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유승민 사태' 끝나자 내분 재개?

김상곤 혁신안, 야권 신당론 두고 주류·비주류 간 의견 분분

여당의 '유승민 파동'이 마무리되기 바쁘게, 이번에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의 2차 혁신안 발표가 촉매가 됐다. 야권 내에 신당 창당론이 돌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범주류 측은 매섭게 비판하며 일축한 반면, 비주류 쪽에서는 이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최고위원제 및 사무총장제 폐지를 발표한 이후 당 내에서는 주류·비주류 양쪽에서 혁신안에 대해 비판적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당사자 격인 최재성 사무총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으나(☞관련 기사 : 최재성 "사무총장직 폐지 혁신안, 적극 수용"), 10일 오전에는 비판적인 의견을 다소 직접적으로 밝혔다.

최 사무총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직제가 없어지거나 개편된다고 해서 계파 간 갈등이 제거된다고 보진 않는다"며 "직제를 없애버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계파 갈등이나 당의 문제점들이 해소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또 "저를 둘러싼, 사무총장에 대한 (논란)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범친노라서 안 된다'했다가, 그 다음에는 개인적인 반대가 있었다. 그 다음에는 절차상의 문제, 지금은 제도의 문제까지 왔다"며 자신에 대한 당내 반대가 너무 심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 총장은 '비주류 쪽에서는 본부장 전원에 대한 임명권을 당 대표가 갖게 돼 오히려 대표 권한이 강화된다고 지적한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그럼 뭐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제가 보기엔, 만약에 이번에 공직자평가위원회 등 없이 그냥 '사무총장제 없앤다'고 했으면 그동안 당 대표 인사에 반대했던 분들이 아마 찬성하셨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혁신안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것은 비주류 측도 마찬가지였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무총장을 없애고, 최고위원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우리 당의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며 "국가로 치면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불과 10일만에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주 전 최고위원은 "이런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중앙위원회에 가기 전에 지역위원장이나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절차를 거쳤으면 좋겠다"며 '최고위 없애면 계파가 없어지나'라는 질문에 대해 "그러니까요. 계파 갈등 청산하는 문제, 사람을 바꿔야지 직제를 바꾼다고 바뀌겠는가?"라고 답하기도 했다.

비주류 "혁신안 따라 신당 논의 달라질 것" vs 주류 "신당은 분열주의, 크지 않을 것"

주 전 최고위원의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신당론으로 넘어갔다. 그는 "9월에 최종 혁신안이 나오지 않느냐"며 "그리고 9월 말이면 추석이다. 추석 민심, 그리고 10월 재보선 결과까지 놓고 볼 때, 우리 당이 재보선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혁신안이 나온다면 당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혁신안의 내용에 대한 당 내외의 반발이 심하고 10월 재보선에서 연패하게 되면 신당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주 전 최고위원은 다만 "신당에 대해 외부에서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만, 당 내부 의원들 간에서는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이고 상황을 주시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제도 일부 탈당이 이뤄지고 했는데, 이런 모든 것이 하나의 전조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표가 앞으로 2~3달 동안 당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신당도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시 비주류에 속하는 안민석 의원도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노 의원들 말씀을 들어 보니 '2차 혁신안의 골자는 문재인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래서 되겠느냐, 신당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 그런 이야기들을 삼삼오오 나누고 있다"며 "최 사무총장 인선 파동에 이어서 두 번째 신당의 빌미를 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곤 혁신안'이 분당의 빌미가 됐다는 비판인 셈이다.

반면 범주류 측에서는 신당론에 대해 의미를 축소하거나, 기득권을 노린 분열주의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최 총장은 전날 있었던 정진우 전 사무부총장 등 100명의 당원 탈당에 대해 "그래도 현역의원의 구조적 이탈이 있어야 별도의 정당이 구축된다"며 "(신당론의) 폭이 어느 정도 될지 가늠하긴 어렵고 쉽진 않은 일"이라고 예측했다.

최 총장은 "정당이 따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정체성, 역사성이 분명히 구분됐을 때 가능하다"며 "호남신당 운운하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건 호남 분들도 굉장히 유쾌하지 않을 상황"이라며 "그런(신당 창당의) 개연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폭과 깊이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같은날 기독교방송(CBS) 인터뷰에서도 전날의 탈당 사건에 대해 "그것을 (신당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당내 신당 추진 흐름이 있다고 공개 언급한데 대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될 수 있다는 현실이 서글프고 또 놀랍다. 박 전 원내대표니까 가능하다, 그래서 '역시 박지원 대표다' 이런 생각도 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역시 주류 측인 강기정 정책위의장도 평화방송(PBC) 인터뷰에서 "신당이나 분당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내년 총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분열주의"라며 "'호남 민심'은 당을 쪼개거나 신당을 만들어 달라는 게 아니라 우리 당을 보다 근본적으로 혁신해 달라는 것이다. '혁신해서 총선을 이겨 달라'는 요구를 자꾸 내년 공천권과 연결해서 신당으로 협박하고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강하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