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제 신고용 시스템을 말할 때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제 신고용 시스템을 말할 때다"

[좋은나라 이슈페이퍼]<73> 노동시장 구조개혁,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산업화시대에 형성되어 1998년 금융위기 때 약간 고쳐 쓴 우리 고용시스템이 국제 경제 환경의 변화, 저성장시대, 고령화와 저 출산, 여성고용 활용이라는 사회적 변화와 요구에 따라 근본적으로 공정성, 효율성, 지속가능성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현 고용시스템을 부분적으로 고쳐 쓰기에는 외부 경제·사회 환경이 너무 크게 변화했고, 우리의 고용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변화한 경제·사회 환경에 맞는 신고용 시스템으로 질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2014년부터 부각된 노동3대 현안(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은 현 고용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와 위기를 드러낸 증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비정규직 이슈, 사내하청, 원하청관계로 드러나고 있는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이중구조 문제도 우리 고용시스템의 고질적인 구조적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도 우리 현 고용시스템의 개혁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개혁을 노사정 타협과 협의에 의해서 이루어낼지 주목된다. 필자 주
통상임금 이슈를 둘러싼 우리 고용시스템 문제
2013년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로 불거진 통상임금 이슈는 우리 고용시스템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임금체계는 매우 기형적이어서 기본급을 낮게 책정해 두고 각종 수당, 상여금 등을 덕지덕지 붙여서 임금수준을 일정하게 보장하되 장시간 근로를 시키고도 연장근로수당의 액수를 낮게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반에는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정부의 방침에 노사가 정부의 방침을 우회하기 위해 기본급 대신 각종 수당, 상여금을 올림으로써 정부 방침을 준수하는 것 보이게 하되 실제 임금인상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서도 이용되었다. 과거에는 수당, 상여금 등이 일시적, 조건부여서 통상임금 논란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일시성이 없어지고 정기적이 되었고, 조건부의 조건이 사라지면서 일률적인 것이 되어서 고정적인 임금화 되었다. 그런데 각종 수당과 상여금은 지불능력이 높은 대기업 등에서 보다 많고 높았고,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서는 그 액수도 적고 비율도 낮았다.

대법원은 이처럼 각종 수당, 상여금의 성격이 과거 일시적, 조건부 임금에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인 임금으로 변화한 것을 확인한 것뿐이다. 그동안 노사와 정부는 이와 같은 각종수당과 상여금의 성격이 바뀌어 이미 ‘통상임금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통상임금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것에 집착을 해서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는 수단으로만 고수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통상임금 판결 이후의 노사정 사이의 논란도 우리 고용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아니라 철저하게 기존의 구조를 전제로 손익계산법에 의해 접근하고 있어서 명백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통상임금 판결이 제시한 방향은 ‘누더기화한 임금체계’를 기본급 위주로 개선하고 장시간 노동을 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각종 수당,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각종 유명한 법무법인을 통원하여 재판에 임해 오면서 임금체계의 단순화나 장시간 노동의 단축에는 별다른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통상임금 판결이 가져온 역진적 성격(각종 수당, 정기상여금이 많은 대기업 근로자들에게는 많이 유리하고, 각종 수당, 정기상여금이 적은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약간만 유리한)을 어떻게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확대를 낳지 않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이 자기 사업장에서 체불임금과 임금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정부도 서둘러 통상임금 지침을 발표함으로써 혼란을 줄였다고 하고 있으나 과거 낡은 통상임금 기준을 고수하여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의 혼란을 초래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확대해석하여 또 다른 기준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은 통상임금 문제를 노사가 현장에서 노사관계를 통해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의 판결에 의존하여 해결을 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사관계의 사법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 기업별 노사관계가 기업을 넘어서는 통상임금과 같은 노동시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드러낸 것도 우리 현 고용시스템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외부 경제사회환경의 변화와 현 고용시스템의 유용성 상실
현 고용시스템의 효용성이 상실된 것에는 현 고용시스템이 탄생한 산업화 시대와 현재가 외부 경제사회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경제적 환경변화부터 살펴보자.

먼저, 우리는 2000년대 전반기까지 고성장 시대를 살다가(1980년대 성장률이 8.62%, 1990년대 6.58%, 1990년대 전반기 5.72%) 2000년대 하반기 이후 저성장시대로 진입했다(2000년대 후반기 3.62%, 2010년대 전반기 3.86%). 앞으로 경제성장률은 높아야 3%를 약간 넘는 수준이 될 것이다. 고성장시대를 전제로 만들어진 현 고용시스템에 여러 가지 문제(좋은 일자리의 감소, 연공주의, 임금격차, 낮은 초임)가 발생하고 있다.

다음으로 세계화, 금융자본의 자유이동, 개방된 시장, 상호의존적 동아시아 국제분업구조의 심화, 세계적 생산사슬의 촘촘한 형성 등의 거시경제환경이 변화하여 우리 경제구조와 운용에 투영되면서 위험을 감수한 장기투자 감소, 대기업의 단기수익중심의 경영이 비정규직 사용 증가, 아웃소싱과 원하청관계의 과도한 활용 등 노동시장의 이중화를 낳는 요인이 되고 있다.

셋째, 산업구조의 양극화와 대기업의 시장 지배적 지위가 강화되면서 경제성장의 성과가 ‘빨대효과’를 통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그 결과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반영되고 있다. 산업구조의 양극화를 완화하거나 극복하는 것이 없이 노동시장의 양극화, 이중화를 개혁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있다.

넷째, 경제의 서비스화로 일자리는 주로 서비스업에서 늘어나는데, 우리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서비스업의 비중이 낮고 개인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 늘어나는 서비스업 일자리의 질이 떨어져 좋은 일자리 창출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사회적 환경변화로는 저출산 고령화, 여성들의 더 많은 경제활동 참여로 맞벌이 가정의 큰 증가, 청년층의 고학력화 등이 있다.

먼저, 우리 사회가 산업화시절 역동성을 갖춘 젊은 사회에서 고령화 사회를 거쳐 고령사회로 급격하게 옮겨가고 있다. 710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의 노동시장 퇴직,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저출산률이 고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가량이 되어 일본, 독일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늙은 사회가 될 것이다. 현 고용시스템은 젊은 사회를 전제로 만들어져 조기퇴직, 노인빈곤층 증가, 노인복지 부족 등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둘째, 우리의 가족단위 고용모델이 그동안 남성 취업, 여성 전업주부라는 외벌이 모델에서 부부가 함께 일하는 맞벌이 모델로 옮겨가고 있다. 고학력의 젊은 층일수록 여성들도 남성 못지않은 경제활동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 고용시스템은 외벌이 모델을 전제로 설계되어 맞벌이 가정에서 자녀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고용환경이 되지 못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 일·생활균형의 미비, 직장 위주의 남성중심의 직장문화, 성차별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셋째, 청년들이 고학력화 되면서 좋은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현 고용시스템이 가진 노동시장의 이중화로 좋은 일자리는 적은 가운데 좋은 일자리를 향한 취업경쟁, 스펙경쟁으로 고비용 저효율의 교육 그리고 다수의 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한 청년들의 채워지지 않은 기대에서 오는 열패감, 청년빈곤, 그리고 청년층의 늦은 사회 진출에서 오는 저출산과 고령화 등을 야기하고 있다.

사회적 환경변화와 달리 현 고용시스템에 내재한 기업별 고용과 기업별 노사관계시스템도 노동시장 양극화에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노조가 조직된 1차 노동시장(대기업, 공공부문)에서는 높은 노조 조직률, 노조의 강한 교섭력이 기업 내부에서 정규직의 임금, 근로조건, 복지를 위해서 활용되어 왔다. 노조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약한 2차 노동시장(하청 중소기업, 비정규직)에서는 지불능력도 취약한 사용자가 결정하는 대로 따라 낮은 임금, 근로조건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 사이에는 노사관계 지형이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어 1차 노동시장은 아주 유리하고, 2차 노동시장은 불리하게 되어 있으나, 기업별로 조직된 노조는 1차, 2차 노동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식의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전략이나 시스템 구축에 실패하고 있고, 정부와 사용자도 과거에는 제3자 개입금지로 현재도 산업별, 업종별 노동시장 조율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식으로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떠나보지만(근속시간 1년 미만 25-54세 근로자 비율 30.9%로 OECD 평균 16.0%보다 곱절), 좋은 일자리는 적기 때문에 2차 노동시장을 맴돌 뿐이다.

이런 환경변화와 고용시스템에 내재한 기업별 노사관계시스템의 실패로 우리의 현 고용시스템은 공정성, 효율성, 지속가능성을 상실한 채 노동3대 현안(통상임금, 장시간 노동의 단축, 정년연장)을 포함한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현 고용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

우리의 현 고용시스템이 위와 같이 변화한 외부 경제·사회 환경에 맞지 않아 정합성이 상실됨으로서 낳고 있는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반듯한 일자리 창출능력의 현저한 저하를 들 수 있다. 반듯하고 좋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면, 청년고용문제 그리고 노동시장 이중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 이미 저성장시대에 들어서 있고 지불능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반듯한 일자리수를 최소화하고 아웃소싱, 원하청관계를 이용하여 비용을 낮추려는 과정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능력은 크게 감소해 왔다.

다음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아래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2차 노동시장 사이에 격차와 불공정성이 심화되어 왔다. 2003년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이 71.6%였으나 2007년 70.9%로 낮아졌고. 2013년 64.8%로 낮아졌다. 4대 보험 가입률에서도 대기업 대 중소기업, 정규직 대 비정규직 사이에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저임금(중위임금의 2/3 미만) 비중은 2012년 현재 25.1%로 OECD국가가 평균인 16.3%보다 훨씬 높고 임금격차가 심한 미국과 더불어 수위를 달리고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화는 1차 노동시장 정규직의 고용안전을 둘러싼 노사대립,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를 낳고 있다. 산업, 업종별, 직종별 노동시장을 기업횡단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표준화되어 비교 가능한 기준과 기제라는 노동시장 인프라가 없는 것도 1차, 2차 노동시장의 분단과 이중구조를 구조화시켜온 요인이다. 이와 같은 기업횡단적으로 산업, 업종, 직군, 직종별로 표준화되고, 비교 가능한 임금과 근로조건 등 노동시장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그동안 정부도, 노사도 관심도 노력도 없었다. 각 기업 간 협력과 조정이 안 된 채 각 기업별로 각개 약진한 결과, 산업별, 업종별, 직업별로 표준과 기준이 없는 ‘파편화되고 불공정하며 주변이 비대화된 시스템’이라는 괴물이 바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커지는 만큼 대기업들이 그 격차를 이용하기 위해 아웃소싱과 원하청관계를 확대해 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영역까지 확대하면서 독립적 자영업, 소기업의 존재기반이 축소되고 대기업들의 프랜차이즈, 영업망, 아웃소싱기업, 하청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대기업들의 수직적 계통적인 통제력은 늘어나되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수익은 전유하되 비용은 외부로 돌리는 식이 되고 있다.

셋째, 고령화에 따라 기업 현장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일할 의욕과 능력을 가진 중고령자들의 정년연장 요구는 거센데, 기업에서는 조기퇴출로 대응하고 있다.
ⓒ배규식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국에서 법정 퇴직연령과 실제 퇴직연령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우리의 실제 퇴직연령은 55세에 불과하여 기대수명 85세~90세 시대에 30년 이상을 일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의 현 고용시스템은 태어나서 25~ 27년 교육, 25~30년 고용, 퇴직 후 30년 무직의 고령생활이라는 주기를 전제로 하고 있어 고령화시대에 지속가능성이 없다.

넷째, 근로자들의 생애주기 요구와 기업의 고용주기 사이에 불일치도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기업들은 25 ~54세까지 왕성한 시기에 장시간 노동을 포함한 집중적인 노동을 시킨 뒤에 중고령자들을 퇴출하는 조기퇴직을 관행화해 왔다. 여기에 여성들의 임심, 출산, 육아를 고려하지 않은 기업들의 장시간 전일제 고용의 사회적 규범도 여성고용, 맞벌이모델로의 이행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왕성한 세대의 일자리와 노동시장 독점에 따라 현재 이미 요구되는 세대 간 일자리 나누기도 되지 않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될 법정 정년연장 60세의 시행도 노사 간에 세대 간 일자리의 시각에서 전혀 접근되지 않고 있다.

다섯째, 근로자들의 고용과 소득안정 요구와 법적인 고용안정 보장에는 딜레마가 존재하고 있다.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환경 아래에서 기업들의 흥망성쇠가 예측하기 어려운 때가 많은 상황에서 기업 수준의 고용안정에 대한 법적 보장만으로 소득안정, 고용안정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딜레마를 기업 수준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실업수당 인상 등 사회안전망의 강화와 노동시장의 이동성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노동시장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여섯째,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기업 간 과도한 노동이동성과 대기업, 공공부문의 노동이동성 부재의 공존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에 기여를 하고 있다. 이것은 2차 노동시장에서 노동시장의 과도한 유연화, 1차 노동시장에서 기업 내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병존하는 것과 연계되어 있다.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는 기업별 고용시스템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때문에 다른 기업으로 이동하려고 해도 쉽지 않아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나타나고 있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직장이나 직업에 대한 불만을 이직형태로 표출하여 지나치게 높은 노동이동성을 보이고 있다.

일곱째, 현 고용시스템은 장시간 노동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왕성한 세대의 일자리독점, 노동시간 독점, 인력사용 최소화로 사회적인 일자리 나누기 부재로 귀결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을 통한 노동투입 위주의 생산시스템도 작업공정, 품질관리, 개선활동 등에서 일터혁신을 지체시키고 있으며 노동의 질 개선이나 일생활균형도 결정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 고용시스템의 전일제 중심의 고용과 상시화된 장시간 노동, 남성 외벌이 모델과 관련된 직장문화와 관행은 여성고용률을 낮추고 저출산을 촉진하고 있다. 현 고용시스템의 전일제 고용, 상시적인 장시간 노동, 외벌이 모델은 근로자들의 생애주기 요구와 맞지 않고 자녀를 가진 여성들의 육아필요성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경력단절을 낳고, 여성고용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육아비용과 교육비용의 누적적인 증가도 저출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고용시스템은 어떤 것인가?

현 고용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신고용시스템을 만들고자 할 때 신고용시스템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알아보자. 물론 우리가 희망하고 설계한 대로 제도를 만들거나 고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분명히 개혁의 목표와 방향은 있어야 한다.

신고용시스템은 고용시스템으로서 공정성, 효율성, 지속가능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먼저, 반듯한 일자리 창출이나 일자리 나누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한계산업의 구조조정, 생산성 향상을 통한 산업구조의 고도화 및 서비스산업 속에 최저임금의 인상, 산업, 업종별 임금표준화, 직무급 도입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의 저임금 일자리의 임금수준을 높이고 일자리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근로자들의 생애 주기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왕성한 세대가 일자리와 노동시간을 독점하는 것에서 청년, 고령자들도 근로시간을 줄여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넷째, 남성외벌이 모델에서 맞벌이 모델로의 이행을 반영하고, 여성고용률을 높여, 가족의 필요에 부합하도록 가족과 젠더의 시각을 반영한 고용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고령화의 흐름을 반영하여 중고령자들의 고용을 담보할 수 있도록 직제, 임금체계, 정년연장이 가능한 고용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여섯째,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직제(직무체계)와 임금체계로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연공주의 임금은 나름대로 합리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성장시대에 1차 노동시장, 내부노동시장에 적합한 임금체계로 저성장시대, 1차, 2차 노동시장을 통합하여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대, 고령화에 따른 정년연장이 보장되는 시대에는 상당한 개혁을 필요로 한다.

일곱째, 장시간 노동을 단축하여 노동생활의 질을 높이고 일·생활균형 및 세대간 일자리 나누기를 하되, 노동시간의 유연성과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학습과 훈련을 강화하여 일터혁신을 촉진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고 노동시간 단축과 저임금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고용시스템은 기업 간 노동이동성을 촉진할 수 있도록 산업, 업종, 직종 노동시장 내의 비교가능하고 기업횡단적인 노동시장 인프라 구축을 전제로 하고 이를 통해 이들 노동시장 내 임금수준과 근로조건을 표준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 고용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신고용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노력도 고용시스템 개혁만으로 현 고용시스템이 안고 있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 독점대기업들이 지배·통제하고 있는 원하청관계, 아웃소싱, 프랜차이즈에서의 불공정한 거래와 독점력을 이용한 이익 추구 그리고 수익은 전유하고 비용을 외부화하는 사회경제적 개혁이 없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고용시스템 개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재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에서의 논의는 바람직하고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느냐 하는 점에서 그리고 사회경제적 개혁을 포함하고 있느냐 하는 점에서 그 의미와 한계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고용시스템이란?
우리의 고용을 유지하고 규율하는 규칙, 구조, 제도, 관행, 문화 등을 포괄하는 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고용시스템 속에는 채용, 승진제도, 임금체계와 직제, 정년제도 등 인사제도, 고용형태, 근로시간제도, 단체교섭제도, 작업조직과 생산시스템, 사내복지제도, 숙련과 교육훈련제도, 성별제도와 분업, 기업별 고용 등이 포괄되는 개념이다. 노동 경제학자는 노동시장제도(labor market institutions)라고 하기도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