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황재균은 17일 경기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좌익수 방향으로 2루타를 날려 보냈다. 황재균의 시즌 21번째 2루타로, 이는 역대 KBO리그 한 시즌 최다 2루타(43개) 기록을 넘어서는 46개 페이스다.
반대편 넥센 더그아웃에는 더 놀라운 추세를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다. 비록 이날 무안타에 그치긴 했지만 유한준은 벌써 25개 2루타를 때려내며 시즌을 54개 2루타로 마치게 될 기세다. 같은 팀 유격수 김하성도 21개 2루타로 이대로라면 46개 2루타를 달성할 수 있다. 세 선수 중 하나만 페이스를 유지해도, KBO리그 한 시즌 최다 2루타 기록은 깨지게 된다.
한 시즌 최다 2루타 기록을 보유한 선수는 총 3명이다. 시작은 1992년 롯데의 '탱크' 박정태였다. 1991년 데뷔 첫 해 29개의 2루타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은 탱크는 이듬해 124경기에 출전해 149안타 중 43개를 2루까지 가는 안타로 만들어 냈다. 그 이전까지 팀 선배 김용철이 갖고 있던 1987년 32개 기록보다 11개를 더 때려낸 것이다.
박정태가 43개 2루타를 기록한 뒤, 한 시즌 40개 이상의 2루타를 날린 선수는 단 6명에 불과하다. 1999년 LG 이병규(43개), 2002년 삼성 이승엽(42개), 마해영(40개), 2003년 KIA 이종범(43개), 2005년 롯데 라이온(40개), 그리고 2014년 넥센 서건창(41개). 이 중 1999년 이병규와 2003년 이종범은 43개를 때려내며 동률을 이루는데 성공했지만, 새로운 기록을 작성하지는 못했다.
최근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서건창이다. 지난 시즌 역대 최초 200안타와 한 시즌 최다 3루타(17개) 대기록을 만든 서건창은 2루타 부문에서도 역대 최고기록을 노려볼 만한 기세였다. 서건창은 이미 8월까지 34개의 2루타와 14개의 3루타로 이종운 롯데 감독의 한 시즌 최다 3루타(1992년) 기록과 동률을 이룬 상황이었다.
그러나 9월 열린 8경기에서 서건창은 3루타 2개를 추가할 동안 2루타는 1개만을 더했고, 결국 41개 2루타와 17개 3루타로 시즌을 마쳤다. 아마도 17개 3루타 중 2번만 2루에서 멈췄다면, 최다안타-최다2루타-최다3루타를 한 시즌에 달성하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건창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사실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서건청이 아깝게 실패한 2루타 기록이 올 시즌에는 깨질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그 주인공은 서건창의 팀메이트가 될 수도 있다. 유한준은 올 시즌 미친듯한 기세로 외야 먼 곳을 향해 타구를 쏘아 보내고 있으며, 펜스가 넘어가면 홈런이 되고 펜스 앞에서 떨어지면 2루타가 되는 중이다. 서건창처럼 빠른 발을 보유했다면 그 중 상당수는 3루타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유한준의 통산 3루타는 단 4개로 3루까지 노려볼 스피드는 아니다.
놀라운 점은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지난해와 같은 128경기만 출전해도 48개 2루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여름 이후 크고 작은 부상이나 슬럼프가 오더라도 충분히 신기록 도전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선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유한준은 무난히 44개 이상의 2루타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건창의 키스톤 콤비이자 강정호의 후계자인 김하성의 기록 달성 여부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두 자리 수 홈런과 도루를 기록한 김하성은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2루타 생산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파워를 바탕으로 외야 빈 공간에 좋은 타구를 날려 보낼 수 있고, 애매한 위치에 떨어진 안타는 곧장 2루까지 내달릴 수 있는 주력을 갖췄다.
5월 한달간 극도로 부진(타율 0.221)하며 신예의 한계를 드러내는 듯 했지만, 6월 들어 멋지게 극복하는(타율 0.377) 모습도 보여줬다. 여름에 한 차례 더 고비를 겪을 가능성도 있지만, 매우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는 한 시즌 최다 2루타 기록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유한준과 서건창 외에도 넥센은 윤석민이 2루타 17개, 박병호가 16개를 기록하며 팀 2루타 144개로 최다를 기록 중이다. 이미 넥센은 지난해 275개의 팀 2루타로 2002년 삼성의 종전 최다 기록(266개)을 갈아치운 바 있는데, 지금의 페이스가 계속된다면 314개로 다시 한번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넥센의 현재 2루타 페이스는 128경기 기준으로 해도 279개에 해당하는 놀라운 수준이다.
넥센 출신 내야수로 팀 선배 박정태의 기록 경신에 나서는 황재균은 또 다른 이유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17일까지 2루타 21개-홈런 18개를 기록한 황재균은 지금처럼 계속 달린다면 2루타 46개-홈런 39개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2루타 신기록도 기록이지만 홈런 부문에서 조금 더 분발한다면, 더욱 대단한 기록까지 노려볼 수도 있다. 바로 2002년 이승엽이 기록한 역대 유일한 40개 2루타-40홈런 대기록이다. 이승엽은 그 해 42개 2루타와 47홈런으로 역대 유일하게 2루타와 홈런 모두 40개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강정호가 도전했지만 아깝게 실패한(2루타 36개/홈런 40개) 기록이기도 하다.
신기록을 향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롯데와 넥센이 만나는 18일 목동 경기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쇼에 주목하겠지만, 동시에 어떤 선수가 2루타를 추가할지도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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