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일까? 현행 법이 규정하는대로 '범죄'일까, 아니면 '노동'일까?
성노동자권익단체가 이른바 '성 노동자의 날'을 하루 앞둔 28일,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위헌성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지난 2004년 시행된 후 여성운동 진영 안에서도 찬반 논란이 거셌던 성매매특별법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판 심리가 진행 중이다.
지난 2012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기소된 여성이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성매매특별법 21조1항에 대한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한 것이다. 강요되지 않은 성매매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해당하는 만큼, 허용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성노동자모임 지지'가 이날 서울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연 간담회 '성매매 특별법 위헌인가'에선 성매매특별법의 위헌성에 대한 찬반 토론은 물론, 성판매자 및 성구매자 처벌과 성매매 비범죄화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쟁점1. 성매매,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인가?
먼저 이번 위헌 심판 제청 신청을 대리한 정관영 변호사(법무법인 정률)는 이 법이 성적 자기결정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성매매도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닐 경우 성적 자기결정권의 일환이며, '성 노동'으로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 4월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에서 합헌 측 참고인으로 나선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성매매는 돈이 매개돼 있기 때문에 성매매가 '성적 자기결정권'의 일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성매매의 처벌 문제는 기본권의 문제가 아니라 입법 정책의 문제"라며 "성매매특별법이 여러 장단점이 있다고 해도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쟁점2. 돈이 매개된 성 행위, '처벌'이 정답인가?
특별법의 위헌성 여부를 떠나 성매매를 법률로 금지하는 것에 대한 찬반 양론도 팽팽했다. 오 교수는 '자발적인 성매매'의 경우에도 "건전한 성 풍속 확보와 사회 질서 유지 차원에서 법률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성매매 비범죄화를 주장해온 고정갑희 한신대 영문과 교수는 "인류 역사에서 성은 한 번도 신성한 적이 없었지만, 지배계급과 그에 동조해온 일부 여성주의자들이 자신들의 도덕률로 성을 신성시했다"며 "'건전한 성 풍속'이란 것은 그들의 권력 유지 수단이자 그들만의 도덕률"이라고 비판했다.
공개 변론 당시 위헌 측 참고인으로 나선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성매매 여성을 범죄자로 모는 것은 성매매 여성에 대해 오랫 동안 찍어왔던 사회적 낙인을 연장하고 강화하는 것"이라며 "'성매매 금지법'인 성매매특별법이야말로 그 자체가 가장 저열한 수준의 성 차별"이라고 반대했다.
쟁점3. 특별법 제정 그후…"성매매 여성 권리 증진" vs "더 음성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판매자의 '권리 증진'에 대해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합헌 측 오경식 교수는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전 윤락행위금지법에서도 성판매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있었다"면서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업주·알선책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 오히려 성매매 여성 입장에선 권리가 증진된 상황"이라고했다. 특별법 시행 이후 단속으로 이른바 '비자발적 성매매'는 크게 줄었고, '자발적 성매매' 종사자 역시 업주들과의 관계 설정에서 권리가 크게 증대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성판매 당사자 활동가인 김연희 씨는 "특별법 제정 후 단속이 늘어나면서 성매매 업주들이 공개적인 점포 운영이 아닌 오피스텔 등 주거형 성매매로 음성화하면서 성 노동자의 권리는 오히려 줄었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의 함정 수사까지 진행되면서 손님이 오면 카메라를 든 경찰이 아닌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예 공개적으로 영업을 하는 전통적인 집창촌은 줄었지만, 일종의 '풍선 효과'로 인해 신종·변종 성매매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쟁점 4. 대안은?…"성매매 비범죄화" vs "구매자만 처벌"
성판매자를 비범죄화 하고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이른바 '스웨덴 모델'에 대해선 위헌 쪽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성매매 당사자와 알선업체를 모두 처벌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성구매자와 알선업체만을 처벌하는 '부분적 금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성매매를 '돈이 매개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성판매자를 '피해자'로 규정한 결과다. 지난 2014년 유럽의회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의 공창제 실패를 겪은 뒤 이런 스웨덴 모델을 채택할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국내 여성운동계 일부와 야당 국회의원들도 이 방안의 도입을 주장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김상희 의원은 성구매자만 처벌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 2013년과 2014년 각각 발의해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이 모델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1999년 스웨덴이 이 정책을 도입한 이후 성매매 종사자들이 절반으로 줄었고, 성구매자도 13.6%에서 7.6%로 줄어드는 등 효과를 봤다는 2010년 스웨덴 정부의 보고서도 있지만, 이런 수치와는 달리 성판매 여성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구매자 처벌로 인해 성매매가 더욱 음성화돼, 성판매 여성의 노동권 및 인권이 오히려 추락했다는 것이다.
성판매 당사자 활동가인 김연희 씨는 "구매자만 처벌한다면 현재보다 상황은 나빠질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우리가 손님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반대했다.
반면 박경신 교수는 "구매자만 처벌하는 것엔 '강제적 성매매 위축'이라는 구체적인 법익이 존재한다"면서도 우선적으론 성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데 주력하고, 이후 구매자나 알선책에 대한 처벌 문제는 단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헌 측 대리인 정관영 변호사는 "성판매만 합법화하고 구매자만 처벌했을 때 오히려 (성판매 여성의) 수입이 끊기고, 더 음성적인 성매매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하면서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 여성들이 업주에 종속되지 않고 일정 부분 국가가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공창제 도입을 주장했다.
공창제는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방식으로 지난 헌재 공개변론 당시 위헌 측 참고인으로 나선 '미아리 포청천' 김강자 전 서울종암경찰서장이 "특정 지역의 생계형 성매매는 허용해야 한다"면서 도입을 주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성매매 전반에 대해서는 금지하면서 국가가 일종의 '포주'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나온다.
성매매 역시 개인과 개인의 자유로운 거래 행위로 보고 전면 비범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정갑희 교수는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한다면, 경찰 표적 단속에서 자살한 통영 여성은 '성매매의 피해자'인가, 아니면 '성매매특별법의 피해자'인가"라고 반문하며 성매매 전반을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노동자' 입장에서는 성거래 자체가 피해가 아닌, 성거래를 불법화하는 것이 '진짜 피해'라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이처럼 성매매를 합법화 된 상업적 거래로 취급하며 규제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 국가에서도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거나 알선하는 것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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