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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늘로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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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늘로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다"

[기고] 9.12 희망버스, 함께 타요

사실 처음으로 여름 휴가 때 찾아가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곳은 '구미 스타케미칼‘의 차광호 씨였다. 내가 서울 프레스센터 앞 광고탑에서 고공농성 중일 때 연락을 가장 많이 주고받았고,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농성 기록을 넘겨 408일이라는 긴 시간을 하늘에서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휴가 계획은 나와 고공농성(광화문 프레스센터 광고탑 50일)을 했던 임정균 씨와 함께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비박을 해가며 차광호 씨에게 가는 것이었다. 자전거에 매달 깃발과 티셔츠, 텐트를 실을 캐리어, 선전물들을 생각하며 준비하고 깃발 제작을 하려는 찰나, 7월 8일 굴뚝 위의 차광호 씨가 408일 만에 내려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휴가 계획을 접고 연차를 내서 그를 만나러 갔다.

오랫동안 하늘에서 머물렀던 사람이 내려오게 돼서 기쁘기도 했지만, 다시 하늘로 계속해서 사람이 올라가고 있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지난 4월 9일 대우조선해양 비정규직 강병재 씨가 고공으로 올랐고, 4월 16일에는 부산 생탁 비정규직 송복남 씨와 택시노동자 심정보 씨가 올라갔다. 이어 6월 10일에는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 한규협 씨가 하늘사람이 되었다. 지상에서 외침을 들어주고 함께 했더라면 올라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기아차 고공농성장은 집에서 가까운 터라 자주 갔었지만 차광호 씨가 내려오고 난 후에 걱정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곳은 거제와 부산이었다. 고공농성을 경험했던 나에게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가 내 가슴 한편에 있었다.7월 말로 잡아놓은 휴가 날짜를 8월 17일로 변경을 하고 거제와 부산에 지지응원 방문과 휴가를 갈 계획을 다시 세웠다. 뭔가 조금이래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생각을 해보니 1인 시위가 떠올랐고 시위를 위한 두 개의 POP를 의뢰해서 만들고 8월 17일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 시청 앞에 도착하니 심정보 씨가 전광판 위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가기 전에 메시지를 주고받은 터라 나를 찾는 듯했다. 더운 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전광판 내부의 열기가 더해져 50도가 훌쩍 넘는 곳에서 지내면서도 "사우나 시원하게 하고 있습니다"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활기가 넘치는 심정보 씨는 내가 전화를 걸자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웃으면서 반겨주었고, 송복남 씨는 장기간 고공농성에도 건강을 위해 50도가 넘는 전광판 안에서 운동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만들어온 POP를 들고 지하철 출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매일 열리는 저녁 문화제에 참석을 했다. 매일 하는 문화제임에도 꽤 많은 사람이 참석했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웃으면서 문화제에 함께 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김진숙 지도위원님의 말이 생각났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8월 18일에는 예약해 놓은 렌터카를 타고 거제로 향했다. 강병재 씨를 지지응원하고 휴가를 보낼 생각에 아침부터 서둘렀다. 강병재 씨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근처에 도착해 전화했더니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며 차를 끌고 언덕으로 올라오면 자기를 볼 수 있다며 길을 알려 주었다.

▲ 기아차 화성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 2명이 11일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서울 도심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그가 올라서 있는 크레인은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대공장에서도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언덕 위에서조차 너무도 멀어 보였다. 너무나도 높은 크레인 위에서 강병재 씨는 메가폰을 잡고 나에게 고맙다며 인사해 주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사람 냄새,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휴대전화가 아닌 메가폰을 들고 나에게 인사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난 있는 힘껏 '투쟁!'이라고 외치며 화답해 주었다. 손님이 왔는데 손님맞이가 형편없어서 미안하다는 강병재 씨 말을 뒤로하고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에 맞춰 1인 시위를 했고 퇴근 시간에는 몇 명의 노동자들이 나와 함께 해주었다.

단 한 사람의 지지응원 방문에도 정말 많이 고마워하고 힘내고 있는 하늘사람들에게 이제는 우리가 희망의 사다리를 올려 보내 주어야 할 때인 것 같다. 난 서울과 거제와 부산의 하늘사람들의 고공농성이 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외침을 들어주고 그들이 안전하게 지상으로 내려오는 날 우리 모두의 미래가 조금은 더 행복한 세상이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가 함께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의 밝은 미래가 좀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믿는다.

그렇게 지난여름은 자전거의 두 바퀴였고, 달랑 우리 둘이었지만 9월 12일엔 전국에서 네 바퀴의 큰 차 희망버스를 타고 많은 이들이 서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집 앞을 출발해 거제와 부산의 농성장을 찾는다고 한다. 그 버스에 지난겨울 나와 임정균 씨를 찾아 함께 해주셨던 소중한 발길들이 함께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비정규직 시대, 이제 그만!', '박근혜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저항의 버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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