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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프리즘' 폐업 사태…황당한 사장 실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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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프리즘' 폐업 사태…황당한 사장 실종 사건

[기고] 정혜신, 중재 대신 책임져야…지금 누가 '책임'을 말하나?

치유 전문 기업 '마인드프리즘'이 2015년 5월 폐업을 예고했다. 전 직원에게 전원 해고가 통보됐고 주력 상품이었던 <내 마음 보고서>는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내 마음 보고서>를 받아보고 단순히 심리 검사지가 아니라 마음을 담아 손을 내민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는 지인도 여럿이었는데, 문을 닫는다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보통 중소기업이 도산하는 이유는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 상품 판매 및 신상품 개발의 부진, 부실 경영으로 인한 관리 소홀 등이다. 하지만 마인드프리즘의 차입금은 투자자인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탕감(?)해주었고, 상품 판매 실적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희망 퇴직의 형태로 이루어진 실질적인 구조 조정까지 이루어졌으니 회사가 말했던 경영상의 위기는 대부분 해결된 상태였다.

▲ 마인드프리즘 농성장에 걸린 응원의 메시지들. ⓒ좌린

그런데도 전원 정리 해고와 폐업으로 이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단 한 가지이다. 비노조원들이 "노조원들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며 폐업 절차를 진행한 것이다. 요즘처럼 일자리가 귀한 시대에 스스로 사업장을 폐쇄한다니 너무 이상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년간 서류에 올린 사장만 5명에, 현재의 사장은 자신은 실질적인 사용자가 아니라며 잠적해버렸고, 전 경영진들은 자신들에게 법적 경제적 어떤 책임도 없다고 한다. 노조는 "진짜 사장은 어디에 갔는가"라고 물으며 철야 농성을 시작했고 교섭할 대상을 찾아다니며 폐업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문제가 점점 커져가자 전 경영진이자 설립자인 정혜신 씨는 본인은 사측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이 문제는 노노 갈등도, 노사 갈등도 아니며 직원들 간의 미숙한 커뮤니케이션 문제에서 비롯된 상호 불신이 갈등의 핵심이라고 '진단'하며 '중재'에 나섰다. 인터뷰 내용이 너무 인상적이라 그대로 몇 줄을 인용한다.

"나는 노조, 비노조를 가르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 모두 나보다 젊은 친구들이니 문제 해결 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노조 친구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내가 마치 비노조 직원들 편을 드는 상황이 됐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런 규정이 불편하다. 하지만 나는 비노조 직원들 편을 들 이유도, 김범수 의장을 대변할 이유도 없다. 마인드프리즘의 대표직도 내려놨고 주식도 없다. 형식적으로도 그럴 위치가 아니라는 뜻이다." (☞관련 기사 : 설립자 정혜신 "깊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폐업은 방법이 아니다")

▲ 폐업을 앞두고 마인드프리즘 노조의 조합원들이 지난 6일부터 사무실 철야 농성을 진행 중이다. ⓒ좌린
전 경영진이자 설립자가 이 사태에 개입한다면, 그것은 '책임'이라는 이름이어야 하지, '진단과 중재'라는 이름은 아닐 것이다. '중재'는 법정에 가지 않을 뿐 당사자들의 분쟁을 조정하고 이에 대한 판단에 복종할 것을 약속하는 매우 권위 있는 위치이며 전문적인 영역인데 이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특히 공익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 간에 갈등이 생길 때 주변인들이 중재에 나섰다가 서로 생채기만 남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갈등을 다룰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갈등을 봉합하는 것을 평화라고 착각하는 경우이다. 이런 건 중재가 아니라 폭력에 가깝다. 적대적 조력자는 이보다 파괴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당사자들을 비난하며 자신이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상대를 탓하며, 양비론으로 양쪽 모두와 거리를 유지하며 문제를 개인들의 캐릭터나 소통 방식으로 돌리곤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잘못된 접근을 하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이 나쁜 사람 혹은 비겁한 사람으로 지목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노조가 지금 주장하는 "진짜 사장 나오라"는 말은 "나쁜 놈"을 찾자는 주장은 아니다. 파커 파머는 <비통한 자를 위한 정치학>에서 "정치에서 상대방을 악마화하거나, 절박한 인간적 요구를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편리한 결정을 따를 때, 우리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조가 찾는 "진짜 사장"은 악마화 된 나쁜 놈이나 가해자가 아니라 이 사태를 함께 책임지고 이야기할 만한 책임과 의지와 역량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지금 마인드프리즘에 필요한 건 중립적인 제3자도 선의의 조력자도 아닌, 책임지려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므로 누구의 편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중재하려 하지 말고 전현직의 경영진들은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책임지길 바란다. 다만 그 책임이 마인드프리즘이 그동안 이야기해온 치유의 사회적 의미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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