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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김관진, 누구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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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와 김관진, 누구 잘못인가?

[기자의 눈] '관심법' 요구하는 여당…장단 맞추는 '무능' 대통령

청와대와 정부는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 사건과 관련해 초반 상황 판단에 따른 단계별 절차를 꽤 잘 지켜냈다. 이런 부분은 칭찬할 만하다.

청와대는 4일 지뢰 폭발과 관련해 처음 보고를 받고 침착하게 대응을 했다. 국방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5일 "북한의 목함 지뢰 가능성이 높다"는 초동조사 결과 보고를 청와대 안보실에 올렸다. 이후 국방부는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특별조사팀과 공동 조사를 통해 8일 "북한의 도발"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김관진 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다.

지뢰의 특성상 최초 공격 의도 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즉각 대응을 하기는 어렵다. 천안함 사건 때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라는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정치적 결론'을 내려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다. 이런 행위는 공식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북한을 압박할 대외적 명분을 약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 극우 '정치꾼'들의 설익은 플레이에 이명박 정부는 통째로 놀아났다.

이번엔 조금 달랐다. 정부는 유엔사와 합동조사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고, 공정한 조사에 의한 결론이라는 '명분'도 내세울 수 있게 됐다.

북한은 사건 발생 열흘만인 14일 조선중앙방송 보도 등을 통해 "자기방어를 위해 3발의 지뢰를 매설하였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증명할 수 있는 동영상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예상된 반응이다. 이런 반응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조사는 철저하게 이뤄지는 게 맞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사안이 북한의 도발로 언론에 브리핑된 지난 10일 이후 청와대와 정치권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새누리당은 정부에 '관심법'을 요구하며 더 강경하게 대응하라 비난하고 있고, 청와대는 절차적 매뉴얼을 잘 지켜놓고 "우리가 조치한 방식이 옳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희한한 상황이다.

오히려 이번 사태 핵심은 국방부의 경계 실패다. 그런데 국방부를 비판하면 자칭 보수들이 거품을 물고 "아군에 총질하지 말라"고 한다. 국방부는 성역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관진 안보실장 ⓒ청와대

김관진 실장은 할 일을 했다…與 '관심법'까지 맞춰줘야 하나?

국방부의 경계 실패로 청와대와 정부는 여야 양측으로부터 '안보 무능' 소리를 듣고 있다. 여당이 내놓는 비판의 주 내용은 "왜 4일 곧바로 북한의 소행임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느냐"라든지, "4일 북한 소행이 유력하다는 것을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청와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라는 것이다.

나아가 보수 언론이나 종편은 전쟁 준비를 마친 후 제 2의 미루나무 제거 작전을 펴야 한다는 주장을 버젓이 내놓고 있다. 우리 군 장병의 목숨을 내놓고 전쟁이라도 불사해야 한다는 말이다.

목함 지뢰 도발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여당에서는 '딱 보면 북한 소행'이라는 비이성적 판단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지뢰 폭발 사고가 터진 다음날 통일부가 북한 측에 고위급 회담 제의를 한 것을 두고 "정신 나간 짓"이라며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켰다.

이 주장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 있다. 4일 지뢰 폭발 사고 직후 김관진 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가 열려 북한 측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가 공유됐다면, NSC 상임위원이기도 한 통일부장관이 다음날 북한에 서한을 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경원선 복원 행사에 참석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비판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먼저 지뢰 폭발이 북한의 도발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 운영은 '감'으로 하는 게 아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알만한 유 전 원내대표가 왜 저런 주장을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 철저하게 보수적인 자신의 스타일을 살리고, 나아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자 내놓은 비판이 아닌가 한다.

야당조차 눈치를 보고 있다. '우클릭'이라는 말이 심심치않게 나오는데, 보수층의 '심기 안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상은 최근 문재인 체제가 들어선 후 더욱 도드라진다. 안보 문제만 나오면 여야 막론하고 경쟁하듯 50대, 60대 보수층의 여론을 살핀다. 50대, 60대 보수층의 여론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들의 감정적인 저항과 안보 정책을 맞바꿀 수 있나? 전쟁에서 피흘리는 것은 20대, 30대다. 그리고 새정치연합의 주 지지층은 20대, 30대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북한 비판, 정부 비판이야말로 '보수 포퓰리즘'처럼 보인다.

대통령이 '극우' 눈치보면, 누가 남북문제를 풀 수 있나?

박근혜 대통령이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면서, 대화를 함께 강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발언이나, 그간 행동들 속에서 진정성과 절박함을 찾을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화도 못하고 응징도 못하는 그런 상황은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야당의 비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청와대의 안보 무능 사례는 너무 많다.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사건부터 연이은 '노크 귀순', 군 기강 해이 사건까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누구도 책임진 사람이 없었다는 점 역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공통점이다. 집권 새누리당 정권의 '일관성'이라고 할까.

청와대와 정부가 애초에 "대화와 응징은 분리해 대응한다"고 못박았다면 "통일부의 정신 나간 짓"도 조금은 다르게 평가를 받았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청와대와 정부가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예정된 대화 제안을 한 것"이라고 했으면 논란도 적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경원선 행사 참석에 대해서는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에 일정을 취소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면 깔끔했을 것이다.

왜 이런 설명을 못하나? "대화와 응징"을 분리한다는 말을 왜 더 강하게 주장하지 못하나. 선거에 이기기 위해 안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유권자들을 호도한 대가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북한을 악마화 했고, 그 연속성을 지키기 위해서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아 무책임한 선동에 끌려다니고 있는 셈이다. 이런 태도가 남북관계를 꼬이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안보를 더 위태롭게 한다는 지적은 이제 입이 아프다.

박근혜 정권이 한반도의 평화보다 보수층의 비판을 훨씬 무서워하니 진지한 접근보다 '언론 플레이'에 의지하게 된다. 17일 국무회의에서 내놓은 박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도 역시 '언론 플레이'에 가깝다.

눈치가 빤한 북한은 남한을 곤란하게 할 이런 종류의 도발을 더욱 선호할 것이다. 북한의 손에서 놀아나게 될 수밖에 없다. 보수 정부는 그런 농간에 매번 당했고, 지금도 당하고 있다. 정부가 극우에 가까운 보수층의 눈치를 보는데 김관진 실장이 아무리 이런 일에 베테랑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일 처리를 잘 해놓고 정부의 인기가 떨어질까봐 설명을 못하는 이런 일들은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이 정부에서는 어떤 엘리트가 안보 컨트롤타워를 맡더라도, 지금과 같은 모습 이상을 보여주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다. 무능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정부의 슬픈 자화상이다. 청와대는 이럴수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 목함 지뢰 사태를 풀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 국방부의 경계 실패를 수습하는 것은 청와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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