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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도 다른 메이웨더-파퀴아오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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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도 다른 메이웨더-파퀴아오의 대결

전설로 남을 대결, 전 세계 팬들이 주목한다

복싱 팬들이라면, 아니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랫동안 간절히 기다려왔던 매치가 마침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시간으로 5월 3일,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호텔에서는 ‘Money’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7승 0패 26KO)와 ‘Pac-Man’ 매니 파퀴아오(57승 2무 5패 38KO)가 마침내 한 링 위에 동시에 오르게 된다.

무패 전적을 자랑하는 ‘프리티 보이(경기가 끝나도 얼굴이 말끔해 프리티 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메이웨더는 프로 전향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메이웨더가 패한 경기는 애틀랜타 올림픽 페더급 준결승전으로 무려 1996년.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를 선언했던 바로 그 때의 일이다.

반면 무패의 복서는 아니지만, 세계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파퀴아오는 기존의 상식을 파괴한 선수로 아시아가 낳은 역대 가장 유명한 스포츠선수다. 김연아, 박지성을 놔두고 무슨 말이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2004년 이후 구글에서 김연아나 박지성이 한 번 검색될 때, 매니 파퀴아오는 12번이나 검색되었다. 검색 관심도 측정이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 정도면 무시할 수 없는 차이다.

<구글 트렌드로 알아본 검색 관심도 파란색이 매니 파퀴아오, 빨간색이 김연아, 노란색이 박지성>

두 선수는 서로 극과 극인 부분이 많은 선수다. 경기 스타일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매니 파퀴아오는 사우스포(왼손잡이)로 강력하고 정확한 펀치를 기관총을 쏘듯이 날리는 인파이터다. 반면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어깨로 상대 공격을 방어하는 숄더롤 이후 카운터펀치를 주무기로 하는 오른손잡이 오소독스(오른손잡이) 아웃복서다.

경기 외적으로도 두 선수는 확연히 차이난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활발히 ‘돈자랑’을 하는 메이웨더는 그로 인해 거만하다는 이미지가 박혀있다. 돈자랑 뿐 아니라 SNS를 통해 수시로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낸다. 그에 비해 파퀴아오는 겸손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메이웨더가 도발적인 발언을 하는 덴 나름 이유가 있다. 메이웨더는 아무 이유 없이 상대를 도발하지 않는다. 주로 경기가 다가온 시점에 SNS를 통해 상대를 도발하는데 이는 흥행을 노리고 계산된 행위로 여겨진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는 마케터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다른 점이 명확한 선수들이지만, 둘 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많은 국내 언론에서 메이웨더는 복싱 가문에서 자라 환경이 좋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버지가 복싱 선수이긴 했지만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고, 부업으로는 마약 딜러를 할 정도로 가난했으며 어머니는 마약 중독자였다. 메이웨더가 사춘기일 때 아버지는 결국 마약문제로 감옥에 투옥됐다. 방황할 수도 있었던 메이웨더를 붙잡아 준 것은 그의 할머니였다. 이 때문에 메이웨더는 복서로 성공한 후, 할머니가 원하는 것은 모두 다 들어주고 있다.

매니 파퀴아오가 필리핀 빈민가 출신이라는 사실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너무 가난해서 복싱을 시작한 뒤에도 철공소에서 일을 하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많은 개구리들이 올챙이 시절을 잊기 마련이지만, 파퀴아오는 올챙이적에 고생한 일을 잊지 못하고 성공을 거둔 이후 많은 자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개천에서 난 용이 개천을 위해 이렇게 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니 인기가 없을 리 없다. 고국 필리핀에서 매니 파퀴아오의 입지는 국가적인 영웅이다. 아니 영웅을 넘어 어쩌면 신앙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필리핀 농구리그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 다니엘 오튼은 다른 것도 아니고 매니 파퀴아오의 농구 실력을 '디스'했다가 벌금을 물고 리그에서 퇴출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복싱계의 살아있는 전설과 복싱계의 살아있는 레전드의 맞대결에 해외 도박사들이 끼지 않으면 섭섭한 법이다. 거의 모든 도박사들은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승리를 점친다. 그러나 매니 파퀴아오가 지금의 입지에 오르게 된 것은 2008년 12월 오스카 델라 호야를 꺾고 나서부터였다. 체격조건에서도 큰 차이가 났던 두 사람의 경기는 모든 사람이 호야의 승리를 예상했고, 도대체 이 경기를 주최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파퀴아오의 K.O. 승이었다.

두 선수가 이 경기로 챙겨가는 대전료는 무려 2700억원. 메이웨더가 60%를 가져가고 파퀴아오가 40%를 가져가게 된다. 미국에서는 이 경기를 TV로 보더라도 SD화질은 89.99달러, HD화질은 99.99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세기의 매치를 공중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이 경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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