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긴급 회동에서 관심을 모았던 이완구 국무총리 거취에 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자, 야권은 일제히 '시간끌기 회동', '면피용 회동', '정치쇼'란 혹평을 내놓으며 이 총리의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15일 오후 국회 기자 회견장을 찾아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시간 끌기 회동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박 대통령이 도피성 해외 출장을 앞두고 면피용 회동으로 모양새를 갖추려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 대표는 가감 없이 의견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9박 12일의 해외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모르는 안이한 시각이라 더욱 실망이 컸다"고도 밝혔다.
이에 앞서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 7명가량은 본청 원내대표실에 모여 김 대표가 한 박 대통령과의 회동 결과 브리핑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이 총리에 대한 거취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인 일종의 대책 회의 성격의 자리였지만, 회동 결과 브리핑에 '순방 후 결정' 수준의 내용만이 담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란 실망 속에 특별한 논의를 더 진행하지 않았다고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밝혔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도 즉각 논평을 내고 "도대체 왜 급히 만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정치쇼에 불과했다"고 일갈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들을 농락하고 여당 대표를 왕복 달리기 훈련 시킨 어이없는 결론"이자 "사안의 엄중함에 비해 그 결과는 논평할 내용이 전혀 없는 결론"이라고도 비판했다.
이어 "두 분, 도대체 오늘이 무슨 날(세월호 참사 1주기)인지 알기는 하나. 요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진짜 알기는 하나. 해외 순방이나 잘 다녀오길 바란다"는 심경도 밝혔다.
김 대표는 이에 앞서 이날 오후 3시부터 3시40분까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 후 국회로 돌아와 회동 결과를 직접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대통령에게 당 내외에서 분출되는 여러 의견을 가감 없이 전했"으나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미뤄두기' 결정은 야권뿐 아니라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발을 촉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총리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2013년 선거자금 3000만 원 등을 수수한 구체적 정황이 속속 추가되고 있는 데다, 때마다 이 총리의 해명이 '거짓'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여당 내에서도 이 총리에 대한 자진 사퇴 요구가 분출하던 터였다.
이에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등 10여 명이 의원총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할 것을 요청했으나, 당의 원내지도부들은 '당장에는 의원총회를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총리는 이 같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회동 결과를 전해 듣고 "흔들림 없이 철저히 (국정 운영을) 하라는 말씀"이라면서 "한 나라의 국무총리는 대통령께서 외국에 가서 일을 보실 때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면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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