타기와 다름 없고, 외줄에서 미끄러지는 순간 누구나 나락에 떨어짐을 알 때, 사람들은 사이코가 된다. 이 장면은 신자유주의 사회의 허망함을 상징하게 되었다.

직원 등급 매기는 사회가 과연 정상일까

김종배 : 저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신자유주의 사회를 '엔론 사회'로 비유합니다. 대규모 회계조작 사태로 세상을 뒤흔든 회사 말이죠.

저자는 엔론의 독특한 혹은 지금은 상식이 된 '점수 매겨 내쫓기' 시스템을 거론합니다. 직원을 20대 70대 10으로 나눠서, 그 중 10은 '잉여 인간'으로 취급해 축출할 대상으로 삼은 겁니다. 회사 구성원의 성과를 등급화하고, 그중 하류는 내쫓아버리는 거죠. 이게 신자유주의라는 겁니다.

강양구 : 로베르 카스텔도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신자유주의가 새롭게 만들어낸 두 가지 인간형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과잉 개인'이고 다른 하나는 '결핍 개인'이죠. 과잉 개인은 보통 사람 이상의 능력과 조건을 갖춘 사람이죠. 누굴까요?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입니다.

그 반대가 결핍 개인이죠. 생물학적으로는 분명히 사람으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하류들이죠.

김종배 : 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 칸에 탑승하는 사람들이군요?

강양구 : 그렇죠. 그런데 신자유주의 사회의 풍경이라는 게 이렇습니다. 한쪽에서 결핍 개인은 계속해서 도태되죠. 목숨은 부지하고 있지만, 사회적 발언권은 사실상 없죠. 그럼, 다른 한쪽의 과잉 개인, 즉 성공한 사람들은 행복할까요? 그렇지도 않아요. 그들은 늘 불안감에 찌들어 삽니다. 까딱 잘못하면 추락하니까요. 파울 페르하에허는 바로 이런 현실을 짚은 거죠.

장혜경 : 저자가 북구 사회에 사는 분이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복지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제가 지금 번역하는 또 다른 책은 독일 사람이 행복하다고 평가받는 13개 나라를 방문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왜 이 사람들은 이렇게 행복할까"라고 묻는 책입니다.

강양구 : 우리나라는 설마 안 끼었겠죠?

장혜경 : 당연하죠. 대부분 북구의 복지 국가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남미 쪽도 있어요. 정말 잘 살면서 행복한 국가와 가난하지만 행복한 국가를 다니는 거죠.

번역 중이긴 합니다만, 특히 북구 쪽에서는 '함께 거둬가자'는 개념이 강하더라고요. '한 사람도 도태시키지 말자'는 겁니다. 아마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런 책이 북구 쪽이어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이미 휩쓸린) 우리는 이런 개념을 잃어버린 거예요.

강양구 : 많이 소개된 일화입니다만, 우리 아이들이 의자 뺐기 놀이를 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의자 뺐기 놀이를 시키면 아이들이 즐겁게 합니다. 그런데 독일이나 북구 쪽에서 의자 뺐기 놀이를 시키면 ‘친구 의자를 어떻게 뺐죠?’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해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거죠. 괴물이 되느냐, 연대의 가치를 아는 시민이 되느냐.

김종배 : '엔론 사회'로 돌아가자면, 사람을 상류층과 하류층으로 나눈 다음 상류층에 사회가 요구하는 건 기껏해야 자선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가 걸핏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진리인 것처럼 얘기합니다만, 사실 그 개념에도 어두운 면이 있다는 거죠. 이렇게 가버리면 점수를 매겨서 꼴찌가 된 사람에게는 결국 모욕감이 옵니다. 모욕감 다음은 뭐냐? 거기서부터 괴물이 시작됩니다. 이 책의 뼈대가 그렇습니다.

장혜경 : 도태된 사람이 선택할 길은 방에 틀어박혀서 컴퓨터만 하거나, 아니면 적대적이 되는 거죠. 어제도 인하대학교 문과대학 구조 조정을 한다는 소식이 나오던데요, 지금도 무언가를 도태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우리 사회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강양구 :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이 간 대목이 교육에 대한 내용입니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사실 신자유주의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거든요. 우리는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걸 좋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인류가 교육에 이처럼 집착한 때가 없었어요.

김종배 :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대처할 방법은 교육밖에 없으니까요.

강양구 : 이 책은 이렇게 물음을 던지죠. 과연 이처럼 교육에 에너지를 투여하는 게 나나, 가족이나, 혹은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하느냐?

김종배 : 저자는 더 나아가 '가치중립적 교육은 없다'고 단호한 어조로 이야기하죠. 예전에는 교육의 중심이 가정이었는데, 신자유주의가 휩쓸면서 가정의 역할이 축소되었다는 겁니다. 이제 사람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데 가정이 아닌 사회가 더 큰 역할을 하게 된 거죠. 그 교육 과정에서 바로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주입된다고 지적합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이 '심리 장애가 이처럼 많아지는 건 장삿속'이라는 부분입니다.

▲ 끝없는 경쟁사회는 계속해서 '무언가 잘못 되었다'라고 강조한다. 설사 아동이라 할지라도. ⓒpixabay.com

부모의 교육열, 칭찬받을 일 아닌 이유

장혜경 : 이 부분은 제가 옛날 다른 책을 번역하면서 다룬 내용이기도 합니다. 정말 (가상의 장애를) 만드는 것 같아요. 해마다 늘어나는 병의 가짓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예요.

강양구 : 지금 정신의학계 최고의 화두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예요. 저희 아이가 태어날 때 조산 염려가 있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집사람이 병원에서 조산을 방지하는 약을 계속 맞아야 했죠. 그런데 의사가 그 약의 부작용 가운데 하나로 태어날 아이의 ADHD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겁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ADHD에 대해 찾아봤는데, 정말로 온갖 것이 다 ADHD와 상관관계가 있더군요. (웃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원래 어린애는 어느 정도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거거든요. 예전에는 그게 흉이 아니었죠. 그런데 지금은 이걸 병원에 가야하고, 심지어 약까지 먹여야 하는 병이 되어버렸죠.

장혜경 : 이런 생각도 해봐요. 주의력이 좀 떨어지는 걸 장애로 보게 된 이유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과 같은 곳에서 집단 생활해야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환경에서는 주의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골칫거리거든요. 그런 애에게 ADHD 낙인을 찍어서 아주 어린 단계부터 격리해버리는 겁니다.

김종배 : 듣고 보니 무서운데요. (웃음) 이 책은 왜 요즘에는 '병'이 아니라 '장애'라고 이름 붙이나, 이렇게도 묻죠. 그러고 보면, 정신과 관련된 병명은 대부분이 'XX 장애'로 이름이 붙습니다. 이렇게 보면, 현대 사회가 멀쩡한 사람을 괴물로 몰아가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어떻게 괴물로 만들어가는가'도 있는 거죠.

강양구 : 방송 처음에 했던 말, 그러니까 '요즘 이상한 사람이 늘어난다'는 현상도 조금은 다르게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상만 보지 말고, 기저를 봐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떻게 이상한 사람을 만들어내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겁니다. 옛날에는 그저 "성질 불같다" 하고 말걸, 요즈음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보게 됐죠. 이 책은 바로 그 이유를 따집니다.

김종배 : 번역자께서 특별히 이 책에서 힘줘 번역한 부분이 있나요?

장혜경 : 아무래도 저도 애 키우는 엄마다 보니, 교육 문제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웃음)

김종배 : 놀라운 게, 네덜란드 교육이 어쩜 이렇게 우리와 비슷합니까?

장혜경 : 아무래도 세계화 시대이다 보니까요. (웃음) 저희 아이들은 이미 컸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정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많이 봤어요. 저희 딸은 이제 취업했는데, 정말 힘든 과정을 보냈습니다. 주변을 보면 실제로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에 다녀온 친구도 있고요.

김종배 : 저도 글쓰기 강좌를 하다 보니, 20대를 여럿 접합니다. 이 친구들에게서 나타나는 사이클이 있더라고요. 일반적인 취업 준비생의 경우, 여러 군데 입사 원서를 내다가 계속 떨어지면 어느 순간 체념하게 되더라고요. 아예 수업에도 나타나질 않아요. 연락 두절, 말 그대로 잠수를 타다가 어느 순간 나타나는 친구를 보면 열에 아홉은 취업에 성공한 경우예요.

문제는 뭐냐면, 잠수 타는 그 심정이죠. 결국 '자기 격리'잖아요. 자기가 뭘 잘못했기에?

장혜경 : 아이들의 패배감이 정말 커요.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부모도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상태가 돼요.

김종배 : 이건 결국 사회 문제인데, 이를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바라보게 되니까 자존감이 나올 수 없죠. 이 책에서는 멋진 말이 나오죠. "정체성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말이요. 명절에 집에 가서 듣는 "너 취직했니?"라는 말이 바로 타인의 시선이죠.

강양구 : 어릴 적부터 자기를 존중하는 교육이 아니라, 끊임없이 평가받고 타인이 어떻게 나를 바라보는지에 신경 쓰게 하는 데에 우리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 영향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요. 요즘 적잖은 젊은 친구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좋은 직업을 찾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대기업에 입사하고, 전문직이 되고, 공무원이 되는 게 쉽나요? 그러다 보니 경쟁은 치열해지고, 여기서 좌절한 친구 가운데 일부는 자기 격리하거나 공격성을 표출하는 거죠. 그런데 그 두 가지가 딱 분리되지도 않아요. 자기 격리한 후에 평면 모니터 앞에서 공격성을 표출하는 식이니까요.

김종배 : 결국 시대와 사회가 청년을 죽이는 거죠. 이걸 생각 없이 자기 관점에서 뭐라 하는 꼰대도 문제입니다. "너희는 왜 그러느냐"는 질타의 시선, 꼰대 시선에 이미 신자유주의적 사상이 포함된 거죠.

교육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부모의 역할도 이야기합니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부모가 가질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요. 저자의 이야기를 체감하셨습니까?

▲ "특히 북구 쪽에서는 '함께 거둬가자'는 개념이 강하더라고요." ⓒ프레시안(최형락)

장혜경 : 아이가 눈앞에 보이지 않잖아요. 학원 가느라 집에 없잖아요.

더구나 부모도 (주변에) 끊임없이 비교당하죠.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면 부모의 가치가 올라가니까요. 저는 그런 부모가 아니었습니다만, 엄마들이 모일 때 보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간 부모는 목에 힘을 주죠. (웃음) 실제 강남 엄마들이 아이 옆에서 온종일 관리하는 이유도 아이의 성적이 자신의 존재감이 되기 때문이죠. 자기의 성과죠.

김종배 : 이미 부모도 능력주의 사회의 포로가 된 거군요.

장혜경 : 그렇죠.

강양구 : 최근 읽은 끔찍한 기사가 있는데, 강남권에 아이에게 폭행당하는 엄마가 많다고 해요. 아이가 스트레스를 엄마에게 푸는 거죠. 바깥에서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인데, 집에서는 엄마에게 성질을 부리는 거죠. 그런데 엄마는 그 상황에서도 밖에서는 행복한 엄마여야 하죠. 선생님에게 말씀드려 훈육 지도를 요구하거나, 병원에 데려갈 수 없습니다. "내가 아이에게 맞는다"고 말하는 순간, 자기 아이의 평판이 땅에 떨어지니까요. 이런 상담 사례가 최근 아주 많다고 합니다.

김종배 : 훈육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이 책은 "시장이 아이를 훈육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자기 계발 열풍이 바로 대표적이죠. 훈육이 규격화되고 있죠. 책에서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신자유주의 사회가 규격화된 인간을 양산하도록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으므로, 본디 의미의 교육이나 부모의 역할은 계속 축소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딱 이와 같지 않나 싶습니다.

장혜경 : 부모 자체도 너무 헉헉대면서 살고 있어요. 교육에 많은 부분을 투자할 여력이 없죠. 당장 먹고 살기 바쁘니까요. (부모가 교육에 더 큰 관심을 쏟을 수 없으니 학원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죠.)

'긍정적 쇼크' 만들어볼까

김종배 : 아프게 읽은 부분이, 정체성 정립의 주된 요인이 부모가 아니라 평면 모니터 안의 광고이고, 언론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광고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기껏해야 "부자 되어라", "성공하라"는 겁니다.

장혜경 : 비싼 걸 사야 행복하다는 거죠.

강양구 : 그래서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답답한 게, 해결책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벗어날 탈출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도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뚜렷한 해법을 얘기하진 못합니다. 일단 시장이 가져간 교육을 다시 (공공으로) 회복하자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것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죠.

김종배 : 정치의 중요성도 많이 강조하고요.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단순한 여의도 정치가 아닙니다. 우리가 말하는 '정치 참여'가 곧 정치죠. 지금 내가 처한 어려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라면, 이걸 해결할 아이디어를 함께 모여 내고, 실천하는 게 정치의 바람직한 모습이죠. 해결사로서의 정치뿐만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정치'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말 같습니다. 과정으로서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한 사람 한 사람이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죠.

강양구 : 이 책을 덮고 나서, 우리나라에도 급진적 변화나 쇼크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7년 외환 위기와 같은 부정적 쇼크가 아니고, 이런 것에 준하는 긍정적 쇼크가 우리 사회에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이게 연대이고, 사회'라는 생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례 말이죠.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 그런 사례였죠. 물론 그런 긍정적인 쇼크가 긍정적인 사회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지만요. 그러고 보니 386세대의 에너지는 그때 전부 소진된 것 같고요. (웃음) 이제 그 아래 세대들이 이에 준하는 긍정적 쇼크를 사회에 줘야 할 텐데요,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장혜경 : 강 기자 세대가 그런 걸 좀 보여주세요. (웃음)

김종배 : 감히 이런 얘기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제 세월호 청문회 과정에서 의인 김동수 씨가 자해했습니다. 거기서 어떻게 풀어낼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사람이 답답하면 가슴을 친다고 하는데, 가슴을 치는 것만으로도 안되는 '꽉 막힘'이 있었던 거죠. 이런 막힌 것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작은 승리가 필요할 겁니다. 승리라는 게 정치적으로 어느 정당이 이겼다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인간의 모습으로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공동의 경험을 하는 거겠죠.

▲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파울 파르하에허 지음, 장혜경 옮김, 반비 펴냄.) ⓒ반비
강양구 :
어찌 됐든 나름의 아이디어를 하나 내보자면, 혼자만 고민할 게 아니라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하고 고민을 나누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모이려면 뭔가 계기가 있어야 하잖아요? 새해에는 동네 이웃, 직장 동료, 대학 동창끼리 책 읽기 모임을 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 책을 같이 읽으면서 토론해보면, 자신을 거울에 비춰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웃음)

이 책은 앎의 차원에서 그치기보다, 발제라고 하죠? 이야깃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책이 제시하는 이야기에서 우리 삶을 진단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책 읽기 힌트를 약간 드리자면, 1부에는 이론적 이야기가 많아요. 1부가 어려우신 분은 어렵다 생각하고 덮지 마시고, 2부만 집중해서 읽으셔도 저자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될 것 같습니다.

장혜경 : 동의합니다. (웃음) 요즘 사람들이 긴 글을 잘 못 읽는 것 같아요. 어려우시면 2부부터 보시고 1부를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김종배 : 오늘 독서통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드린 책은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이라는 부제를 단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였습니다. 우리 삶을 반추해 볼 계기를 부여하는 책으로써 여러분께 '강추' 합니다. 지금까지 같이 해주신 번역자 장혜경 선생님, 고맙습니다.

장혜경 : 네. 감사합니다.

강양구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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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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