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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일만에 땅 밟은 차광호, 2시간 뒤 유치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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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일만에 땅 밟은 차광호, 2시간 뒤 유치장으로

"경찰 비인도적 처사" 비판…국내 최장기 농성 '슬픈 신기록'

스타케미칼 해고자 차광호(46) 씨가 408일간의 굴뚝 농성을 마치고 8일 땅을 밟았지만, 곧바로 체포영장이 집행돼 유치장에 입감됐다. 400일 넘게 45미터 굴뚝에서 지낸 그를 병원 치료없이 곧바로 입감시킨 것은 비인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고자 복직 및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온 차 씨는 이날 오후 7시30분께 경북 칠곡 스타케미칼 공장 안 45미터 굴뚝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전날 스타케미칼 노사가 차 씨를 포함한 해고자 11명의 고용승계를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 스타케미칼 해고자 차광호(오른쪽) 씨가 8일 오후 408일의 고공 농성을 마치고 굴뚝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408일 만큼 길었던 '5시간30분'

당초 차 씨는 오후 2시께 굴뚝에서 내려올 예정이었지만, 가족과 먼저 만나게 해달라는 금속노조와 곧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경찰이 대치하면서 5시30분 가까이 흐른 7시30분께 땅을 밟았다. 밑에서 기다리는 이들에겐 "408일 만큼 긴 5시간30분"이었다.

굴뚝 아래에선 경찰 500여 명이 업무방해 및 건조물 침입 혐의로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기다렸다. 경찰과의 합의로 차 씨의 가족과 동료 8명이 공장 안으로 들어가 그를 맞았고, 공장 밖에서도 민주노총 조합원 700여 명이 모여 그의 '슬픈 신기록'에 박수를 보냈다.

차 씨는 농성 해제 직전 확성기를 통해 "그동안 힘든 순간이 많았다. 농성 한 달 만에 장모님이 말기암 판정을 받았고, 지난 3월에는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면서 일부는 희망이 없다며 농성을 포기하라고 했지만, 자본과 싸워 이기기 위해 버텼다"고 했다.

또 크레인을 타고 내려오면서 "우리 사회는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정의롭고 바른 길을 가야 사회가 변할 수 있다"고 했다. 지상으로 내려온 그는 어머니, 아내와 포옹하며 눈물을 닦아줬다.

▲ 408일 만에 동료들을 만난 차광호 씨가 한 동료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408일 만에 땅 밟은 차광호, 2시간 만에 유치장行

408일 만에 굴뚝에서 내려온 차 씨는, 결국 2시간 만에 유치장에 입감됐다. 농성 해제 후 그는 우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간단한 건강 검진 후 오후 9시30분께 칠곡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이번 합의로 스타케미칼 노사가 그동안 주고받은 소송과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지만, 경찰이 끝내 농성 해제 당일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이다.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된 적은 있지만 농성을 마치자마자 유치장에 입감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올해 초 쌍용차 해고자들의 굴뚝 농성 해제 뒤에도, 농성자의 건강 상태 등을 감안해 병원 입원 치료 중 조사가 이뤄졌다.

굴뚝 위에서 408일, '슬픈 신기록'

폴리에스테르 원사 제조업체인 스타케미칼은 지난 2010년 옛 한국합섬을 인수한 뒤 원사 공장을 가동하다가 2013년 1월 폐업하면서 희망퇴직 거부자들을 모두 해고했다. 차 씨를 비롯해 한국합섬 시절부터 부도와 해고를 경험해온 해고자들은 지난해 초 회사가 폐업 및 매각 절차에 들어가자 '먹튀 의혹'을 제기하며 지금까지 복직 투쟁을 벌여 왔다.

차 씨의 408일 농성은 최장기 고공 농성 기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최장 기록이었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309일 농성보다 99일이 많다.

결국 차 씨는 해를 넘기고 계절이 다섯 번 바뀌고 나서야 땅을 밟았다. 스타케미칼 사측이 해고자 전원 복직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앞서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와 회사는 지난 6일 스타케미칼 모회사인 스타플렉스가 올해 안에 새 법인을 만들어 해고자 11명의 고용과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안에 합의했다. 양측이 서로 주고받은 각종 민형사상 고소 고발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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