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 씨의 가족이 경찰의 무분별한 물대포 사용을 막기 위해 헌법소원을 냈다.
백 씨의 아내 박순례 씨와 자녀인 백도라지, 백민주화, 백두산 등 백 씨 가족 네 명은 10일 오후 헌법재판소에 '위헌적인 직사살수 및 살수차 운용지침에 대한 헌법소원청구서'를 제출했다.
장녀 백도라지 씨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청구인단 대표로 참석해 헌법 소원 취지를 설명했다.
백도라지 씨는 "저희 아빠가 쓰러지신 지 27일째 되는 날이다. 쓰러지신 원인은 경찰이 쏜 물대포 때문이었고, 경찰이 시민을 그렇게 공격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는 더 이상 경찰의 무분별한 물대포 사용으로 희생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헌법 소원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청구인은 서울지방경찰청장, 민중총궐기 당시 백 씨가 있었던 종로구청 사거리 일대에서 직사 살수 행위를 명령했던 서울지방경찰청 제4기동단장 등이다.
민중총궐기 국가폭력 실태를 조사하는 최은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물대포는 집회 해산 장비가 아니라 '준 무기'"라며 "이날 경찰이 사용한 물포는 집회 해산 용도를 넘어 적을 향한 공격이었다"고 했다, 그는 "살수 전 경고 방송을 해야 하지만 경찰은 지키지 않았고, 경고 살수 뒤 본격 살수를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며 "시민들에게는 법을 지키라 하면서 정작 경찰은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백 씨 가족 대리인으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 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관련 규정들이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려면 법률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관련 규정에는 정확한 내용이 없다. 이 부분을 국가인권위가 시정하라 권고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살수차 운영 지침 또한 최고 수압만 명시할 뿐 다른 요건들이 구체화돼있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이어 "기본권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 헌법 상 '과잉금지원칙'인데 직사 살수는 생명과 건강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작년에 저희가 직사 살수가 위헌이라고 소원 낸 데 대해 헌재가 각하 판결을 내리면서 '경찰들이 설마 또 법을 어기겠느냐'고 했는데 또 일어났다"며 "이제 반복될 가능성이 없다는 말로 회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변은 백 씨에게 물대포를 쏜 살수차가 촬영한 동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신청한 증거보전 신청을 법원이 이날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당시 해당 살수차는 충남지방경찰청 소속으로, 민변은 지난 3일 관할 지역 법원인 대전지법에 증거보전신청을 낸 바 있다. 민변은 "그 영상들이 법원에 제출되면, 철저히 분석해서 경찰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낱낱이 밝히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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