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간판 사업이었던 '자원외교'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표류하고 있다.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특위의 활동 시한은 오는 7일까지이지만, 여야가 증인 채택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어 청문회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국정조사특위 노영민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은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활동시한 연장 및 증인 채택 협상을 이어갔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야당은 이 자리에서 특위 활동시한을 25일 더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이른바 '자원외교 5인방'을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인방'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 지식경제부 최경환 전 장관(현 경제부총리)과 박영준 전 차관이다.
여당은 그러나 야당의 이같은 증인 신청에 대해 '정치공세', '망신주기식'이라고 반발하며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조특위 활동기한 연장에 대해서도 "의미 없는 기간 연장에 동의할 수 없다"(권성동 간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야 협상이 결렬되자, 야당은 새누리당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며 비난 공세를 펼쳤다. 노 위원장 등 야당 특위 위원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지도부 협상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정조사 정상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특위에서 파행되는 것을 원내지도부가 다루는 것도 좋은 관행이 아니다"(24일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라며 지도부 협상으로 푸는 방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 왔다.
제3당인 정의당도 대변인 논평을 내어 "MB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가 빈손으로 끝날 지경에 놓였다. 이는 국회가 수조 원의 혈세 탕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하고 청문회 증인 채택과 국정조사 기간 연장에 합의하고, 양당 원내지도부가 직접 나서 국정조사를 정상화시키라"고 촉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자원외교 사업과 관련된 추가 의혹 제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청문회가 불발되면 이 역시 묻혀질 우려가 제기된다. 홍영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해 석유공사 연결재무제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기 순손실이 무려 1조6011억 원으로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회계적으로 확정된 손실은 전체 국부 유출 규모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더 이상 청문회를 방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전정희 의원도 전날 보도자료를 내어,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자문을 맡았던 메릴린치가 매장량에 대한 자산가치를 과다하게 부풀리는 한편 인수가격 산정 과정에서도 기술평가자문사 자료를 왜곡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메릴린치는 국제표준 매장량 평가기준보다 약 12억9000만 캐나다달러를 과다 평가했다"며 "메릴린치는 석유공사 자문사로 매장량에 대한 자산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해 인수가격을 낮춰야 하는 입장이었음에도, 오히려 자산가치를 부풀려 매도인에게 유리한 인수협상을 이끌었다. 이는 일종의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