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9명이 근로기준법 위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단 노동자의 10명 중 4명이 일터에서 인권 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은 16일 이 같은 결과를 담은 '2015년 전국 공단 노동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31일부터 5월14일까지 전국 8개 지역 공업단지에서 공단 노동자 1437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면접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조사 결과,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 중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34.8%에 달했다. 특히 인천(45.9%)과 경기 안산(41.4%), 양산시 웅상(48.4%) 공단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노동자의 비율이 10명 중 4명을 넘었다.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월 137만 원, 일주일 평균 근로시간은 53.5시간에 달했다. 주 40시간 이하로 일한다는 응답은 15.4%에 그쳤고, 6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이 30.9%로 가장 높았다. 장시간 일하면서도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공단 노동 실태인 셈이다.
아울러 약정 근로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등 시간 외 업무를 시키면서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무급 노동' 실태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의 무급 노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서울(41.8%)과 인천(47.0%) 등 수도권에서 높았다.
회사의 귀책 사유로 휴업을 하면서 휴업 수당이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강제로 쉬게 하는 '고무줄 노동' 역시 빈번했다. 물량이나 자재 부족 등의 이유로 휴업을 할 때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업 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았다는 응답은 전체의 2.2%에 그쳤다. 반면 휴업수당을 아예 지급하지 않거나 휴업 기간 중 연차를 강제로 쓰게하는 '불법 휴업'이 횡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데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근로계약서 미교부 사례도 67.5%에 달했다. 근로계약서를 아예 본 적도 없다는 응답 역시 23.8%였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고용 유연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전체 지역의 비정규직 평균 근속년수는 2.4년이었고, 동일 직업 경력은 4.9년이었다. 근속년수가 1년 미만인 단기 근속자의 비율 역시 전체 응답자의 37.3%에 달했다.
고용 불안을 느끼는 것은 정규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규직의 평균 근속년수는 4.3년으로, 5년을 넘기는 노동자의 비율이 25.5%에 불과했다. 근속년수 10년 이상의 장기 근속자는 전체 응답자의 12.8%에 그쳤다. 정규직이라고 해서 정년을 보장받기는 어려운 것이다.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응답도 10명 중 4명 꼴(40.6%)이었다. 특히 안산 지역의 경우 인권침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56.8%로 절반을 넘었다. 전체 응답자의 14.2%는 "인권 침해를 매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인권침해 중 감시·단속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30.6%로 가장 높았고, 폭언·폭행·모욕을 당했다는 응답이 22.1%, 노동자 간 상호감시와 왕따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12.8%였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박준도 노동자운동연구소 기획실장은 보고서에서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공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늉만 하는 근로감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노동 상담을 통해 어느 기관이나 단체보다 지역 노동시장 실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노동조합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 정부와 노조가 서로 의지를 가지고 이 문제를 대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17일 오전 국회에서 '산업단지 노동실태 및 개선 방안'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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