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의 장기적 기반을 다진 '동방정책'의 설계자로 평가받는 에곤 바(Egon Bahr)가 19일(현지시간) 밤새 사망했다고 독일 언론이 20일 전했다. 향년 93세.
독일 주간지 슈테른은 바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그의 출신 정당인 사회민주당(SPD) 소식통을 인용해 가장 먼저 전했고 dpa 통신 등 다른 현지 언론들 역시 잇따라 이를 확인해 보도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SPD 당수는 "고인은 용기있는 진정한 사회민주주의이자, 독일 통일과 유럽평화를 설계한 인물이었다"며 추모했다.
바는 2차 세계대전 전후 대전 당시 적국이자 승전국이던 구소련 및 동유럽에 가해국으로서 반성과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다가가는 동시에 동독에 대해선 실체를 인정하고 접근을 통해 변화(Wandel durch Annaherung)를 모색하는 정책을 설계했다.
작은 발걸음 정책이라고도 불린 이런 내용의 동방정책은 빌리 브란트 당시 서독 총리가 이끈 전후 첫 사회민주당 정권이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이 정책은 이후 1990년 독일 통일을 이루는 원격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에곤 바는 브란트 총리와 항상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함께 거명되는 역사적 인물이었다.
브란트 총리가 1957년 서베를린시장으로 그의 대변인을 맡으면서 브란트와의 깊은 인연을 본격화했다.
이어 브란트가 키징거 기독민주당(CDU) 대연정 내각에서 외교장관으로 있을 때에는 기획실장을 맡아 경험을 심화하고 안목을 확장했다.
그는 나아가 1969년 브란트가 총리에 오르자 실세 자리인 총리실장을 맡은 데 이어 1972∼74년에는 특임장관을 지내며 동방정책을 함께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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