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69세 농민 백모 씨가 물대포에 맞아 위중한 상태에 놓이자, 시민 사회단체는 경찰의 폭력적 진압 행태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15일 백 씨가 입원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하고, 강신명 경찰청장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전라남도 보성 출신 농민 백 씨는 오후 6시 56분께 종로구청 사거리에서 경찰 대치 중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당시 경찰은 백 씨 얼굴 정면을 향해 정조준해 물대포를 쐈으며, 백 씨가 넘어져 1미터가량 뒤로 밀려났음에도 15초 이상 얼굴을 향해 계속 살수했다는 게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주변 사람들이 백 씨를 구출했을 때 백 씨는 코와 귀, 입 등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의식불명 상태였다.
오후 7시 8분경 병원에 도착한 백 씨는 뇌진탕, 뇌출혈 증세로 뇌수술을 받았으며, '외상성 경막 하 출혈', 즉 외상에 의한 뇌출혈인 것으로 밝혀졌다. 수술 후 지금은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나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이며. 매우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에 따르면, 백 씨는 뇌 손상 외에도 코뼈 함몰, 안구 이상 등 신체 손상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지켜본 이제식 민주노총 조합원은 "소강 상태에서 살수차 3대 중 한 대가 어르신을 쫓더니 발에서 시작해 가슴, 얼굴을 향해 쐈고, 넘어진 후에도 쐈을 뿐 아니라 구하러 간 사람들에게도 분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순간, 어르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직도 사경을 헤맨다니 착잡하다"고 했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지을 만한 농사가 없어 정권에 요구하면 들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온 건데, 농산물값을 보장해주진 못할망정 농민을 물대포로 쓰러뜨리는 데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이들은 직사 살수 등 경찰의 폭력적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며, 백 씨의 부상은 '예정된 참사'였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민변 변호사들은 이미 문제 제기를 해왔고, 앞으로도 이런 일들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자와 협의해 형사 고발, 국가 배상 나아가 헌법 소원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침해감시단 랑이 활동가는 14일 집회에서 경찰이 보인 폭력적 행태들을 발표했다. △미리 차벽 설치 △시민 이동 차단 및 시민 채증 △지하철 역사 내 최루액 분사 △차량 아래 식용유 분사 △톱 등 임의로 장비 제작 및 사용 △피해자 실은 구급차 최루액 물대포 살수 △구급차 이동 봉쇄 등이다.
'기자 사칭' 농림축산부 공무원, 수첩에는 'VIP 순방'
한편, 이날 서울대병원에는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이 신분을 속인 채 나타나 사찰 의혹을 받기도 했다.
전농 측은 "기자라고 사칭한 사람이 뭔가를 수첩에 적고 있었다"며 "수첩에는 'VIP 미국 순방', '임금 피크제', '광복 70주년 상황' 등이 적혀있었다"고 밝혔다.
자신이 농림축산식품부 경영인력과장이라고 밝힌 김모 씨는 "농민단체 회원이 위중하대서 어떤 상황인지 걱정이 돼 빨리 쾌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며 "사찰이 아니"라고 했다. 기자로 사칭한 이유에 대해선 "당황해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첩 내용에 대해선 "회의 내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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