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인 방식으로 치러졌다는 지난 7일 영국 총선 결과를 놓고 '과연 이것이 민주적인 선거 방식이냐"는 논란이 새삼 불거지고 있다. 비례대표 없이 승자 독식의 소선구제로만 하원 의원 650명을 뽑는 선거의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난 성적표 때문이다.
실제로 145만 표(득표율 4.7%)로 일정 지역의 59개 선거구 중 56개를 싹쓸이한 정당이 있는 반면, 388만 표(득표율 12.6%)를 얻고도 단 1개의 선거구에서만 당선자를 낸 정당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은 단독 정부 수립이 가능한 압승을 거뒀다. 스코틀랜드 지역 정당의 돌풍에 휘말린 제1 야당 노동당이 소선거구제의 희생양이 됐기 때문이다. 보수당은 과반수(326석)를 훌쩍 넘는 331석을 차지한 반면, 노동당은 기존 257석에서 무려 29석을 잃은 228석에 그쳤다.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이 기존에 노동당이 확보했던 스코틀랜드 지역 선거구 거의 대부분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SNP는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원하는 민족주의에 따른 돌풍이 불어 소선구제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반면 유럽연합에서 영국을 탈퇴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전국적인 호응을 얻은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은 후보를 낸 모든 지역구에서 1등을 한 곳이 단 한 곳밖에 없었던 탓에 전국 득표율로는 3위에 올랐지만 단 1석만 차짓하게 됐다. 심지어 UKIP의 당 대표도 지역구에서 떨어졌다.
영국 정치는 지역 기반 없이 전국적 지지도만 높은 정당은 의회 진입이 어려운 '기득권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이절 패라지 UKIP 대표도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면서 "지금 선거방식은 파산했다"고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