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에 대한 경찰과 조계사 신도들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이 한 위원장에게 "야당의 약속을 믿고 거취를 결정해달라"고 밝혔다.
도법 스님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화쟁위원회 연석회의 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생명평화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올해 안에 노동 관련법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당론을 밝혔다며 "야당의 약속, 국민을 믿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법 처리를 둘러싼 불신의 과정이 있음을 알지만, 이 또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며 "경찰과 정부 또한 지난 5일 집회의 성과를 잘 살려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한 조계사 관계자는 조계종과 민주노총이 노동법 연내 개정 반대가 야당의 공식 당론으로 정해지면 도법 스님과 한 위원장이 출두하되, 그렇지 않을 경우는 화쟁위가 9일 오후 5시부터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도법 스님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조계사 신도 120여 명은 이날 오후 한 위원장 '강제 퇴거'를 시도하기 위해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조계사 관음전에 진입했다. 한 위원장이 있는 4층은 철문이 잠겨 있어 직접 만나지는 못했으나, 신도들은 철문을 열기 위해 열쇠공도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신도들은 또한 이날 오후 조계사 앞에서 열린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 대책위)' 주최 기자회견 진행을 막아서기도 했다. 백남기 대책위는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경내에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체포 시도와 출두 강요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부처님의 마음으로 조계종이 (한 위원장을) 안아달라"고 했다. 이들은 "한상균 위원장은 박근혜 권력이 이야기하는 범죄자가 아니"라며 "누가 갈등을 만들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화쟁위원회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도법 스님과 출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점에 대해서는 서로 충분히 논의하자는 입장을 냈었다"며 "출두 전제 조건을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차이도 확인했지만 노력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경내외에서 소란과 충돌이 있음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불편은 온전히 감내해야 하시는 조계사의 스님 ,직원님들 모두와 다수의 신도님들께 거듭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함께 웃는 길을 조속히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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