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보통 중소기업이 도산하는 이유는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 상품 판매 및 신상품 개발의 부진, 부실 경영으로 인한 관리 소홀 등이다. 하지만 마인드프리즘의 차입금은 투자자인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탕감(?)해주었고, 상품 판매 실적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희망 퇴직의 형태로 이루어진 실질적인 구조 조정까지 이루어졌으니 회사가 말했던 경영상의 위기는 대부분 해결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전원 정리 해고와 폐업으로 이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단 한 가지이다. 비노조원들이 "노조원들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며 폐업 절차를 진행한 것이다. 요즘처럼 일자리가 귀한 시대에 스스로 사업장을 폐쇄한다니 너무 이상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년간 서류에 올린 사장만 5명에, 현재의 사장은 자신은 실질적인 사용자가 아니라며 잠적해버렸고, 전 경영진들은 자신들에게 법적 경제적 어떤 책임도 없다고 한다. 노조는 "진짜 사장은 어디에 갔는가"라고 물으며 철야 농성을 시작했고 교섭할 대상을 찾아다니며 폐업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문제가 점점 커져가자 전 경영진이자 설립자인 정혜신 씨는 본인은 사측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이 문제는 노노 갈등도, 노사 갈등도 아니며 직원들 간의 미숙한 커뮤니케이션 문제에서 비롯된 상호 불신이 갈등의 핵심이라고 '진단'하며 '중재'에 나섰다. 인터뷰 내용이 너무 인상적이라 그대로 몇 줄을 인용한다.
"나는 노조, 비노조를 가르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 모두 나보다 젊은 친구들이니 문제 해결 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노조 친구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내가 마치 비노조 직원들 편을 드는 상황이 됐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런 규정이 불편하다. 하지만 나는 비노조 직원들 편을 들 이유도, 김범수 의장을 대변할 이유도 없다. 마인드프리즘의 대표직도 내려놨고 주식도 없다. 형식적으로도 그럴 위치가 아니라는 뜻이다." (☞관련 기사 : 설립자 정혜신 "깊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폐업은 방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잘못된 접근을 하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이 나쁜 사람 혹은 비겁한 사람으로 지목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노조가 지금 주장하는 "진짜 사장 나오라"는 말은 "나쁜 놈"을 찾자는 주장은 아니다. 파커 파머는 <비통한 자를 위한 정치학>에서 "정치에서 상대방을 악마화하거나, 절박한 인간적 요구를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편리한 결정을 따를 때, 우리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조가 찾는 "진짜 사장"은 악마화 된 나쁜 놈이나 가해자가 아니라 이 사태를 함께 책임지고 이야기할 만한 책임과 의지와 역량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지금 마인드프리즘에 필요한 건 중립적인 제3자도 선의의 조력자도 아닌, 책임지려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므로 누구의 편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중재하려 하지 말고 전현직의 경영진들은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책임지길 바란다. 다만 그 책임이 마인드프리즘이 그동안 이야기해온 치유의 사회적 의미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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