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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가 박병호에 베팅한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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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네소타가 박병호에 베팅한 세 가지 이유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박병호, 주전 1루수 자격 충분하다

'국민 거포' 박병호 포스팅 경쟁의 승자는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MLB.com은 한국시각 10일, 미네소타가 박병호 비공개 경쟁 입찰에서 최고액인 1285만 달러(약 147억 원)를 제시하며 독점 교섭권을 따냈다고 발표했다.

미네소타의 박병호 포스팅 승리 소식은 언뜻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로 보인다. 미네소타는 1루 자리에 2018년까지 이어지는 대형 계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대스타 조 마우어(Joe Mauer)가 버티고 있는 팀이다. 또한 팀 연봉 총액 18위에 불과한 '스몰마켓' 팀인 미네소타가 포스팅에서 1000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베팅했다는 것도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미네소타는 왜 박병호에게 크게 베팅했을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1. 미네소타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1루수 공격력이 약한 팀이다

2015시즌 미네소타는 83승 79패로 오랜만에 5할 승률을 돌파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렇게 된 주된 원인은 투수력보다는 공격력에 있었다. 2015시즌 미네소타 야수들이 만들어낸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는 11.5승으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26위, 아메리칸리그(AL) 15개 팀 중에서는 14위에 그쳤다. 특히 수비보다는 공격 쪽에서의 손실이 심각했는데, 미네소타 타자들의 조정 득점생산력(wRC+)는 91로 AL 15팀 중 최하위에 그쳤다. 14위인 볼티모어의 wRC+는 96으로 미네소타와는 차이가 아주 컸다.

특히 미네소타는 공격력이 강조되는 포지션인 1루수의 타격 부진으로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미네소타 1루수가 쳐낸 홈런 수는 15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29위, AL 14위(최하위 탬파베이 11개)에 불과했다. wRC+ 역시 89에 그쳐 전체 27위, AL 14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같은 지구 우승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경우 1루수들이 wRC+ 125를 기록하며 전체 10위에 들었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도 1루수 wRC+는 129로 전체 7위에 올랐다. 인디언스(107)와 화이트삭스(106)의 1루수도 모두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과시했다.

미네소타 1루가 이렇게 된 건 포수 출신의 간판스타 조 마우어의 부진 때문이다. 2014년부터 1루수로 전향한 마우어는 포수보다 수비 부담이 덜한 1루에서 공격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급격한 내림세를 보이는 중이다. 포수로 활약한 2013년만 해도 113경기 11홈런 wRC+ 143으로 전성기와 큰 차이 없는 타격을 선보였지만, 지난해에는 120경기 4홈런에 wRC+ 106으로 생산력이 크게 하락했고 올 시즌에는 더 하락한 wRC+ 94로 시즌을 마감했다.

마우어가 2015시즌 생산한 WAR은 0.3으로 리그 전체 1루수 중 41위다. 내년 33세가 되는 나이와 그간의 부상 경력을 고려하면, 앞으로 남은 계약 기간 동안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마우어는 미네소타 구단과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 1억 8400만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맺고 있다. 트윈스 입장에서는 태양 흑점이 폭발할 때까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는 계약이 되어 버린 상황이다.

물론 그렇다고 박병호가 입단만 하면 곧장 마우어를 밀어내고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네소타 테리 라이언 단장은 9일 지역지 인터뷰에서 "팀 사정상 박병호의 포지션은 지명타자가 적합하다"며 처음에는 마우어를 1루, 박병호를 지명타자로 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프랜차이즈 스타인 마우어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에 가깝다. 팀 내 역학 관계상 "마우어가 포지션을 옮겨야 한다"거나 "박병호는 주전 1루수감"이라는 식의 언급을 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해서 연일 홈런포를 쏘아 올리고,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하는 그림이 이상적일 수 있다.

여기서 올해 지명타자로 자주 출전한 미겔 사노나 3루수 트레버 플루프와의 포지션 중복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원래 3루수 유망주 출신인 사노는 토미 존 수술에서 돌아온 올 시즌 3루보다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섰다. 메이저리그에 1993년생 유망주를 2년 연속 지명타자로 낭비하는 구단은 찾아보기 어렵다. 송구 능력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온다면 다시 3루로 복귀할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토리 헌터가 은퇴하면서 공백이 생긴 코너 외야로 자리를 이동할 전망이다. 주전 3루수 플루프는 원래 3루는 물론 1루와 좌익수, 우익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미네소타 외야에는 팀내 최고 유망주 바이런 벅스턴을 비롯해 애런 힉스, 오스왈도 아르시아, 맥스 케플러 등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이 많다. 따라서 사노와 플루프가 3루와 외야 한 자리를 나눠 맡아준다면, 팀 공격력을 극대화하면서 유망주들이 빅리그에 자리 잡을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또 지명타자 자리는 마우어 외에도 주전 선수들에 휴식을 주는 용도로, 또는 수비력 중심의 라인업을 짜고 사노를 지명타자로 내보내는 식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마우어를 붙박이 1루수로, 사노를 지명타자로 기용할 때보다 훨씬 로스터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미네소타의 현재 팀 상황은 어떤 면에서는 강정호 포스팅 당시 피츠버그 내야진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 피츠버그에는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를 비롯해 조시 해리슨, 페드로 알바레즈 등이 버티고 있어 강정호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강정호는 백업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생긴 빈자리를 완벽하게 대신하면서 주전으로 도약했다.

박병호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이유로 처음에는 지명타자와 백업 1루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기간을 메이저리그 분위기와 상대 투수들에 적응하는 시간으로 잘 활용해서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즌이 끝날 때쯤에는 미네소타 주전 1루 자리는 박병호의 차지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건 미네소타 구단이 박병호를 선택하면서 기대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의 완성일 것이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주전 1루수가 될 수 있을까. ⓒ연합뉴스

2. 미네소타는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팀 연봉 총액만 놓고 보면 미네소타 트윈스는 30개 팀 중 18위로 빅마켓과는 거리가 멀다. 극단적인 스몰 마켓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0만 달러를 척척 내놓을 만큼 '큰 손'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움직임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네소타는 지난 2014시즌부터 전력 보강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해 왔다. 당시 선발투수 리키 놀라스코를 4년 4900만 달러에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필립 휴즈와도 3년 2400만 달러에, 포수 커트 스즈키와 1년 27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2015년을 앞두고는 노장 외야수 토리 헌터와 1050만 달러에 1년 계약을 맺었고, 선발투수 어빈 산타나와 4년간 5400만 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거듭한 결과 2013년 6000만 달러를 살짝 넘는 수준이던 미네소타 팀 연봉총액은 2014년 8600만 달러대로 뛰어올랐고 2015년에는 1억 달러를 돌파했다. 플루프 등 연봉조정 자격을 갖춘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비스 타임 3년 이내의 어린 선수들이라 연봉 인상분도 크지 않다.

미네소타는 빅마켓은 아니지만, 충분히 박병호에 1000만 달러 이상을 베팅할 만한 여력이 있는 팀이다. 미네소타가 이번 포스팅 경쟁에서 승자가 된 건 전혀 의외의 결과가 아니다.

3. 미네소타는 승부를 걸어야 한다

2010년까지만 해도 미네소타는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의 단골 멤버였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연속 AL 중부지구 1위, 2009-2010년에도 2년 연속 지구 1위를 차지하며 2000년대 첫 10년 동안 무려 6번이나 지구 1위를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63승 99패로 지구 최하위로 추락한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는 4시즌 중 3번이나 지구 꼴찌에 그치며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희망적인 건 팀 성적이 곤두박질하는 동안에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메이저리그 주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루수 브라이언 도지어와 3루수 플루프는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강타자로 성장했고, 마운드에서도 뒤늦게 각성한 글렌 퍼킨스가 마무리로 활약하는가 하면 선발투수 카일 깁슨도 자기 자리를 굳혔다. 여기에 지난해는 부상에서 돌아온 거포 유망주 미겔 사노가 성공적인 빅리그 데뷔 시즌을 가졌고 외야수 에디 로사리오, 유격수 에두아르도 에스코바 등도 주전으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선수들 외에도 미네소타에는 외야수 바이런 벅스턴, 오스왈도 아르시아, 애런 힉스 등 아직 잠재력이 완전히 발휘되지 않은 선수들이 여럿 대기하고 있다. 투수진에도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던지는 알렉스 메이어를 비롯해 트레버 메이, 타일러 더피 등 젊은 투수들이 서서히 빅리그에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도지어, 플루프 등 주축 선수들과 FA 영입 선수에 이들 유망주가 기대했던 활약을 보여준다면, 미네소타는 충분히 투타에서 리그 상위권에 들어갈 만한 잠재력이 있는 팀이다.

그래서 미네소타에겐 앞으로 3년이 매우 중요하다. 2018년을 전후해 팀 주축 선수와 FA 영입 선수들의 계약이 하나둘씩 종료될 예정이다. 2017년을 끝으로 포수 커트 스즈키의 계약이, 2018년에는 2루수 브라이언 도지어와 마무리 퍼킨스, 놀라스코와 마우어 계약이 한꺼번에 끝난다. 2017년이 끝나면 트레버 플루프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도 얻게 된다. 필립 휴즈-어빈 산타나의 계약도 2019년에는 종료된다. 긴 암흑기를 끝내고 2015시즌 5할 승률을 돌파한 미네소타는, 이들 멤버들이 팀에 남아 있는 동안에 승부를 걸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팀의 약점인 홈런과 1루수 공격력을 개선하면서 젊은 유망주들의 활용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박병호는 미네소타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카드다. (☞관련기사 : '메이저리거 박병호'는 알바레즈일까 어브레유일까?)

카를 마르크스는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박병호와 '트윈스'라는 이름을 가진 팀의 첫 만남은 비극으로 끝났다. 이제 박병호에게는 '트윈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또 다른 팀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펼칠 기회가 열렸다. 트윈스와 박병호의 두 번째 만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미네소타 트윈스와 박병호는 앞으로 30일 동안 협상을 거쳐 계약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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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

야구 블로거. 2009년부터 여러 포털 사이트와 잡지에 야구 글을 기고하고 있다. <프로야구 크로니클>,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2013>에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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