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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기 게양 '강제' 아닌 '권장'이라지만…

"국토부·교육부 난색에 '권장' 사업으로 변경"…야당 "애국심 강요"

민간 건물 및 아파트 출입구 국기게양대 설치 의무화와 국기 게양·하강식 부활 논란이 뜨겁다. <경향신문>이 23일 자 신문에서 '태극기 게양, 법으로 강제한다'는 등의 기사를 보도하면서다. 행정자치부는 이에 대해 '의무화'가 아닌 '권장' 사업 형태로 이미 방향을 틀어 추진 중이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으나, 맹목적인 애국심을 은연 중에 강요하는 정책이란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보도는 행정자치부의 '3.1절 국기달기 운동 및 의정업무 설명회'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료에는 정부가 상가와 사무실 등으로 쓰이는 민간 건물과 아파트 동별 출입구에 별도의 국기 게양대를 설치토록 관련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란 내용이 담겼다.

또 교육부의 주도로, 학생들로 하여금 국기 게양 후 일기·소감문을 발표토록 하고 국기 게양 후 인증샷(인증사진)을 학교에 제출토록 하는 계획도 추진된다고 보도됐다. 군사독재 시절에나 이루어졌던 국기 게양·하강식도 부활하고 이런 사업들을 위해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추진당'이 정부 부처와 대부분 지자체에 구성됐다고도 한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는 일단 '오해'라고 해명한다. 범 정부 차원의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보도 내용과는 달리 국기꽂이 설치나 인증샷 보내기 정책은 강제가 아닌 '권장' 사안이란 것이다.


이 부처의 의정담당관실 관계자는 23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국기게양대가 아닌 국기꽂이 설치를 위한 법령 개정을 애초 계획했던 것"이라면서 "그마저도 국토교통부가 '규제 강화'라며 난색을 표해 자율 권장 계획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아파트에는 국기꽂이가 외벽에 설치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늘어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에는 가구마다 설치하는 것이 어려워 동 입구에라도 국기꽂이를 설치토록 하려 했던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학생들을 상대로 한 '국기게양 인증샷 학교 제출 정책'도 교육부의 우려로 권장 사안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도 있고, 전·월세 주거 중이라 국기 게양이 어려운 학생들도 고려해야 한다는 교육부 설명이 일면 타당하다고 판단해 계획을 변경했었다"고 설명했다.


'권장'이면 문제 없나?…"강요한다고 애국심 생긴단 건 시대착오적 발상"

행정자치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비판은 쉬이 사그러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행정자치부가 2월 내놓은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추진계획을 보면, 법을 통한 '강제성'이 다소 희석되었을 뿐 범정부 차원의 애국심 함양 사업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 국민 나라사랑 국기달기 운동' 총괄하는 행정자치부는 △ 모범아파트 단지 및 거리 선정 △국기꽂이 전수조사 △우수 지자체 평가·포상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며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민간빌딩·아파트 국기꽂이 설치 근거를 검토하고 있다. 또 철도역이나 고속도로휴게소와 같은 다중 집합시설에서의 국기게양 및 선양활동도 이루어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중파와 종합편성채널에 국기달기 운동 홍보 요청을 하게 된다. 특히 국경일과 국가 상징과 관련된 특집 프로그램 제작을 요청하는 업무가 정부 추진계획이 담겨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주민 태극기 게양 홍보 강화를 위해 통(반)·리장 등 일선 조직을 동원해 아파트 단지·상가 등에 홍보 유인물을 배포하는 일도 벌인다.


박정희 정권 시절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키는 이 같은 국기게양 사업에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18세기 영국의 저명한 비평가인 새뮤얼 존슨은 '애국심은 무뢰한의 마지막 도피처'라는 말을 남겼다"면서 "애국심은 중요한 덕목이지만 강요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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