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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치유' 내건 기업, 막무가내 해고에 폐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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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치유' 내건 기업, 막무가내 해고에 폐업까지?

[현장] 마인드프리즘 마음 치유사들, '전 직원 해고' 앞두고 농성 돌입

전 직원 해고 D-9. 5명의 '마음 치유사'들의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우리답게 하자"며 서로를 다독인 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해고노동자 심리 치유 사업을 벌여온 심리치유기업 '마인드프리즘'이 폐업을 예고한 가운데, 해고를 앞둔 마음 치유사들이 6일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프레시안(선명수)

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인드프리즘 사무실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앞서 계약직 직원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 해지와 교섭 거부 등의 부당노동행위로 논란을 빚었던 마인드프리즘은 오는 15일 폐업을 예고하고 전 직원에게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발송한 상태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이 폐업이 '위장 폐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음 치유'한다던 마인드프리즘, 직원 마음은 외면?

마인드프리즘은 지난 2004년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가 설립한 심리치유 전문 기업으로, 그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공권력에 의한 고문 피해자, 5.18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왔다.

2012년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돈이 아닌 사회 공헌을 위한 일"이라며 회사 지분 70.5%를 인수하고 '1000만 힐링 프로젝트'에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의장이 지분을 인수하고 차입금 형태로 투자하면서 조직도 커졌다.

'1000만 직장인 마음 치유'를 내걸고 치유 사업을 벌여온 마인드프리즘의 '흑역사'는 지난해 여름 시작됐다.

지난해 6월 설립자인 정혜신 박사가 세월호 유가족 치유에 전념한다며 대표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났고, 곧이어 8월엔 전체 직원 3분의1에 해당하는 8명을 권고 사직한다는 구조조정안이 나왔다. 경영 위기가 이유였다.

결국 8명의 직원이 희망퇴직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고, 올해 1월엔 집단 워크숍을 담당해온 계약직 직원 2명이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됐다.

직원들은 지난해 말 노조를 만들어 대응했지만, 해고자 복직과 노사 상생을 요구해온 조합원들과 비조합원 사이의 갈등의 골은 더 커졌다. 노-사 갈등이 노-노 갈등으로 번졌다.

논란이 커지자 설립자인 정혜신 박사가 중재에 나섰다. 지난 2월 정 박사는 임직원과 만나 회사 공동대표 2명이 갖고 있던 회사 지분 85%를 전 직원에게 똑같이 배분하고 회사 회생 방안을 제출하면 김범수 의장에게 요청해 필요한 자금 투자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좌절됐다. 전 직원이 한 달가량 토론을 거쳐 회사 회생 방안을 마련했지만, 정혜신 박사 쪽은 자금 지원의 전제로 '전 직원의 동의 서명'을 요구했고, 합의안 제출 6일 후 돌연 일부 직원이 합의안 폐기를 주장했다. '노동조합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회사 분할을 주장했다. 마인드프리즘의 주력 사업인 '내 마음 보고서' 사업과 워크숍 사업을 전담할 회사를 둘로 나누자는 주장이었다. 마인드프리즘의 전체 임직원 가운데 다수인 비노조원들이 '내 마음 보고서' 사업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개인 심리 분석 프로그램인 '내 마음 보고서' 사업은 마인드프리즘의 전체 수익의 90%를 차지한다.

결국 자금 지원을 통한 회사 회생안은 좌절됐다. 회사를 회생시킬 지원금을 포기할 지언정, 노조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3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프레시안(선명수)
결국 마인드프리즘 사측은 지난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자금 부족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며 회사 폐업을 선언했다. 전 직원에게 해고 예고 통지서가 발송됐다.

노미선 마인드프리즘지부 사무장은 "두 명의 공동대표 퇴사 후 선임된 김형욱 신임 대표는 대표가 되자마자 '내가 (회사를) 받아서 폐업할 것'이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노조가 수 차례 회사 정상화를 위한 운영회의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폐업은 하지만 회사는 정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마인드프리즘지부 조합원들이 '위장 폐업'을 의심하는 이유다.

특히 사측은 지난 4월부터 직원들의 컴퓨터를 회수하고 재택근무를 지시하는 등 사실상 폐업을 위한 수순을 밟아 왔다고 노조는 밝혔다.

마인드프리즘지부는 회사의 폐업 방침이 '경영 위기' 때문이 아니라 '노조 파괴'를 위한 의도적인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가 임금을 일부 삭감해서라도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자고 회사에 제안했지만, 이조차도 거부하며 의도적으로 영업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특히 폐업 선언 직전 회사 분할 주장이 나온 점, 일부 비조합원들이 '신생 법인 근무신청서'까지 작성했던 점 등으로 미뤄볼 때 회사의 최종 목적이 '노조 없는 회사'가 아니냐는 의문이다.

<프레시안>은 회사 측의 반론 및 해명을 듣기 위해 김형욱 대표에게 수 차례 인터뷰를 제안했지만, 김 대표는 취재를 거부했다.

ⓒ프레시안(선명수)

농성 시작하자 곧바로 경찰 신고…"일자리 지키기 위한 싸움 아냐"

모두 해고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자'고 제안하기 위한 농성이었지만, 시작부터 분위기는 험악했다.

마인드프리즘지부 조합원 5명과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사무실 농성을 시작하자, 대표이사는 곧바로 '불법 침입'이라며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한 때 '동료'였던 조합원들을 향한 비조합원 직원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지난 1월 해고를 통보받은 계약직 심리치유 활동가 김미성 씨는 "단순히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라며 "'마음 치유'라는 마인드프리즘의 가치가 이렇게까지 훼손될 수 있는지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노조는 폐업 철회를 목표로 무기한 농성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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