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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가차도 철거로 꿈의 도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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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가차도 철거로 꿈의 도시될까?

[함께 사는 길] 2000년 이후 고가차도 18개 철거

고가차도가 경제 성장과 도시 발전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다.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해 차 위로 차가 다닌다거나, 하늘을 가로지르며 건물이나 하천 위로 길이 생기는 등 기존의 수평적 확장에서 입체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한 도로는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한편, 고가차도 건설은 자동차의 증가를 전제하기에 부국의 상징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여러 도시 개발 조감도에서도 고가차도는 빠짐없이 등장해 미래상의 한 단면으로 장식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2000년 이후 서울에서는 이미 18개의 고가차도가 철거됐다는 사실을….

▲ 보행자 공원으로 탈바꿈할 계획인 서울역 고가차도. ⓒ서울시

사라지는 고가차도


지난 2002년 동대문구 전농동의 떡전 고가차도가 철거된 이후 노량진수원지고가, 원남고가, 청계고가, 미아고가 등 서울의 고가차도는 꾸준히 철거됐고, 지난 2015년 8월 서대문고가가 철거되면서 2000년 이후 철거된 18개째 고가차도로 기록됐다.

각 고가차도의 철거 이유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데, 크게 노후화와 도시 미관 개선 그리고 교통 체계의 개선으로 수렴된다. 앞서 철거된 18개의 고가차도를 살펴보면 대부분 1970년을 전후하여 집중적으로 건설됐는데, 1960년대 후반에 지어진 것이 6개, 1970년대 것이 10개였다. 올해 철거된 서대문 고가차도의 경우 개통 44년 만에 이루어진 철거다.

물론 끊임없이 개보수한다면 노후화 문제를 극복하고 더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미관을 해치고 조망권과 일조권을 앗는 등 부작용이 많아 고려사항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시는 2004년부터 대중교통을 개편해 본격적으로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도입했는데, 고가차도의 경우 차도가 좁아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운용할 수가 없다. 서울 시민이라면 잘 달리던 시내버스가 고가차도 위에서 일반 차량들과 뒤엉켜 정체를 겪었던 경험이 한두 번은 다 있을 정도다.

다층으로 건설된 고가를 철거하면 직진 차량도 기존에 없던 신호를 받아야 하고 또 신호 주기도 길어지는 등 교통 체증이 증가할 것 같지만, 생각과 달리 오히려 통행 속도가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고가의 기둥으로 쓰였던 자리를 이용해 차선이 늘어나고,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운용해 혼선이 사라지는 등 덕분이다. 일례로 지난 2010년 철거된 문래고가의 경우 철거 후 영등포에서 신도림으로 이어지는 출퇴근길이 평균 3분 단축되었으며, 평균 통행속도도 8.7퍼센트(%)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철거된 아현고가의 경우 버스 속도가 33% 정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되며, 그동안 먼 길을 돌아가야 했던 보행자를 위해 3개의 건널목이 추가로 생기기도 했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요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고가차도는 단연 서울역 고가차도다. '서울역 7017'이라 이름 붙인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보행자를 위한 공원으로 개발하겠다는 서울시와 교통난이 예상되니 허가할 수 없다는 서울지방경찰청 등의 의견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어찌 되었든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차도가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이상 오는 12월에는 도로를 폐쇄할 예정이다. 실제 지난해 1월에는 도로 상판의 콘크리트 일부가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서울역 7017은 서울역 고가를 기존 차량길에서 사람길로 재탄생시키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7017'은 1970년에 만들어져 2017년에 다시 태어날 역사적 고가, 1970년에 만들어진 17미터(m) 높이의 고가라는 뜻과 함께 1970년 차량길에서 17개의 사람길로 재탄생할 예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원 자체에 대한 숙의나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민주성 등은 서울시가 반드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반대하거나 부정적인 이들이 대부분 우려하는 건 교통 혼잡인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더 이상 도로 확충이 아니다. 실제 전문가들도 '교통 혼잡은 도로가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차가 많아서 생기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가령 도로를 늘리면 교통 여건이 좋아져 차가 늘어나게 되고 교통 체증이 시작된다. 다시 도로를 늘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당연히 차가 많아져 다시 도로가 막히기 시작한다. 악순환일 뿐이다.

차가 도로를 지배하며 어느 거리든 매연과 소음으로 가득 찬 지금의 우리나라 도시는 모두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간 보행자가 자동차에 공간과 편의를 한없이 양보해 왔고, 국가도 대중교통에 투자하기보다는 도로 확충에만 열을 올려 온 것이 사실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 주거 가능 면적의 20%가 이미 폭 4m 이상의 도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교통혼잡비용은 무려 30조 원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에서만 8.4조 원이 발생했고, 6대 광역시는 10.7조 원이 발생했다. 이는 GDP의 2.2%에 달해 국가 경제활동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 한국교통연구원은 해결책으로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 구축과 지속적인 교통수요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미 강력한 혼잡통행료 부과 등을 통해 도심으로의 차량 유입을 막고 대중교통에 투자해 도시의 모습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 서울 서대문 고가차도 철거 전. ⓒ서울시

▲ 서울 서대문 고가차도 철거 후. ⓒ함께사는길(이성수)

새로운 도시를 꿈꾸며


서울역 고가차도를 철거하면 자재나 상품을 실은 자동차의 진입이 더뎌진다는 남대문 상인들의 우려는 타당하다. 당장은 흐름이 느려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더욱 강력한 교통 수요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일 뿐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해 보행 인구가 증가하면 남대문 시장 상인들에게도 분명 호재다.

도시 미관과 조망, 충분하고 안전한 보행로, 소음 없는 거리, 깨끗한 대기 그리고 자동차 이용자에게만 편중되지 않은 민주적인 재원 투자까지. 도로 확충으로는 해결하지도 못하는 교통 혼잡을 근거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다. 지금까지 포기한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어떤 도시를 꿈꾸는가. 차가 더 많아지고 더 시끄럽고 보행로와 보행자가 설 자리는 더 좁아진 도시인가, 아니면 차가 없어 조용하고 공기는 깨끗하며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인가. 고가차도 철거로 이어지는 길의 목적지는 당신이 꿈꾸는 미래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 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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